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2부 장강의 영웅들 (27)

작성자미션|작성시간21.09.11|조회수124 목록 댓글 1

- 2부 장강의 영웅들 (27)

제 6권 꿈이여 세월이여


제 4장 흔들리는 진(晉)나라 (4)

어느 날, 강성에서 사라졌던 공손저구(公孫杵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순에게로 달려가 비밀리에 보고했다.
- 비(郫) 땅의 골짜기에서 낙(樂) 공자를 해치웠습니다.
비는 진(晉)나라 영토로 지금의 하남성 제원현 서쪽 땅이다.
- 그대가 큰일을 해냈구려.

진양공(晉襄公)이 죽은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때까지도 진나라에는 군주가 서지 않았다. 임금 내정자 옹(雍)을 모시러 진(秦)나라로 떠난 선멸과 사회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진양공의 시신을 빈궁에 모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조순(趙盾)은 중신들과 의논한 끝에 그 해 10월 진양공에 대한 장례식을 치렀다. 장지는 곡옥(曲沃), 상주는 일곱 살 소년 세자 이고(夷皐)였다.

원칙대로라면 군주의 신분으로서 상주가 되어야 했으나, 따로이 임금 내정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편법을 쓴 것이다.

세자 이고(夷皐)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일곱 살 소년이 무엇을 알랴.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기만 하였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죽은 진양공의 부인이자 세자 이고의 생모인 목영(穆贏)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장례식을 치르는 중 목영(穆贏)은 조순과 나란히 설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는 이고(夷皐)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조순(趙盾)의 옷소매를 부여잡고 물었다.
"선군께서 무슨 잘못을 하셨으며, 어린 세자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이 일점 혈육을 버리고 임금 될 사람을 다른 나라에 가서 데려오는 것이오?"

조순이 고개를 외면한 채 대답했다.
"이것은 국가의 대사입니다. 이 조순은 한 개인의 사정에 의해 일을 처리하지 않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강성으로 돌아온 조순(趙盾)은 모든 신료들이 정청에 모였을 때 느닷없는 말을 했다.

"선군께선 생전에 형벌과 상을 분명히 하셔서 모든 나라를 거느리는 백주(伯主)가 되셨소이다. 지금 선군의 신위(神位)가 우리를 굽어보고 있소."
"...............................?"
모두들 조순이 무슨 말을 하려는가 궁금하여 시선을 그에게로 모았다.

"그런데 얼마 전 호국거(狐鞠居)는 개인의 원한으로 선군의 사부인 양처보(陽處父)를 죽였소. 선군도 지하에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거니와, 이래서야 어느 대신이 마음놓고 나라일을 돌보겠소? 나는 이 자리에서 호국거의 죄상을 밝히고 그를 처벌해야겠소."

그자리에는 호사고와 호국거도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삽시간에 흙빛이 되었다. 특히 호국거(狐鞠居)는 기절할 듯 놀랐다. 달아날 여가도 없었다. 꼼짝없이 사로잡혀 사구(司寇)로 넘겨졌다. 사구란 오늘날의 검찰청에 해당한다.

사구 관리들은 양처보(陽處父)의 죽음을 수사했다.
호국거의 집에서 나온 양처보의 목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변명할 여지없는 호국거(狐鞠居)는 끝내 참수형을 당했다.
양처보 집안 사람들은 그제야 조순에게 감사하고 그 목을 시체에다 꿰어 다시 장사지냈다.

- 졌다!
호사고(狐射姑)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조순이 조만간 자기에게도 보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조순(趙盾)은 호사고에게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선대부터의 친밀함 때문인가. 호사고의 그간의 공로를 존중해서인가.

어쨌거나 호사고는 더 이상 진(晉)나라에서 살 수 없음을 직감했다.
조순과 대립한 이상 언제 어느 때 자신에게 해가 미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엇다.

그 날 밤, 그는 수레를 타고 강성을 빠져나갔다.
목적지는 노적(潞狄). 노적은 오늘날 산서성 노성현 동북방에 살고 있던 적족(狄族)의 일종이다.

호사고(狐射姑)의 망명을 뒤늦게 안 조순(趙盾)은 눈빛을 누그러뜨리며 길게 탄식했다.
"내가 호국거를 죽인 것은 호사고만은 안전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죄가 무서워 지레 달아났구나."
유변(臾騈)을 불러 명을 내렸다.
"그대가 호사고의 식솔을 노적 부락에 데려다주고 오시오."

유변(臾騈)은 하군의 사마직을 맡고 있는 장수였다. 호사고가 중군대장에 올라 안하무인한 태도로 군사들을 지휘할 때.
- 겸손하십시오.
라고 충고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곤장 1백 대를 맞는 곤욕을 치렀다.

조순의 명을 받은 유변(臾騈)은 자신에게 배속된 부하들을 불러 떠날 채비를 갖췄다. 지난 봄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는 심복 부하들은 잘되었다는 듯이 한결같이 말했다.

"이제야 호사고(狐射姑)에게 당한 모욕을 분풀이 할때가 왔습니다. 노적 땅으로 가는 도중 적당한 곳에서 호사고의 처자를 다 죽여버립시다. 조순 원수께서 이 일을 유 사마에게 맡긴 것도 바로 그러한 뜻에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유변(臾騈)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안 될 말이다. 내가 듣기로 '원수는 원수진 사람에게 직접 갚아야 한다. 원수를 그 후사(後嗣)에게 갚는 것은 충(忠)의 도리가 아니다' 라고 하였다. 오늘의 일은 원수께서 호사고에게 예의를 베푸는 일이다."

마침내 유변(臾騈)은 호사고의 가족은 물론 재산까지 모두 수레에 싣고 안전하게 노적 국경까지 전송해주었다.

호사고(狐射姑)는 걱정하던 가족이 머리털 하나 다침 없이 자신의 망명지까지 온 것을 보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유변이 이토록 어진 사람이건만, 나는 그를 몰라봤다. 내가 오랑캐 땅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조순 또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유변의 인품에 탄복했다.
"유변(臾騈)이야말로 참다운 도리를 아는 사람이로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1.09.15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