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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꽃물

작성자낭만|작성시간26.06.19|조회수53 목록 댓글 0
봉숭아 꽃물


길섶에 봉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봉숭아',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슬픔을 곱게 풀어내며
이모와 엄마노래가 생각난다


내 손톱 발톱에 곱게 물든 봉숭아꽃물
식물과 동물이 하나 되어
선명한 빨간색에 생기가 돋는다


나는 산계곡물에 앉아 손과 발을 담갔다.
맑은 물이 철철 흐르는데
물속에 잠겨진 빨간 손톱과 발톱
비늘도 꼬리도 없는 빨간 물고기로 신나게 헤엄친다


건져낸 손을 허공에서 물을 터니
푸른 숲에서 손톱이
작은 꽃잎이 되어 아른거린다


세월이 참으로 빨라
손톱에는
반쯤 남은 봉숭아 꽃물이 단풍이다


하얀 종이 위 자른 손톱 로 놓으니
정겨운 어린이들 웃는 입이 되고 우는 입이다


손톱을 좌측 우측 위 아래 ◎,
두 세줄 겹쳐서 놓으니 빨간 찔레꽃이다
이 꽃에 향수를 살짝 뿌렸다


겨울날
마지막 남은 빨간 손톱을 잘라
날리는 눈 속에 던졌다.


살을 섞어 살면서 좋았던 인연
하얀 눈속에 빨간 초생달이 되어 사라진다


한가할 때마다 접어 두었던 종이를 펴면
향기 마르지 않은 봉숭아 꽃물 들인 손톱 찔레꽃
첫사랑인 듯 빨갛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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