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이라는 말
복효근
여울이란 말 예쁘지 않나요? 내 애인의 이름이 여울이었으면 좋겠어요. 세월이 여울져간다는 말 휘늘어진 버들가지처럼 느릿느릿 여유 있어 보이지 않나요? 강여울 여울여울 기복도 결도 보여주지 않는 그 한가로운 표정이 넉넉해 보이지 않나요? 그러나 물살이 거세게 흐르는 곳이라는 강퍅한 뜻을 가진 말이란 것도 아시나요? 내 애인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단박에 그 빠른 물길에 휩쓸어 가버리면서도 그 표정은 여울이란 말처럼이나 끄떡없어서 내가 여울에 빠져 허우적댄다 해도 남들이 듣기에 춤처럼은 느껴지지 않을래나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시는* 그 능갈맞은, 그래서 천만번은 더 빠져나 보고 싶은 여울 여울이란 말 참 예쁘지 않나요?
* 소월의「개여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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