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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하여-07] ​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4.03.09|조회수115 목록 댓글 0

 

 

 

 

 

 

 

 

사랑을 위하여-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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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미정은 선뜻 물어보기가 쑥스러워서 운 만 떼고 운전하느라 앞만 보고 있는 체이스의 옆얼굴을 보고 있었다. '생기기는 멀쩡하게 생겼는데 이런 힘든 일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전방을 주시한 채 말했다.

 

"저... 다음에 어떡하시려고요? 계속하십시오. 차 안에서 들었던 것은 다 잊어버리겠습니다."

미정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이렇게 말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구나 생각 들었다. 싫지 않았다.

 

"예. 계속할게요 ᄒᄒᄒ. 저... 있잖아요. 왜 이런 힘든 일을 하세요? 웬만하면 다른 공급방법을 찾거나 거절할 수도 있을 텐데... 위험 무릅쓰고 오셨어요?"

"미정 씨 만나려고요."

"아 하하하. 저 웃기 시려고 그러죠? 정말 멋진 대답이세요. 그만 제 물음은 우문이 되었잖아요. 왜 그러신데요?"

"이제 웃었으니 되었고... 실은 이런 위험스러운 일은 피하여야 하지요. 그런데..."

"그런데 뭐예요?"

미정이 참지 못하고 재촉하였다.

 

 

"7-80년대 미국 이민 가신 분들은 대부분이 이보다 더 험하고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했답니다. 심지어는 장거리 비즈니스 여행 때에는 총까지 소지하고 다녔다고 그래요. 가족을 살리고 뿌리를 굳건히 내리기 위하여서 아버지들이 못 할 일은 없었답니다. 그들에 비하면 저가하는 일은 조족지혈이지요."

체이스의 대답에 숙연해진 미정이를 힐껏보며 다시 체이스가 계속 말했다.

 

"뿌리를 굳건히 내린 지금에서야 그들은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는 것을 가슴속에 눈물꽃을 피우며 노래하지요. 그분들 덕에 미정 씨도 이렇게 멋진 여행을 할 수 있고 그 덕에 저도 이렇게 아름다운 미정 씨를 만나게 되었지요. 맞지요?"

"네. 맞아요ㅎㅎㅎ"

"그런데 왜 웃어요?"

"ㅎㅎㅎ 아름다운 미정이까지 그분들의 훌륭한 삶에 포함시켜 주시니 고마워서요 ㅎㅎㅎ."

"지금 이 말들은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미정 씨는 왜 이렇게 암덩어리같이 아름답답니까?"

"뭐예요? 웬 암덩어리?"

웃던 미정이 놀라 의아한 눈으로 체이스 옆얼굴을 보며 물었다.

 

"아- 암덩어리. 치명적이잖습니까? 암덩어리가 기적같이 스스로 녹아 없어지 든가 아니면 치유해서 없애버리든가 그렇게 해야 살 것 같습니다."

"어휴. 그렇게 깊은 뜻이어요? 제발 지금 당장 스스로 녹게 해 버리세요. 네?"

"암덩어리에 치명적인 약을 주셔야 녹지요."

"그게 뭔데요? 제가 가지고 있어요?"

체이스는 말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미정이 그의 옆얼굴을 보며 핸들을 잡고 있는 그의 오른 손위에 가볍게 왼손을 올려 펴서 꼭 잡았다.

 

"으하하하. 이렇게 지독스럽게 치유를 하는 의사가 옆에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군요. 됐습니다. 다 나았어요."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하였다. 미정과 그는 그 웃음과 말의 의미를 알았다. 미정은 유부녀이다. 그는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서로 약속하고 믿었다.

 

그녀는 8번 커피점에서 내려 커피를 마셨고, 그는 9개비의 담배를 피웠다. 그는 이민 온 지 2년 만에 사고로 아내와 자식들과의 사별이라는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밝혀야 했고,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그녀는 지금 자신의 형편을 잊은 채 체이스의 입장을 안타까워하였다. 그러면서 가장 이유 없는...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이유가 함유된 그녀의 첫 키스를 그와 하였다. 40이 넘은 중년 여인의 첫 키스를...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그 키스를 첫 키스라 하였다. 많은 키스를 하였겠지만... 첫 키스를 그와 나눈 후 미정은, 이런 비극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여야 하는 자신의 운명도 야릇하다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녀도 이야기를 하여야 하였다. 그녀는 원초적으로 이성 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그냥 남편과 결혼한 딸과 살고 있다는 것을 실토하였다. 그리고 2번 더 로컬 레스토랑에서 바쁜 식사를 했고, 두 사람 다 3번 화장실을 다녀왔다. 화장실을 가기 위하여 차에서 내리며 3번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누른 채 3번 눈 싸움을 하였고 그 사이 다시 한번 가벼운 키스를 하였다. 그 키스 뒤 미정이 그를 꼭 안았고... 햇살이 너무 좋아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자연을 호흡할 때 그가 마지막으로 미정을 꼭 안았다. 두 번의 안음이 보통과 달랐다. 글에서 말하는 그런 안음이 아니었다. 두 몸을 맞대는 그런 안음이 아니었다. 음... 보통 예사로운 안음이 아니었다. 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지독한 사랑의 합체였다.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들은 서로 알 수 없는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 아하! 하나 빠트렸다. 첫 키스 후 그러니까 두 번째 키스 전, 그들은 서로의 두 손바닥을 맞대고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 깍지를 하고 서로의 얼굴을 입술 높이에 맞추고 그리고 서로의 두 눈을 마주 보며 그 눈을 통하여 서로의 속을 읽는 시간을 잠시 가졌었다. 그들 각자가 그동안 쌓은 내공을 서로 재며 레벨을 맞추기 하듯. 이해가 가는지??? 그게 다란 말이냐? 이런 멍청한 중년을 다 봤냐? 웃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기까지였다. 믿기 싫을 것이다. 안다. 그러나 날고 긴다는 사랑쟁이도 이 차원까지는... 그러한 마음으로는 닿을 수가 없다.

 

베리는 그들 여행객들이 묵으려는 광역 토론토시 안의 노스 욕에 있는 노보텔 호텔로부터 약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 시각은 월요일 02시 30분이었다. 그들은 곧 헤어져야 한다. 뜻밖의 동행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 채 베리에서 마쳐야 하였다.

더 이상은 없었다. 진짜다. 더 진전하여서도 안되는 인연임을 서로 알면서도 헤어져야 함을 아쉬워하였다. 체이스는 그녀가 함께 온 관광객과 가이드를 반갑게 만나는 것을 보고 어둠이 거두어지며 여명이 넓게 퍼져 점차 밝아져 오는 베리를 떠나 하이웨이 400고속도로를 피해 영 스트릿을 타고 남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에게는 꿈같은 일요일이었다. 그리고 운명같이 그녀를 만났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첫사랑 같고 동화 같은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이건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서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안개처럼 온몸을 엄습했을 때 느꼈던 것이다.

 

토론토를 떠나기 일주일 전 한국에 간다고 연락했을 때 그녀는 가장 반겼다. 꼭 시간이 나면 같이 한국의 땅끝인 토말을 다녀오자고 하였다. 왜 토말인가는 서로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지금 토말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있게 되었다. 왜서 인가는 알지도 못하면서.

 

 

*****

그의 상념을 드르륵하는 쇠창살 긁는 소리가 깨웠다.

 

 

“체이스! 당신. 나가도 됩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소. 우린 이현주가 주고 간 테이프를 다 봤소. 그리고 당신이 캐네디언임을 확인하였소."

그들은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어떤 목적하에 그를 잡아 둔 것같이 느껴졌었다. 그러면 원하든 목적이 달성되었단 말인가? 꼭두각시 노릇이 다 끝났다는 말인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경찰서를 나왔다. 하루 만에. 그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세웠다. 바보같이 그냥 나왔다. 우선 샤워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그는 잠시 후 호남고속도로 상행선에 있었다. 그는 호텔에 가서 끝없는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만 더 서울에 머물고 돌아가리라 생각하였다. 가서 꿈 깨듯 상쾌한 공기와 찬란한 아침을 맞고 싶었다.

 

미정은 또 하나의 운명 같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체이스로부터의 사랑을 확인하였지만, 그 댓가는 너무 컸다. 남편으로부터 이혼 통고를 받았다.

 

“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렇게 모른단 말이야? 나는 너 때문에 지금까지 바람피운 적도 없었고 외박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제 와서 너는… 언제부터 그놈하고 붙어 지냈는지 내가 알 필요도 없어. 간단해. 조용히 처리하자고. 알겠지?”

그는 잊어버렸는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5년 전 그는 그야말로 바깥세상을 모르도록 아내를 집에 묶어두고 안심한 듯 이발관에서 만난 유부녀와 일 년 이상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미정은 그러한 것들에 대하여 전혀 의심할 줄을 몰랐었다. 그러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며 자기에게는 절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지독히 은밀하게 그 관계를 끌어오다 뜻하지 않은 제보로 밝혀졌다. 딸애의 친구가 두 사람이 모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그 사실을 딸애에게 말하였고 딸애는 그것을 믿지 않았었다. 아버지의 하루 일과가 변함없었으므로. 정확한 출근과 퇴근과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달이면 두세 번은 토요일 아침 이발관으로 갔었다. 어느 이발관인가는 가족이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었다. 그 후 미정은 성병에 걸렸다.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였다. 남자와의 관계로 옮는 성병이었다. 미정은 기절할 정도로 숨이 막혔었다. 남자라면 남편 외에는 몰랐기 때문에. 그러면 남편이 어디에서 옮겨왔다는 말이다. 성병의 잠재기간은 남자가 더 길었다. 미정은 남편과 그 병원으로 다시 갔었다. 진찰 결과 남편이 감염되어 있었다. 둘은 치료를 받고 완치가 되었다. 그때 남편은 목욕탕에서 옮긴 것이라 완강하게 우겼다. 미정은 남편을 믿었다. 그 말도 믿었다.

 

그는 미정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정 또한 구차한 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애당초 잘 못된 결혼이 딸아이가 결혼함으로 더욱 건조해가고 있는 참이었다. 그러나 암담하였다. 그의 말이 맞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내가 사랑을 알기도 전에 나를 강제 접수하였고, 그 당시 풍조는 남자와 키스나 손을 잡히거나 특히 임신을 하면 그 남자가 누구든 싫든 좋든 결혼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대학 교육까지 받은 그녀가 그럴진대, 그때의 그런 풍조는 여성에 대한 도덕과 절개와 정조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충분하였고 남성 우월적인 시대가치가 아직 만연하였었다. 그녀가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작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푸르른 꿈을 채 펼치기도 전에 상대적인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결혼한 여자는 가사에 충실하며 남편을 보필하고 친. 인척과 관계를 원만히 하여 가장의 권위를 보위하고 높이는데 온 힘을 다하여야 한다는 그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보수적 지론과 열화 같은 거부에 모든 것을 접고 가정에 눌러 앉아 전업주부로 살기 시작하였으며,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 각오는 하였지만, 이렇게 갑자기 이혼이라는 말을 남편에게 듣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남편은 언제나 미정 앞에서 군림하였다. 그가 하라는 대로 다 하여야 했다. 결혼한 후 지금까지 조미정은 이 집안에서는 없었다. 남편에게 종사하고 남편이 속해있는 종친회에서 때마다 남편을 위하여 헌신하여야 했다. 특별한 일도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서 외출하여야 하였고, 그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들어와 샤워하고 저녁을 식탁 위에 준비해 놓고 그의 귀가를 기다려야 했다. 언제 어느 때든 그가 벗어 라면 벗어야 했고 벌리라면 벌려야 했다. 빨아라 하면 빨아야 했고, 흐느끼고 신음하라면 그렇게 하였다. 그것이 아내의 길인 줄 알았다. 시작부터 사랑이 개입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할 사이가 없었다. 너무나도 사랑과 결혼에 무지했다는 것을 지난해 딸이 결혼하여 따로 살림을 난 후 낮에 심심해할 것 같다고 가르쳐 준 컴퓨터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알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가 점차 타인들의 사랑과 결혼생활을 읽고 생각하며 스스로와 비교하면서 느끼기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 그녀는 삶을 잘못 살아온 것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도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그것이 오히려 잘 된 것이라 생각하였다. 삶을 생각하는데 구속하는 어떤 것도 없이 자유롭게 흰 종이에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생각하였다.

그 첫 그림이 새로 눈뜨기 시작한 사랑. 그녀에게는 이제서야 주어진 운명과 같은, 아직은 확실히 단정 지울 수 없겠지만, 그 운명 같은 첫사랑에 대한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 두근거림과 설레임 그리고 간절한 영혼의 갈증을 푸는 퍼내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진솔한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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