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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 1부 황하의 영웅 (324) -

작성자미션|작성시간21.04.30|조회수236 목록 댓글 2

🎎 <열국지>의 세계에 탐닉하다
- 1부 황하의 영웅 (324) -

제 5권 해는 뜨고 해는 지고

  •  


제 39장 성복(城濮) 전투 (6)

그러나 초나라 원수 성득신(成得臣)은 초나라의 우군과 좌군이 전멸되다시피 한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초군(楚軍)이 모두 승리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호언 또한 투의신을 유인하면서 일부 병졸들을 초군 병

사로 가장시켜 성득신에게로 보냈던 것이다.

- 투의신 장군은 지금 진군(晉軍)을 크게 무찔러 이기고 패잔병들을 추격하는 중입니다.
초군의 패배를 가정해보지 않은 성득신(成得臣)은 그 거짓 보고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믿었다.

성득신(成得臣)은 먹잇감을 발견한 굶주린 늑대처럼 두 눈을 번쩍이며 좌우를 향해 외쳤다.
"적은 상하군 모두 무너지고 이제 중군만 남았다. 북을 울려라! 우리가 돌격할 때가 왔다!"
북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성득신(成得臣)은 친히 중군을 거느리고 진(晉)나라 중군을 향해 진격했다.

그 무렵, 진(晉)나라 중군 본영을 지키는 장수는 기만(祁滿)이었다. 본래 선진(先軫)은 두 개의 원수기를 만들어 두었

다. 하나는 상군 진영에 두어 초나라 좌군 대장 투의신을 유인하는 데 사용하였고, 다른 하나는 중군 본영에 두어 자

신이 그 곳에 있는 것처럼 가장하였다.

그는 본영을 나서기에 앞서 기만(祁滿)에게 다음과 같이 신신당부했다.
- 초군(楚軍)이 와서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절대로 응하지 말고 지키기만 하라!
그러고는 살짝 본영을 빠져나와 투의신의 측면 공격에 가담하였던 것이다.

기만(祁滿)은 선진을 대신하여 중군 본영을 지키고 있다가 성득신(成得臣)이 이끄는 초나라 중군의 공격을 받았다.

처음에 그는 선진(先軫)의 명에 따라 원수기만을 세워둔 채 진문을 굳게 닫아걸고 일체 나가 싸우지 않았다.

그런데 초군(楚軍)의 공격은 집요했다. 특히 성득신의 아들 성대심(成大心)은 수차례나 진문 밖에까지 와서 창을 허

공에 휘두르며 싸움을 걸었다. 성대심은 이제 열아홉 살의 젊은 장수. 그 모습이 기만(祁滿)에게는 여간 가소롭게 보

이지 않았다.

"저 짓까부는 어린 놈이 누구냐?"
"성득신의 아들 성대심(成大心)입니다."
"그거 잘 되었구나. 내가 달려나가 당장 저놈을 사로잡아 성득신의 콧대를 꺾어놓아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 싸우지 말라는 원수의 명이 있었질 않습니까?"

"흠, 저까짓 어린애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 무슨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원수의 분부가 아무리 엄하지만, 이런 기

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기만(祁滿)은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진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춤추듯 칼을 휘두르며 성대심(成大心)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서로 어우러져 수십합을 싸우는 중에 초군 장수 투월초가 쏜 화살이

기만(祁滿)의 투구를 맞혔다.
기만은 기겁하였다. 그는 가슴이 오그라들어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었다.

병차를 돌려 본진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초군이 그 뒤를 따라 진문 안으로 들어올까 염려하여 물러 갈 수도 없었다.

기만(祁滿)은 성대심을 피해 다른 곳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 대의 화살에 기만의 투구를 맞힌 투월초는 기세가 살

았다.
"달아나는 장수를 뒤쫓을 필요는 없다. 일제히 저 닫힌 진문을 부수고 들어가 선진(先軫)을 사로잡도록 하라!"

성대심(成大心)과 투월초는 도망가는 기만을 내버려두고 진나라 중군 진문을 향해 물밀듯 쳐들어갔다. 투월초가 다

시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화살은 허공을 날아 진문 높이 나부끼는 진(晉)나라 원수기에 가서 맞았다.

깃대가 부러지며 원수기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을 본 진군(晉軍은 크게 겁을 먹었고, 초군(楚軍)은 사기가 하늘을 찌

를 듯 올랐다.

본시 순림보(旬林父)와 선멸은 좌우에 숨어 있다가 형세에 따라 싸움에 가세하라는 선진의 명을 받고 근처 들판에 포

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군 진영의 원수기가 부러지는 것을 보았다.

선진(先軫)이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았다. 그들은 급히 북을 울리며 자기네 중군진문을 공격하고 있는 초군 장수 성대

심과 투월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초군 원수 성득신(成得臣)이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오늘 진(晉)나라 군사를 한 명이라도 살려보낸다면 나는 맹세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천하 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초(楚)나라 중군이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괴물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한입에

진(晉)나라 중군 진채를 집어삼킬 듯 일시에 덤벼들었다.

진(晉)나라 중군 본영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빠졌다.
바로 그러할 때 진나라 원수 선진(先軫)과 좌장 극진(郤溱)이 그 곳에 당도했다. 그들은 자기 본영이 위태로운 것을

보고 급히 병차를 몰아 초군의 배후를 들이쳤다.

싸움은 혼전으로 이어졌다.
성득신(成得臣)의 중군은 역시 막강했다. 선진으로부터 배후를 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위축됨 없이 그들의

공격을 물리쳤다. 전세는 초군(楚軍)의 우세.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진(晉)나라 상군과 하군이 쏙쏙 그 싸움에 끼여들었다. 진군의 총병력이 집결된 셈이었다.

이로써 백중지세(伯仲之勢)가 되었다.

그냥 그렇게 싸움이 진행되었으면 성득신(成得臣)의 중군은 별 타격을 받지 않고 그 날의 싸움을 마쳤으리라. 그런데

싸움이 한창 진행중에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이 패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성득신(成得臣)은 정신이 아찔했다.
좌우군이 모두 패했다는 것은 양 날개를 잃어버린 격이었다. 아무리 배짱이 두둑한 성득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상황

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다.

"후퇴하라!"
이것이 또 하나의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적을 마주하고 싸우는 것과 등을 돌려 달아나며 싸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마음이 달랐다. 진군(晉軍)은 힘

이 갑절로 솟았고, 초군(楚軍)의 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이제부터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초군(楚軍)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성득신(成得臣)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

다. 기를 쓰고 달렸다.

아들 성대심(成大心)과 장수 투월초가 옆에서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성득신(成得臣)은 이미 벌써 차가운 고깃덩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초군(楚軍)은 겨우 진군의 포위망을 뚫고 성복 들판을 빠져나왔다.


"이겼다!"
진군(晉軍)의 함성이 어두워져가는 평원 저편까지 울려퍼졌다.
이때 진문공은 유신산(有莘山)위에서 진군의 승리를 바라보고 있다가 급히 명을 내렸다.
"초군을 국경 밖으로 내쫓기만 할 뿐 죽이지는 마라. 나는 초(楚)나라와 의를 상하고 싶진 않다. 지난날 초성왕(楚成

王)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진문공(晉文公)의 명을 받은 선진(先軫)이 전군에 외쳐댔다.
"달아나는 초군을 쫓지 마라!"


'졌는가?'
성득신(成得臣)은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지지 않을 싸움을 졌기에 그의 눈물방울은 더욱 굵었다.
'과연 하늘은 진문공 편인가.'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원망했다. 가슴 한 구석으로 또 다른 오기가 일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대로 본국으로 돌아가 초성왕을 대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15세 소년 위가(蔿賈)가 외쳤다는 말이 생각나서 견

딜 수가 없었다.
- 성득신(成得臣)은 군대를 지휘하고 나라 일을 맡길 만한 자가 못 된다.

성득신과 그 수하 장수들은 휴(酅) 땅에 세운 대채를 향해 달렸다. 그 곳에서 전열을 가다듬어 한 번 더 자웅을 겨루리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득신(成得臣)은 과장된 밝은 음성으로 좌우 장수들을 향해 외쳤다.

그때였다.
앞에서 전초병 하나가 달려와 아뢴다.
"속히 병차를 딴 곳으로 돌리십시오. 이미 우리 대채엔 제(齊), 진(秦) 두나라 기가 나부끼고 있습니다."
제나라 장수 국귀보(國歸父)와 진(秦)나라 공자 은(憖)은 선진의 밀명을 받고 곧장 휴(酅) 땅으로 달려갔었다. 그러고

는 성득신이 군대를 이끌고 진군(晉軍)을 공격하는 사이 재빨리 공격하여 대채를 점령해버린 것이었다.

휴(酅)의 대채는 초군의 식량이 보관되어 있는 곳. 그 곳을 빼앗겼다는 것은 곧 생명줄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마

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이제는 싸우려 해도 싸울 수가 없다.
"아, 아!"
성득신(成得臣)은 알 수 없는 신음을 토했다.
방향을 틀어 유신산 뒤편을 돌아 수수(睢水) 강변을 따라 달렸다.
초(楚)나라로 향하는 길이다.

패잔병의 모습은 너무나 처량했다. 이제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의 행군이었다.
그들이 공상(空桑) 땅에 이르렀을 때였다. 홀연 앞에서 일성포향이 일더니 난데없이 군사 한 무리가 함성을 지르며 앞

을 가로막았다.

"하하하, 이제야 오는가. 나는 진나라 장수 위주(魏犨)다. 여기서 너희를 기다린 지 너무 오래 되었구나."
초군(楚軍)은 기절초풍을 하였다. 위주(魏犨)가 누구인가.
지난날 진문공이 초나라에 망명왔을 때 위주는 맥(貊)이라는 무서운 짐승을 혼자서 싸워 잡은 일이 있었다. 초나라 병

사라면 누구나 그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위주가 지금 두 눈을 부라리고 눈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었다.

"으헉!"
초군 패잔병들은 싸우기도 전에 대오가 무너졌다.
성대심(成大心)만이 기가 꺾이지 않고 병사들을 수습했다.
"원수를 보호하라!"
이렇게 외치고는 앞장서서 위주(魏犨)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제야 투월초와 투발 등도 정신을 차리고 병차를 몰아 성

대심의 싸움을 도왔다.

그러나 역시 위주는 진(晉)나라 제일의 장수다웠다. 위주(魏犨)는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혼자서 여러 장수를 상대했

고, 그 사이 그의 군사들은 초군을 에워싸고 맹렬히 공격을 퍼부어댔다. 이제 조금만 더 압박하면 성득신(成得臣)은

물론 초군의 모든 장수를 사로잡을 참이었다.

그때 북쪽에서 병차 한 대가 나는 듯이 달려와 외쳤다.
"위(魏)장군은 싸움을 중지하시오. 주공께서는 초나라 장수들을 본국으로 살려보내라 특명을 내리셨소이다."

진문공의 명이라는 말에 위주(魏犨)는 싸우던 창을 거두며 좌우를 향해 명했다.
"초군에게 길을 비켜줘라!"
진군(晉軍)은 양쪽으로 물러서서 길을 열어주었다.
그 사이로 초나라 장수들은 성득신(成得臣)을 보호하며 일제히 달아났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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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1.05.01 진문공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군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엔젤라 | 작성시간 21.05.01 재밋는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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