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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하여-13]

작성자제이서|작성시간24.03.18|조회수77 목록 댓글 0

 

 

 

 

 

 

 

사랑을 위하여-13@

 

 

 

현주는 방송사로부터 새로운 드라마 대본을 요구받았다. 그것은 그녀에게 큰 스트레스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 우선 그녀는 그가 출간한 소설책 출판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그가 호주의 타즈메니아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성태 씨! 여기야.”

현주는 근무 중인 성태를 회사로 찾아가 불러내었다.

 

“뭐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호출하고 난리야. 내 직장 책임질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게야?”

“성태 씨. 내 사랑 성태 씨!”

“왜? 왜, 또 그래. 그러지 마. 나겁부터 먹는단 말이야. 어서 본론으로 가자. 응. 사랑하는 현주야.”

“치~ 뭐 이런 사랑이 다 있어. 그래. 알았어. 본론으로 가자. 뭐~”

“현주야. 무슨 일 있었어? 나에게 죄다 말해봐. 사랑하는 현주의 수호천사. 내가 있잖아.”

“응. 죄다 말할게. 놀라지 마.”

“가만, 정말 겁나는데… 겁 안 나는 것으로 하면 안 될까?”

“나 내일 호주 타즈메니아로 출장 가야 돼. 성태 씨는 그 사이 날 위해 해줘야 할 일이 하나 있어. 들어 줄 거지?"

“호주! 타즈메니아! 여자 혼자서!”

성태는 정말 놀라워했다. 도대체 갑자기 이런 일을 벌이는 현주의 정체가 뭔지 궁금하였다.

 

“응. 타즈메니아는 섬이야. 호주의 멜본 남쪽에 있어. 성태 씨. 기억하지? 체이스라는 소설가 말이야. 그가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데. 나는 그곳에 가고 성태 씨는 그 사이에 여류 시인 조미정을 만나. 그리고 체이스 소설가와의 관계를 알아봐. 그러나 절대 체이스 리의 이름과 그 어떤 것도 말하면 안 돼. 이건 아주 중요한 사안이야. 부탁해.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조미정 시인이 여자가 봐도 아주 아름답잖아. 그러니 성태씨. 흔들리면 안 돼! 알았지? 늦어도 삼 일 안에 돌아올 거야”

“이건 뭐야? 무슨 시험 보는 거야. 알았어.”

 

 

 

*****

 

이현주가 타려는 비행기는 콴타스 727E였다. 오전 7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김성태는 현주의 출국을 지켜본 후 늘 푸른 출판사를 찾아 파주 출판 단지로 튜산의 머리를 돌렸다. 파주로 가는 길은 출근 차량들과는 반대이므로 한가하였다. 그러나 아주 한가하지는 않았다. 출근을 파주로 하는 차량들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늘어났다. 전화로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직접 담당자를 만나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 늘 푸른 출판사는 파주 출판 단지 중간쯤에 이층으로 지어진 막사 같은 건물 안에 있었다. 오전 8시 30분. 사무실은 업무 시작 준비로 부산하였다. 편집담당은 30대 초반의 머리를 뒤로 말아 올린 호감 가는 여성이었다. 성태는 현주의 YJK 방송사 명함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조미정 시인을 만나고 싶다 하셨지요? 이유를 알면 안 되나요?”

“YJK 방송사에서 연말 특집을 위하여 조미정 시인을 집중 취재하고 싶다 하여 제가 대신 왔습니다. 저는 인터뷰를 할 수 없고 조미정 시인님을 만나기만 하면 됩니다.”

그녀는 그제서야 명함을 주었다. 명함에는 늘 푸른 출판사 편집담당 서지희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조건이 있어요. 조미정 시인님의 방송 스케줄을 저에게 보낸다는 것이에요. 어렵진 않지요?”

그녀는 생글 웃으며 가볍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 앞의 빈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성태는 앉아 다음 말을 기다렸다.

 

“조미정 시인님을 만나시려면, ‘아름다운 생활’이라는 회사로 가셔야 해요. 그 회사가 조미정 시인님을 매니저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스폰서회사이지요. 저희도 그 시인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그쪽과 접촉하거든요.”

그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실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므로 공개적으로 알릴 수는 없습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직접 조미정 시인님을 만나서 소식을 전해주고 의견을 듣고 싶은데, 좀 도와주십시오."

그녀는 이해하였다.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무슨 의미인지. 저도 조미정 시인님을 좋아하고 있거든요. 잘 되길 빌고 있어요. 제가 휴대폰 번호를 드릴게요. 이 번호는 직접 관계되는 사람 이외에는 주지 않아요. 그러니 조미정 시인님에게 폐가 되지 않게 잘 관리하세요.”

정말 조미정 시인을 좋아하고 있었다. 성태는 그녀를 이해하였다. 그는 출발 전 차 안에서 랩탑 컴퓨터를 열고 인터넷에서 남양건설을 찾았다. 사장은 정한구. 그리고 구글에서 이미지 방을 열었다. 있었다. 조미정 시인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출판 기념회 겸 낭송회 사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조미정 시인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전화번호를 아시고… 누구신데요?”

“안녕하셨어요? 저 김성태입니다.”

“아~ 김성태 씨. 기억해요. 잊어버리면 안 되지요. 기억하고 있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반가워요. 현주라고 하였지요? 현주 씨도 잘 지내고 계시죠?”

맑고 고운 목소리였다. 다정함이 우러나왔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력도 좋았다.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부탁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지금 전화 통화하여도 괜찮은지요?”

“그럼요. 무얼 걱정하세요? 아하~ 도청? ㅎㅎㅎ우리가 도청당할 대상이나 되나요. 무슨 부탁인데요?”

“YJK 방송국 아시지요? 현주가 일하고 있는 곳.”

“네. 알아요. 그런데…”

“지금 이 내용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인님 혼자서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YJK에서 연말 특집으로 시인님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예정이라 합니다. 선생님이 괜찮으시다면, 나흘 후 오전 중에 이현주와 함께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

 

미정은 성태와 전화를 마치고 망연자실한 채 쇼파에 앉았다. 그에게는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온몸에 전율이 흐르듯 그녀 온몸으로 그리움과 보고 싶음과 안타까움에 대한 사랑이 몸서리치도록 하였다. 그녀가 사랑 시와 사랑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서였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혀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그 한 사람을 위하여. ‘체이스 리. 당신 지금 어디에 있어요? 왜 연락조차 주시지 않는가요? 왜? 내가 당신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그리워하는지 당신은 알까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 눈물이 아니었다. 기다림과 그리움에 대한 고통이었다. 이 치명적인 사랑의 고통을 어느 누군들 알 수 있을까. 성태와 현주의 이름을 듣고 난 후 미정은 체이스의 모습이 더욱 뚜렷이 살아 가슴속에서 몸부림치듯 꿈틀대고 있었다. 고통이었다. 치명적인 사랑의 고통. 그 사람도 이런 고통을 겪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가 살아 있다면 나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미정은 깜짝 놀랐다. 그녀 스스로의 생각에. 그렇다. YJK 방송에서 소식이 방영된다면, 그도 나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가 나에게 전화를 하겠지. 그래. 기다리자.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갈기 찢어져 가는 내 심장의 고통을 그에게서 다 보상받을 것이다.

 

잔인하도록 하나도 남김없이 다 보상받을 것이다. 그러나 미정은 세상을 많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의 세상은 별 탈 없는 평행선과 같이 한 삶을 살았던 것을 스스로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삶을 부딪히며 알아 온 삶이었다면 이러한 사랑을 할 수도 없었을 것임을 역시 모르고 있었다. 사랑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선남선녀가 손 휘둘러 잡히는 대로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놈은 힘듦을 먹고 오해를 먹고 지침을 먹고 짜증을 먹고 지루함을 먹고 기다림을 먹고 아픔을 먹고 슬픔을 먹고 눈물을 먹고 그리고 피를 먹고 이제는 포기다라는 허탈을 먹을 때. 그 때서야 가치라는 이름의 벅찬 감격과 감동을 토해낸다. 그 사랑이라는 놈은 결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적어도 진정한 사랑이라는 놈은 그렇다. 그것이 그의 최소한의 실체이다. 미정이 그것의 실체를 알기에는 그것의 배를 채우기에는 너무 여리다. 자칫 사랑이라는 놈은 두 사람을 가지고 신나게 세월을 튕기며 놀 것이었다.

 

 

********

기다림

 

너도 나 기다릴 때 있었니

그때 네 마음이 지금의 나 같았었니

기다리다 초조해하고 포기할 것 같고...

너도 나 기다릴 때 나를 이해했었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때 지금의 내 마음 같았니

기다리다 초조해하고 포기할 것 같고...

 

그러다 하는 수없이 이해하고

눈물에 젖은 보고픔을

차곡차곡 접어 가슴속에 넣고

돌아서는...

 

**************

체이스는 시를 쓴 적이 없었고 쓸 생각도 못 했다. 그러는 그가 시라고 썼다. 그것은 시가 아니었다. 가슴에 심어 고이 키우는 눈물꽃이 피면서 부르는 노래였다. 밖으로 분출하지 못한 피의 노래였다. 지독한 사랑의 고통적 신음이었다. 그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지독하였다. 죽음보다 더 지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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