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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작성자미션|작성시간22.11.06|조회수128 목록 댓글 0



《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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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


(정유미 & 정준원)
오전 열한 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나 많이 변했어.”
스타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


(정은채 & 전성우)
오후 두 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좋은 거 보면 사진이라도 하나 보내줄 줄 알았어요.”
하룻밤 사랑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한예리 & 김혜옥)
오후 다섯 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좋아서 하는 거예요. 아직까진..."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임수정 & 연우진)
비 오는 저녁 아홉 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당신은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카페에서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나눈다. 남자는 유럽여행을 다녀온 듯하고 여자는 오랜만에 만나자고 한 이 남자가 어딘가 마음에 안 드는 듯하다. 대화는 금방이라도 중단될 듯 위태롭게 이어지는데 한 순간 남자의 진심이 여자에게 와 닿는다. 그녀의 표정에 짧은 미소가 번진다. <더 테이블>은 카페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로 이뤄진 영화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예전 남자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어느 여배우의 이야기, 두 번째 에피소드는 하룻밤의 사랑 이후 여행을 떠난 남자와 여자의 만남, 세 번째 에피소드는 사기 결혼을 위해 가짜 친정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을 만나는 내용, 네 번째 에피소드는 결혼을 앞둔 여자가 예전 남자친구에게 결혼 전까지 자기와 만나자고 제안하는 이야기이다. 네 가지 에피소드 모두 온전히 두 인물의 대사와 표정에 의지해서 진행되기에 관객은 주어진 정보만으로 여러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등 네 여배우의 각자 다른 매력이 돋보인다.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평범한 말로 인생의 뜨거운 풍경을 보여주는 건 문학이든 영화든 진경이다. 경지에 이른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큰 선물이다.

네 명의 여성이 하루 동안 순차적으로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상대는 꽤 오래전 헤어진 남자 친구,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으나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연하남, 사기 결혼극에서 엄마 역할을 해줄 중년 여성, 결혼을 앞두고 막 헤어진 애인.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실제 여배우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정유미의 오뚝한 콧날과 앙다문 입매, 정은채의 짙은 눈섭과 날렵한 턱선, 한예리의 부드럽고 두툼한 편인 눈매와 동그란 콧방울, 임수정의 큰 눈동자와 활짝 올라가는 입꼬리를 그대로 살아 있게 만들었다.

연기한다는 느낌이 지워졌다고나 할까? 촬영카메라는 그럴 리가 없는데도 붙박혀 있는 느낌, 그 정적인 느낌이 꽤나 근사한 작은 영화다. 소품의 장점이 극대화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을 긴장시키지 않아 편안하다. 이런 영화도 좀 있으면 싶었던 바로 그것!

입이 없는 테이블이 전면적으로 제목이 된 이유를 잘 알 것 같다.하나의 이야기는 20분을 넘지 않는다. 네 편의 이야기가 70분의 영화에 담겼으니,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모든 것을 기승전결로 설명할 수 없다. 상대와 주고 받는 말도 밀도 높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배우의 표정과 몸짓, 비언어적인 것이 더 많은 말을 하는 영화라서 테이블에 앉기 전과 후의 이야기를 내 멋대로 재구성할 수 있다. 입이 없는 '테이블 위 잠시' 말이 없는 여백에 스미는 사랑이랄지, 한숨이랄지...

한적한 주택가의 같은 장소에서 7일간 찍었다는 제작담을 듣고서, 김종관감독의 문학적인 영화 찍기의 살뜰함에 반했다. 단면을 보여주었지만 한 사람의 삶을 제법 깊게 엿 본 느낌이다. 단편 소설이 그러하듯 <더 테이블>도 말하지 않으며 많은 말을 하고 있다. 평범한 말로 인생의 뜨거운 풍경을 보여주는 건 문학이든 영화든 진경이다. 경지에 이른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큰 선물이다(정은숙의 '나홀로 극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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