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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하여-06]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4.03.07|조회수102 목록 댓글 0

 

 

 

 

 

 

 

 

사랑을 위하여-06

“어이구. 아마 이틀은 잠 자지 않고 달려와야 될걸요.”

“어머나! 그렇게 멀어요? 그런데, 아저씨? 어떻게 불러야 해요?”

“예. 저는 체이스입니다.”

“아. 체이스 아저씨.”

“ㅎㅎㅎ 그냥 체이스라니까요.”

“알았어요. 체이스. 그런데, 왜 골드스톤은 가시는데요?”

“한국서 파견된 정보원이나 수사관이십니까?”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뚫어지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대화 처음부터 지금까지 체이스의 눈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아. 그것은 농담이고요. 물건을 거래하는 회사에 납품하러 가는 길입니다. 12시 전에 전해주어야 해요.”

“Who’s Korean?”

그때였다. 카운터에서 케시어가 큰소리로 이쪽을 보며 물었다.

 

“We are. What’s up?”

그녀는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영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체이스는 손을 들었다 내리고는 카운터로 갔다.

그는 전해주는 수화기를 받았다. 남자 여행 가이드였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하고 있었다. 마침내 다시 체이스를 불렀다.

 

“나도 바쁜 사람입니다. 사정은 알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그쪽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정 그러시다면, 휴대폰 전화번호를 주십시오. 참고로 제 휴대폰 번호를 드리겠습니다. 당신 저 믿지 마시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빨리 돌아와서 이 분을 픽업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전화는 무책임하다 할 정도로 간단했으며 끊어졌다. 그가 자리로 돌아갔을 때 그녀는 울고 있었다. 이곳에서 30분을 지체하였다.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목표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놈의 담배 때문에... 조금만 더 참을걸. 이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정말 난처하였다. 그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 합니까?”

그녀는 물기 어린 눈을 들어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저를 앞서 간 관광버스까지 데려다주세요?”

뚫어질 듯이 눈을 바라보며 간단히 말하였다. 참 아름다운 눈이라는 느낌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좋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100불짜리 지폐 1장과 20불짜리 지폐 1장 그리고 2불짜리 동전 6개를 장거리 전화카드 1장과 함께 탁자 위에 놓았다. 그리고 메모 책을 꺼내 한 장을 찢어 전화번호를 적었다.

 

“여기 돈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 휴대폰 전화번호입니다. 이곳에서 기다리십시오. 2시간 안에는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같이 앞선 버스를 추격합시다. 됐습니까?”

“안됐는데요. 제가 같이 따라가면 안 될까요? 그게 더 간단하잖아요?”

그녀는 영어도 되지 않은 낯설고 물 설은 이곳에 있기에는 너무 불안하였다. 그야말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어떻게 혼자 덩거런히 떨어져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그것은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그를 따라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었다. 그녀는 그의 눈에서 사람을 읽었다. 선하고 맑은 눈. 부드러운 음성. 강한 의지. 바른 인성을 읽었다. 그가 말하는 동안 그녀는 그를 죽을 각오로 읽었다.

 

“이것들은 제가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러나 당신을 믿어보겠어요. 이렇게 말한다고 반발하지 말아요. 누구든 이런 상황이면 더 잔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저는 그러기 싫어요. 당신을 믿겠어요. 이것들은 다시 다 넣으세요. 그리고 빨리 출발해요. 네?”

체이스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특히 크고 검은 눈동자를. 이윽고 체이스는 뭔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열어 카드에 적힌 번호를 누르고 가이드가 준 번호를 눌렀다. 연결이 되었다.

 

“당신 차가 계속 간다면, 늦어도 11시간 후 당신 차를 만나겠습니다.”

그는 다시 말하였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오늘 중 베리, 온타리오쯤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체이스는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느낌이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그녀도 안전벨트를 채우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이건 우연일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우연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럼 어쩌자는 말이냐? 스스로 반문하였다. 왜 하필. 왜 이런 곳에서. 왜 하필 당신이냐? 하늘에서 수많은 사람 중 나를 점지해 떨군 천상의 선녀인가? 도대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벌어진 상황이. 묻고 싶었다. 정말 사람이냐고. 그러나 말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주고 받아야지요?”

“뭘요?

“체이스는 누구 이름인가요?”

“ㅎㅎㅎ 알았어요. 미안해요. 경황이 없어서. 저는 조미정이에요. 안산에 살고 있어요.”

“어휴~ 부자시군요. 안산이 다 미정씨 집입니까?”

“ㅎㅎㅎ. 왜 이리 웃기셔요. 알았어요. 유미구 상안동이에요. 됐지요? 처음에는 정말 이곳에서 미아가 되어 생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했어요. 어떻게 무엇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막막한 절망을 느꼈어요. 이해하시겠어요? 이런 곳에서 그런 처참한 절망감을 느끼다니 기가 막히지 뭐예요. 그런데, 구세주같이 체이스 씨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저는 죽어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체면이고 챙피고 다 접었어요. 믿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말씀하시는 당신 눈만 바라보았어요. 사람은 말하는 동안 눈으로 진실과 가식을 같이 말한다고 하였어요.”

“흠~ 그랬었군요. 나는 처음부터 나에게 호감을 느꼈나 아둔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하하. 그래서요?”

“잘 느끼셨어요. 체이스 씨. 참 잘 생기셨어요. 대부분의 여성들이 호감을 가질 것 같은 인상이고, 특히 저는 당신 눈을 보면서 느꼈어요. 믿는데 잘 못이 없을 거라고요.”

“아! 버스를 잡을 때까지는 말이지요?”

“아이잉~ 저는 다 진실을 이야기했는걸요.”

“미정 씨는 참 이쁘고 아름다우십니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일 것입니다.”

“일 것입니다는 뭐고 마지막은 또 뭐예요? 다시 해줘요.”

“알았습니다. 미정 씨는 제가 처음으로 만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또 해줘요.”

“미정 씨는 제가 처음으로 만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저는 그 말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라 믿어요.”

"믿어 십시오.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습니다.”

“우린 어디선가 만났던 사람들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 그녀도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깝게 느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택도없는 운명에 대하여 생각하였다가는 이내 고개를 젓고 그냥 사람이 어쩌다 고리같이 연결되어 가는 인연(人連)이라 생각해 봤다. 그것마저 사치라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온 길 잃은 여행객 조미정과 전혀 예상치 못한 조우를 하여 함께 간 골드스톤에서의 일이 잘 마무리되고 급할 때의 이야기와는 달리 현금 50%와 나머지 금액은 은행 보증 수표로 받은 후 점심으로 버거킹 햄버거를 먹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 쏜살같이 달렸다. 체이스는 2시간 후 다시 가이드에게 전화하였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북쪽에 있는 베리시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들은 그 버스의 세 시간 뒤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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