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2부 장강의 영웅들 (33)

작성자미션|작성시간21.09.27|조회수131 목록 댓글 1

- 2부 장강의 영웅들 (33)

제 6권 꿈이여 세월이여

  •  


제 4장 흔들리는 진(晉)나라 (10)

진강공(秦康公)은 속전속결의 각오로 이번 전투에 임했다.
그래서 군량도 많이 가져오지 않았다. 그들은 매일 적진 앞으로 나가 싸움을 걸었으나 진군(晉軍)은 요지부동이었다. 답답하고 심란했다.

진강공은 참모 사회(士會)를 불러 물었다.
"그대는 진(晉)의 계책을 잘 알 것이오. 어찌 싸우면 진군을 격파할 수 있겠소?"
사회가 대답했다.
"지금 조순은 새 인물을 등용하여 그의 계책에 따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유변(臾騈)입니다. 유변은 지구전을 펴다가 우리가 지쳐 돌아가는 뒤를 칠 속셈이 분명합니다."

"저들을 끌어낼 묘안이 없겠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오?"

"세작의 보고에 의하면, 조순의 종제이자 진양공의 사위가 이번 싸움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조천(趙穿)인데, 상군 좌장을 자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자원하여 이 곳에 온 것은 공훈을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주공께서는 조천이 속해 있는 상군을 공격하십시오. 우리는 저들과 일전을 벌일 수가 있습니다."
사회의 말에 진강공(秦康公)은 크게 기뻐하며 건병을 불러 진(晉)나라 상군을 공격하게 했다.

연일 진군(秦軍)의 공격이 극렬했다.
진문 앞까지 다가와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상군대장 극결과 좌장 유변은 모르는 척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있던 편장 조천(趙穿)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군량을 쌓아놓고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결국은 적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유변(臾騈)이란 자는 어떤가? 적이 코앞에까지 와서 싸움을 거는데도 나가 싸우려 하지 않으니, 치마 두른 여자와 다를 바 무엇인가?"

한 편장이 대답했다.
"유변 좌장께서는 적을 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조천(趙穿)은 더욱 화가 났다.
"쥐새끼 같은 자에게 무슨 계책이 있단 말이냐? 그자는 죽을까 떨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나가 싸우지 않는다면 나는 단독으로라도 나가 진군(秦軍)과 사생결단을 낼 것이다."

조천(趙穿)은 자리를 차고 일어나 병차에 오르며 다른 장수들을 향해 외쳤다.
"용기 있는 장수는 나를 따라오라."
그러나 아무도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그는 평소 가까이 지내던 하군 좌장 서갑(胥甲)에게 사람을 보내어 말했다.

- 나와 함께 나가 공훈을 세웁시다.
서갑(胥甲)은 진양공의 사위이자 조순의 종제인 조천(趙穿)의 청을 거절하기 곤란했다. 그는 자신의 군사를 이끌고 진문을 나서며 말했다.
- 조천은 씩씩한 사람이다. 내 마땅히 그를 도우리라.
마침내 조천과 서갑은 합세하여 진군(秦軍)영채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상군대장 극결은 크게 놀라 곧 중군 원수 조순에게 보고했다. 조순(趙盾) 또한 놀라는 얼굴로 좌우 장수들을 둘러보았다.
"조천은 반드시 사로잡힐 것이다. 그는 선군의 사위니, 곧 경(卿)에 해당하는 지위다. 만일 진군이 조천을 사로잡아 싸움에 이겼다고 떠벌려대며 돌아간다면, 내 주공께 돌아가 뭐라 보고드릴 것인가? 할 수 없다. 전군은 나가 싸워라!"

그 무렵, 조천은 진(秦)의 건병과 어우러져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멀리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진강공은 사회의 계책대로 조천(趙穿)이 달려나오자 서걸술을 내보내 그를 잡아오게 하였다.

조천(趙穿)은 이내 건병과 서걸술의 협공을 받았다.
그는 열심히 싸웠으나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할 때 진군(晉軍) 영문이 열리면서 진나라 대군이 쏟아져 나왔다.

싸움은 전면전이 되어 혼전이 벌어졌다.
서로 찌르고 베고 하는 바람에 죽고 상하는 자가 무수히 생겨났다. 전세는 백중지세(伯仲之勢)였다.

이를 보고 있던 조순(趙盾)은 희생자가 더 많이 나올까 염려하여 얼른 금(金)을 쳤다. 금은 곧 징이다. 진강공 또한 쉽사리 이길 것 같지 않아 금을 울려 서걸술과 건병을 불러들였다.

본진으로 돌아온 조천(趙穿)은 불만이 컸다.
"내가 막 진군(秦軍)을 격파하려는데 어찌하여 금(金)을 울려 군사를 거두어들이시는 겁니까?"
조순이 조용한 어조로 그를 달랬다.

"진군(秦軍)은 강하다. 경솔히 싸울 일이 아니다. 나는 반드시 계책으로써 저들을 무찌를 것이다."
"계책, 계책 말만 해서 언제 적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조천이 비웃듯 말하고 있는데, 진군 진영에서 사자가 와 전서(戰書)를 전했다.

- 오늘 승패를 가리지 못했으니, 내일 다시 일전을 겨룹시다.
- 좋습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문후를 여쭙겠습니다.
조순(趙盾)은 이렇게 답신을 써 진강공에게 보내고 장수들을 불러 싸울 일을 의논했다.

그때 유변(臾騈)이 또 다른 계책을 내었다.
"제가 진군(秦軍)사자의 안색을 살피니, 그자의 눈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불안해 하였습니다. 이는 필시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밤 저들은 반드시 철군할 것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공격하면 적을 황하 강변까지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원수께서는 오늘 밤 야습하십시오."

"그 계책이 묘하다."
조순(趙盾)은 기뻐하며 각 장수들에게 야습 준비를 명했다.
이 계획을 하군 좌장 서갑이 조천에게 알려 주었다.

그러자 조천은 화를 버럭내며 군문 앞으로 나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군사는 들어라. 우리 진(晉)나라 군대는 강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고 밤에 몰래 적을 기습하려 하는 것이냐? 이것이 과연 용기 있는 군대가 할 짓인가."

야습의 첫째 조건은 보안이다.
그런데 조천은 멀리 숲 속까지 들릴 정도로 극비사항을 떠벌려댄 것이었다.
조순(趙盾)은 황급히 조천을 불러들여 모질게 야단을 쳤다.
"너는 어찌 우리의 기밀을 큰소리로 외쳐대는 것이냐? 근신하라."
그러고는 작전을 변경하여 그 날 밤의 야습을 취소했다.

그런데 실제로 진강공(秦康公)은 그 날 밤 감쪽같이 하곡에서 철군하여 황하를 건너 본국으로 돌아갔다. 유변의 지구전에 휘말려 군량이 바닥난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조순은 진강공의 철군 사실을 알았다.
그는 무릎을 치며 탄식했다.
"아깝구나. 진(秦)나라 군주를 사로잡을 기회를 놓쳤도다."
조순 또한 군대를 돌려 강성으로 돌아갔다.

그는 군사 기밀을 누설한 자에 대해 엄한 죄로 다스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조천(趙穿)은 이미 어린 진영공을 꼬드겨 조순을 달래줄 것을 부탁해 놓았다.

결국 조순(趙盾)은 조천의 죄는 불문에 부치고 하군 좌장 서갑만 처벌했다.
- 타국으로 나가라!
추방령이었다.
서갑은 위(衛)나라로 쫓겨났다.

서갑(胥甲)은 진문공 때의 공신인 서신의 아들이었다. 조순과는 같은 계파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서갑의 아들 서극(胥克)을 등용하여 하군 좌장으로 삼았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1.09.28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