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은 상실의 계절
슬픔을 넘고 고난을 넘어
먼 길 돌아와 고독 속에서
맑은 영혼을 되찾으며
애써 작은 미소 지으며
살아가는 계절.
낙엽지고 허허로운
십일월
화려하고 흥겨운 축제 뒤
쓸쓸함과 공허가 밀려오는 달
떠나보내고 비우는 달
마음 겸허해지고
고요히 영혼에 머무는 달
십일월의 내 삶에
기쁨과 보람
그리고
연민과 감사의 기도가
함께 하는 달이기를.
노년의 상실이 힘겨운 것은
그것이 되돌릴 수 없는
상실들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웃고 울며
삶을 함께 나누었던 정들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말 잘듣던 몸은 여기저기
기능을 상실해가거나
완전히 멈춰버려
우리를 절망케 한다.
소유한다는 의미를 몰랐던
아메리칸 인디언 달력 중에는
십일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로
인식한 부족의 달력도 있었다.
욕심이 없었고 소유를 몰랐던
위대한 자연을 어머니로 알고
살았던 그들에게 애초에
상실이라는 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유에 대한 욕심과 욕망은
날이 가고 달이가도
덜어지지가 않아 자주
불공평하다며 불평 불만을
터트리는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날이면 소유를 몰랐던
인디언 부족의 삶을
상상하며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지금 건강을 잃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풍요를 모르고
쓰레기들을 끌어안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에게
한없는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그 연민은 서로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내와
수고 덕분에 지금 내가 풍요
롭게 살고 있음에 그래도
오늘처럼 가끔은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이마저 없으면 나는
그야말로 감사를 모르고
늙어가게 될 것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살아갈 힘을 잃고
홀로 신음하는 사람들,
지병의 통증과 맘대로
움직이지 못해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늙음이 힘들고 서러운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함께
푸쉬킨의 시 '삶'을 음미하며
희망과 용기를 가지자.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잖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언제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지나간 날은
다시 그리워지느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