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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장강의 영웅들 (35)

작성자미션|작성시간21.10.04|조회수149 목록 댓글 1

- 2부 장강의 영웅들 (35)

제 6권 꿈이여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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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흔들리는 진(晉)나라 (12)

황하를 건너 밤낮으로 수레를 몰아 옹성에 도착한 위수여(魏壽餘)는 진강공에게 알현을 청하며 호소했다.
"조순은 천하에 둘도 없는 악독한 독재자입니다. 지금 저의 처자는 모두 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는 겨우 진(晉)나라를 탈출하여 이 곳에 이르른 것입니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진강공(秦康公)은 의심이 일었다.
당하에 서 있는 사회를 향해 물었다.
"그대는 위수여의 말을 믿는가?"
그때 사회(士會)는 위수여 곁에 서 있었다. 흘깃 옆을 돌아본 후 대답했다.

"진(晉)나라 사람은 원래 속임수를 잘 씁니다. 주공께서는 그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만일 위수여(魏壽餘)가 진심으로 투항해왔다면 반드시 진(秦)나라에 이득이 되는 것을 가지고 왔을 것입니다. 먼저 그것을 알아보심이 좋겠습니다."

사회의 말이 끝나자마자 위수여(魏壽餘)는 소매 안에서 한 문서를 꺼내었다.
위읍의 토지와 인구 수를 세세히 기록한 장부였다. 위수여는 그 장부를 바치며 다시 간청했다.
"군후께서 저를 거두어 진(秦)에서 살게 해주신다면 이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위읍을 고스란히 군후께 바치겠습니다."

위(魏)땅을 바치겠다는 말에 진강공은 마음이 흔들렸다.
다시 사회를 향해 물었다.
"그대는 위수여(魏壽餘)가 위읍을 우리에게 바칠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사회가 막 대답하려고 하는데, 위수여가 슬쩍 사회의 발등을 밟았다.

순간 사회(士會)는 모든 것을 간파했다.
'이는 나를 빼내려는 계책이다.'
본래 사회는 진(秦)나라가 좋아서 옹성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늘 고국인 진(晉)나라를 그리워했다.

하지만 돌아갈 명분이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대진(對晉) 정책에 관해 진강공에게 조언하기 시작했다.
진(秦)나라가 진(晉)을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켜 자신을 진(晉)으로 끌어들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것이 마침내 결실을 거두었다. 진(晉)에서 도망쳐나온 위수여(魏壽餘)가 자신의 발등을 밟은 것이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회(士會)는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열정적인 마음이 되어 진강공에게 아뢰었다.

"지난날 효산 전투 이후 진(秦)과 진(晉)은 여러 해 동안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타국의 고을을 빼앗으려면 군사를 일으켜야 하고, 군사를 일으키면 피를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피를 흘리지 않고 적국의 고을을 얻는 것입니다. 이제 그러한 길이 눈앞에 다가왔으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사회(士會)는 흘깃 위수여를 돌아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다만, 주공께서 염려하신 대로 위읍에 남아 있는 위수여(魏壽餘)의 다른 부하들이 과연 우리에게 그 땅을 선뜻 내줄지는 의문입니다. 위수여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조순(趙盾)이 군대를 거느리고 와 보복하지나 않을까 겁을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수여, 그대의 계책대로 나는 진강공을 꼬드기고 있다.
내가 진(晉)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그대가 만들어라. 사회(士會)는 이렇게 위수여를 향해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위수여(魏壽餘) 또한 사회의 말뜻을 금방 알아들었다.
진강공을 향해 대답한다.
"위읍의 관리들은 비록 진(晉)의 신하지만, 실제로는 저의 직속 부하들이며 제 집안 사람들입니다. 군후께서 군대를 거느리고 하서(河西)까지 나와 후원만 해주신다면,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부하들을 설복시키겠습니다."

위수여의 대답을 들은 진강공(秦康公)은 비로소 모든 의심을 풀고 환하게 이를 드러냈다.
"알겠도다. 내가 사회(士會)와 함께 군대를 거느리고 하서(河西)로 나가 그대의 활약을 지켜보겠다."

진강공(秦康公)은 하서로 나갈 군대를 편성했다.
전투가 목적은 아니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서걸술(西乞術)을 부장에 임명하고 사회를 참모로 삼아 자신이 친히 군사를 지휘하기로 했다.

옹성을 출발하여 하서로 나갔다.
하서(河西)는 황하의 서쪽 땅으로, 지금의 섬서성 조읍현 동쪽 일대다.
진(秦)나라 영토다.

황하 어귀에 영채를 세우고 났을 때 전초병이 달려와 보고한다.
"강 건너 하동에 진(晉)나라 일지군(一枝軍)이 주둔해 있습니다. 진군(晉軍) 장수가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진강공이 의심의 눈길로 위수여를 돌아보자, 위수여(魏壽餘)가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제 부하들이 분명합니다. 진군(秦軍)이 침공하는 줄 알고 방어 태세를 갖춘 것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저들은 제가 진(秦)나라에 와 있는 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秦)나라 대부 중 진(晉)의 사정을 잘아는 분과 함께 제가 건너가서 저들을 설복하면 어찌 위읍의 관리와 백성들이 진(秦)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진강공은 위수여의 말을 믿고 사회를 불러 지시했다.
"그대는 원래 진(晉)나라 사람이며 그 나라 사정을 잘 아니, 위수여와 함께 황하를 건너가 진(秦)을 섬기면 어떤 이득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위읍 사람들에게 잘 선전하오."

그러나 사회(士會)는 선뜻 진강공의 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사려가 깊고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옹성에 남아 있는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이 알기로, 진(晉)나라 사람들은 음흉하고 성격이 승냥이 같아서 앞일을 측량할 수 없습니다. 만일 위수여(魏壽餘)의 투항이 진심이라면 다행이겠지만, 혹여 위수여가 본래부터 신을 잡아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는 그야말로 불행한 일입니다."

사회(士會)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되면 주공께서는 신을 배신자로 단정하여 신의 처자에게 벌을 내리실 것이 분명합니다. 신은 신대로 진(晉)에서 배신자라는 죄로 형벌을 받을 것이요, 신의 가족은 가족대로 주공의 손에 처벌을 받을 것이니, 신은 황하를 건너갈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다른 사람을 보내십시오."

진강공(秦康公)은 사회가 자신을 속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사회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사회(士會)를 안심시키기 위해 황하의 물을 바라보며 맹세했다.

"위수여가 배신을 하여 그대가 진(晉)나라 사람에게 붙잡히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나는 그대의 처자를 해치지 않고 진(晉)으로 돌려보내겠다. 이를 어길 시는 하백(河伯)에게 벌을 받으리로다!"

하백(河伯)은 황하의 신이다.
진강공의 이러한 맹세를 지켜본 사회(士會)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까, 아니면 미안한 마음을 품었을까.

그가 감읍하여 허리를 숙이려 하는데, 느닷없이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진강공에게 간했다.
"주공께서는 사회(士會)에게 속지 마십시오."
진(秦)나라 대부 요조(繞朝)였다.
진강공도 놀라고, 사회도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사회는 원래 진(晉)나라의 모사(謨士)입니다. 그를 황하 건너로 보내는 것은 마치 큰 고기를 바다로 내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사회(士會)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어찌하여 위수여의 말 한마디에 모사를 적국에 제공하시는 겁니까?"

진강공(秦康公)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일은 과인이 사회에게 부탁한 것이니, 그대는 염려하지 말라."
요조(繞朝)는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사회와 위수여는 진강공에게 절하고 수레에 올랐다.
그들이 막 진군 영문을 나서려 할 때였다.
"그대들은 잠깐만 기다리시오."
사회(士會)가 수레를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대부 요조였다.

요조(繞朝)는 그들 앞으로 다가와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말채찍이었다.
"무슨 뜻이오?"
사회가 물었다.
"그대는 우리 진(秦)나라에 지혜 있는 사람이 없다고 비웃지 마오. 나는 진(晉)나라 계책을 다 알고 있지만, 다만 우리 주공께 쓰이지 않았을뿐이오. 그대는 이 말채찍을 가지고 갔다가 속히 돌아오시오."

사회(士會)는 가슴이 뜨끔하여 얼떨결에 말채찍을 받았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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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1.10.06 晉나라와 秦나라의 두뇌싸움이 치열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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