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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티피 헤드렌, 그리고 '새(The Birds)'

작성자미션|작성시간22.09.21|조회수271 목록 댓글 1

 

 

1980년에 80세로 죽었으니, 지금 살아있으면 백스물두 살이다.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정말 괴팍스런 얼굴이다.
심술난 아이처럼 부루퉁한 입술과 두 턱,
눈꺼풀이 힘에 겨울 정도의 무거운 눈이 달려있는 서양호박같은 큰 머리.
체중 285파운드에 작달만한 키.
천재의 모습인가, 아니면 세상에 부적응한 사이코의 모습인가.

 

 

Alfred HItchcock in 1955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얘기다.
그저께 밤에 히치콕 영화 한 편을 봤다.
"새(The Birds)’
1963년 작이니, 이 영화도 고전이다.
히치콕 전성시대의 것이니, 공포 서스펜스 영화의 秀作 중 하나다.
영화의 내용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새떼가 인간세계를 공격한다는, 일종의 호러物이다.
영화를 처음 본 게 대학시절이었고, 그 후로도 한 번 정도 더 본 기억이 있다.
처음 볼 때도 그랬었지만 역시나 그렇다.
보고 난 후 찜찜한 것은 매 한가지라는 것.

 

 



영화에 있어 스토리텔링과 그 요지는 물론 극본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꼭 극본에 매여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보고 느끼기가 사람마다 다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스토리텔링,
이를테면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의 것은 관객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새떼가 왜 인간들을 공격하는가.
영화가 시작되고 긴장되는 시퀀스(sequence) 속에 끌려들어 가면서도 종내 남는 의문.
새떼가 왜 인간을 공격했는가에 대한 답이나 시사점은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찜찜하다는 것이다.

 

 

 



새들의 공격을 받는 보데가만 사람들이 영화 속 주인공인 멜라니(Melanie)를 지목한다.
샌프란시스코로부터 떨어져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멜라니가 새떼들을 몰고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난하는 여자의 귀싸대기를 후려치는 멜라니의 단호한 부정에 관객들은 끌려간다.
더 무언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때까지는 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서로들 알아서 생각하라는 메시지도 없다. 그냥 공포감이 가득한 채 끝나버린다.
영화 속 모자 간인 미치와 리디아, 남매 간인 미치와 캐시,
오이디푸스적인 미치를 사랑하며 그 주위에 머물고있는 캐시의 학교선생 앤디,
그 사이를 파고드는 멜라니 등 등장하는 캐릭터들 간의 흐느적거리는 인간관계가
새들의 공격과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상황도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어려웠던 미국의 대공황기가 시대적 배경이다.
인간들의 정신과 삶이 피폐하고 비정상적이고 허전할 때, 그 허점을 자연이 파고든다는 것인가.
그 상징물로써 새들이 인간을 공격했을 것이라는 유추를 덧붙일 수도 있겠다.
생각은 자유다. UFO가 왜 지구에 자주 나타나는가.
이런 가설도 있다. 인간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늘이 보낸 것이라는.

 

 

 

 



이 영화를 스토리에 집착하지 말고,
히치콕의 독특한 퍼스낼리티 내지는 영화관의 산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영화는 공포물이다. 멜라니는 영화에서 가장 공포감을 느끼는 주인공 여자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멜라니가 새떼들의 공격을 당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전율적인 부분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의 압권인 셈이다.
까만 까마귀들이 멜라니를 공격하려고 부스의 유리창을 날카로운 주리로 찍어댄다.
점점 금이가고 찢겨지는 창틀, 폐쇄된 공간에서 멜라니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공포에 떤다.
까만 까마귀와 멜라니의 머리를 움켜 쥔 하얀손, 그리고 빨간 메니큐어의 손톱.
이 세 가지 색깔과 공포에 질린 얼굴과 비명이 묘한 대비를 이뤄가며 영화는 절정을 이룬다.
변태를 조금 아는 관객이라면, 
그 장면에서 묘한 액스타시를 맛 보았을 수도 있겠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히치콕은 멜라니의 이 장면을 통해 액스타시를 느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있다.
히치콕이 특정 여자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히치콕은 거의 병적으로 금발미녀들을 좋아했다. ’병적’이라는 것은 변태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가 평생을 억눌린 성적 욕망에 시달리며 살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좌절감을 그는 자신의 영화 속 금발미녀들을 학대하며 해소했다는 것인데,
‘새’, 이 영화는 히치콕의 그런 병세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로 히치콕은 ’사이코’에서 금발미녀로 나온 재넷 리(JanetLee)를
모텔에서 샤워 중 식칼로 난자해 죽여버린다.
역시 금발미녀인 그레이스켈리(Grace Kelly)도 마찬가지다.
‘다이얼 M을 돌려라’에서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다 남편이 고용한 청부살인자에 의해
스카프로 목이 졸리고, ’이창(Rear Window)’에서는 토막살인자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킴 노박(Kim Novak)도 히치콕 새디즘 영화의 한 희생자였다.
1958년 ’환상(Vertigo)’에서 애인 제임스 스튜워드가 보는 앞에서 높은 종탑에서 떨어져 죽는다.

 

 

Tippi Hedren and Alfred HItchcock in 1964



티피 헤드렌(TippiHedren)은 히치콕이 특히 좋아 한 금발미녀였다.
그는 실제 헤드렌을 탐내 1964년 ’마니(Marnie)’ 촬영 중
헤드렌에게 몸을 바치라고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았으며, 이로인해 성추문에 휩쌓인 일도 있다.
‘새’는 그 전 해 작품이지만,
히치콕은 이미 그런 욕망을 헤드렌을 ’새’에 출연시켜 죽이려한 데서 그 변태성을 드러내고있다.
헤드렌은 실제 이 영화에서 진짜 새들의 날카로운 부리에 온 몸이 쪼여
그 충격으로 기절을 했다고 할 정도이다.
그래서 ’새’, 이 영화가 히치콕의 헤드렌에 대한 변태적 새디즘의 표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것이다.

 

 

Tippi Hedren in 1963



히치콕은 앞에서 언급했지만 1980년 80세로 세상을 떴다.
그러나 그의 영화들은 ’서스펜스의 장인’이라는 그의 명성과 함께
이미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들로 자리잡았다.
티피 헤드렌은 1930년 생이니까, 올해 92살이다.
헤드렌이 80세 때인 2010년, 헤드렌은 히치콕이 그 나이에 죽었으니, 
그 해를 부디 잘 넘기라는 농담성의 충고를 올드 팬들로부터 받기도 했다.
헤드렌 그녀는 올해 92세로, 아직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딸이 유명한 여배우 멜라니 그리피스다.

 

 

모녀 간인 티피 헤드렌과 멜라니 그리피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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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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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장앵란 | 작성시간 22.09.25 히치콕의 새를 보고 잠시 충격에 쌓였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그당시 어떻게 촬영을 했을까 공중전화박스 밖에서 쪼아대던 새들 한두마리도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새가 개처럼 조련이 가능한 동물이 아닌데 지금도그게 궁금한 일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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