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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장강의 영웅들 (22)

작성자미션|작성시간21.08.27|조회수135 목록 댓글 0

- 2부 장강의 영웅들 (22)

제 6권 꿈이여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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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준패자 진목공 (5)

어느 순간, 소사(蕭史)의 퉁소 소리가 그쳤다.
그러자 구름도, 학도, 새들도 다 흩어져 날아가버렸다. 주렴 뒤에 숨어 소사의 퉁소 부는 모습을 훔쳐보던 농옥(弄玉)은 놀라움과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꿈속에서 본 그 장부이며, 꿈속에서 들은 그 곡조였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이야말로 나의 배필이다.'
정신을 잃고 퉁소 소리를 듣고 있던 진목공(秦穆公) 또한 탄성을 금치 못했다.
"천상의 소리로다!"
이렇게 감탄하고는 다시 소사(蕭史)를 향해 물었다.

"그대는 퉁소(洞蕭)의 유래에 대해 나에게 알려줄 수 있는가?"
소사가 대답했다.
"퉁소는 복희(伏犧)씨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소(蕭)는 곧 숙(肅)이니, 맑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중려(仲呂, 12율 중의 하나)의 소리를 냅니다. 반면에 생황은 여왜씨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생(笙)은 곧 생(生)이니,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태주(太蔟, 12율 중의 하나)의 소리를 냅니다."

"좀더 상세히 말해보라."
"신이 퉁소(洞蕭)를 불 줄 알기에 퉁소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 복희(伏犧)씨는 여러 대나무를 봉황의 날개처럼 엮어 입으로 부는 악기 하나를 만들었다. 이것이 퉁소의 기원이다. 소리 또한 봉황의 울음소리를 모방하여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지금은 퉁소(洞蕭)가 하나의 대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시에는 여러 개의 대로 엮여져 있었다.

크기와 길이에 따라 그 명칭도 각기 달랐다.
가장 큰 것은 아소(雅簫)라고 하여 23관(管)을 엮은 것이고, 가장 작은 것은 송소(頌蕭)라 하여 16관을 엮은 것이다.

각 관의 모양새 또한 달랐는데, 그 중 관의 밑바닥이 없는 것을 동소(洞蕭)라고 하였다. 이 '동소'가 가 곧 '퉁소'다.

그 후 오제(五帝) 시대로 넘어와 황제(黃帝)때 커다란 대나무에 일곱개 구멍을 내고 피리(笛)을 만들었다. 피리 또한 봉황 소리를 모방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양이 매우 간편하여 후세 사람들은 복잡한 구조로 엮여 있는 여러 개의 관(管)을 버리고 오직 한 개의 관만을 세워서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긴 것을 퉁소(洞蕭)라 했고, 짧은 것은 그대로 관(管)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지금 신이 불고 있는 퉁소(洞蕭)는 옛날 퉁소가 아닙니다."
진목공(秦穆公)이 또 물었다.
"그대는 퉁소로써 어떻게 날짐승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가?"
"퉁소의 모양새는 비록 간편해졌으나, 그 소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즉 옛날과 같이 봉황의 소리를 본뜬 그대로입니다. 봉황(鳳凰)은 모든 날짐승의 으뜸입니다. 그러므로 날짐승들은 봉황 소리를 들으면 모여듭니다."

"옛날 순(舜)임금은 소소(蕭韶)라는 곡조를 지어 퉁소로 연주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봉황이 날아왔습니다. 이렇듯 봉황(鳳凰)도 가히 부를 수 있거늘, 다른 새들을 불러모으는 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소사(蕭史)의 대답은 흐르는 물과 같았고, 그 음성은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맑고 아름다웠다. 진목공은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소사에게 청했다.
"과인에게 농옥(弄玉)이란 딸이 있다. 음악을 좋아하고, 특히 생황을 잘 분다. 그래서 음악에 정통한 사람을 배필로 구하는 중이었다. 그대는 부디 내 딸의 배필이 되어라."

"신은 본시 궁벽한 산골 사람입니다. 어찌 궁중 부귀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소사(蕭史)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진목공은 끝내 소사를 설득하여 그를 농옥(弄玉)의 남편으로 삼았다.

하루아침에 진목공의 사위가 된 소사(蕭史)는 중대부 벼슬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나라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봉루에만 머물며 한잔 술에 퉁소(洞蕭)만을 즐겼다.

그는 또 음식 먹는 것이 특이했다.
화식(火食)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부인이 된 농옥(弄玉)도 익힌 음식을 멀리하고 생식(生食)을 배웠다. 소사(蕭史)는 늘 능옥과 함께 하며 퉁소 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울러 봉황을 부르는 법도 익히게 했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된 지 반 년쯤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휘영청 밝았다. 소사(蕭史)와 농옥(弄玉)은 달빛 아래서 퉁소를 불었다. 퉁소 소리는 달빛을 흔들리게 할 정도로 깨끗하고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검은 점이 나타났다.

농옥(弄玉)이 놀라 바라보니 봉대 왼편으로 자줏빛 봉황이 날고 있었고, 오른편으로는 붉은 용이 허공에 떠 있었다.
농옥이 기쁨에 겨워 말했다.
"저도 이재 봉황과 용을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소사(蕭史)가 숙연한 얼굴로 농옥을 바라보았다.

"그대에게 고백할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나는 본래 하늘나라 신선(神仙)이오. 옥황상제께서 '인간 세상의 사적(史籍)이 흩어지고 갈피를 잡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네가 가서 인간 역사를 정리하여라' 명하시기로 그 분부에 따라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오."
"........................?"

"나는 주선왕(周宣王) 17년 5월 5일에 주나라 소씨(蕭氏) 집에서 태어났소. 나의 본명은 소삼랑(蕭三郞)으로, 주선왕 말년에 사관(史官)이 되어 과거 역사를 정리하고 빠진 것을 보충해 놓았소. 주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나의 공을 인정하여 그때부터 나를 소사(蕭史)라고 불렀던 것이오."
".........................!"

"내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지도 어느덧 110년이 지났소. 옥황상제께선 나를 태화산(太華山) 주인으로 명하고, 그대와 퉁소로써 부부의 연을 맺게 해주신 것이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인간 세상에 머물지 못하오. 상제 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소."

"저 용과 봉황은 나를 영접하러 온 것이오. 이제 다행히 그대가 퉁소(洞蕭)를 잘 불어 봉황을 부를 정도가 되었으니, 당신도 나를 따라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가 있소. 그대는 나와 함께 인간세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지 않겠소?"

농옥(弄玉)은 놀란 가운데에서도 소사(蕭史)의 뜻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당신과라면 어느 곳인들 가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아버지께 잠시 작별 인사를 하고 오겠습니다."
소사(蕭史)가 다시 말했다.
"우리는 이미 신선이 되었소. 마땅히 초연해야 하고, 잡념을 없애야 하오. 어찌 혈연을 생각하며 애착을 가질 수 있겠소?"
"알겠습니다."

소사(蕭史)는 붉은 용을 탔고, 농옥(弄玉)은 자줏빛 봉황의 등에 올라탔다.
용과 봉황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봉대 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이내 달빛을 뚫고 구름 속으로 사라져 갔다.

승룡(乘龍)이란 말이 있다.
글자 뜻대로 해석하면 '용을 타다'이지만, 이보다는 다른 뜻으로 많이 쓰인다.
- 훌륭한 사위를 얻다.
바로 소사(蕭史)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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