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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장강의 영웅들 (38)

작성자미션|작성시간21.10.11|조회수169 목록 댓글 1

- 2부 장강의 영웅들 (38)

제 6권 꿈이여 세월이여

제 5장 난세의 군주들 (2)

초목왕(楚穆王)은 완전히 자신감을 가졌다.
그 이듬해 10월.
그는 궐맥(厥貊) 땅에서 회맹을 가졌다.
소집한 나라는 정, 채, 진(陳) 등 모두 초목왕에게 굴복한 나라들이었다.

투월초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 회맹 장소인 궐맥은 송(宋)나라 땅입니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적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회합을 가지십니까? 위험이 따를까 걱정입니다."

초목왕(楚穆王)은 대답 대신 위가를 돌아다보았다.
위가는 초목왕의 마음을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
"왕께서는 이번 기회에 송나라의 항복을 받아낼 작정이 아니신지요?"
"위가(蔿賈)야말로 과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로다."

투월초(鬪越椒)가 다시 물었다.
"궐맥에서 회맹을 갖는데, 어찌 송나라가 항복해온다는 것이오?"
"나중에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초목왕은 친위대를 거느리고 궐맥을 향해 출발했다.
그가 식(息) 땅을 지날 때였다.
들판 저 멀리서 일지 군마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정목공(鄭穆公)과 진공공(陳共公)이었다.
초목왕이 의아해서 물었다.
"원래 궐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두 군후는 어찌하여 이 곳 식(息) 땅으로 오는 게요?"

정목공(鄭穆公)과 진공공(陳共公)이 약속이나 한 듯 대답했다.
"왕께서 멀리까지 행차하시는데 어찌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군왕을 영접해 모시고 뒤따라가려고 이 곳에 나와 있었던 것입니다."
초목왕은 대단히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정목공과 진공공의 호위를 받으며 궐맥 땅에 이르렀다.
그 곳에는 이미 채장공(蔡莊公)이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초목왕을 영접했다.
그런데 그 영접하는 태도가 예사가 아니었다. 무릎을 꿇고 공손히 재배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영락없는 천자에 대한 예(禮)였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고 정목공(鄭穆公)과 진공공(陳共公)은 눈을 휘둥그레떴다.
두 사람은 낮은 말로 속삭였다.
"채장공(蔡莊公)이 저렇듯 몸을 낮추어 초왕을 대접하는구려. 초왕이 우리를 채장공보다 예가 없다고 꾸짖을까 염려되오."
"내게 좋은 생각이 있소."

두 나라 임금은 초목왕 앞으로 나가 말했다.
"이 곳 궐맥은 송나라 땅입니다. 왕께서 이곳까지 납시셨는데, 송공(宋公)이 나와 영접하지 않으니 참으로 괘씸합니다. 저희 두 나라가 왕을 위해 송나라의 버릇을 고쳐놓겠습니다."

초목왕(楚穆王)의 입이 연신 벙긋대었다.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뜻이 송(宋)나라를 치기 위한 것이었음을 두 군후는 어찌 알았소?"
정목공과 진공공은 병차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때 송나라는 송성공이 죽고 그 아들 송소공(宋昭公)이 군위에 오른 지 3년째였다. 겨우 내정이 안정되어갈 무렵이었다. 송소공은 초목왕이 정, 채. 진(陳) 세 나라와 함께 회합을 갖고 송(宋)나라를 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대부 화어사(華御事)가 송소공에게 아뢰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지 않으면 망한다고 했습니다. 백성들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싸울 까닭이 없습니다. 저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먼저 화평을 청하십시오."

송소공(宋昭公)은 화어사의 말을 좇기로 했다.
수레를 타고 지체없이 궐맥 땅으로 향했다.
"왕께서 송나라 땅을 밟으시니 광영입니다. 이제 제가 사냥 준비를 해왔으니, 왕께서는 마음껏 사냥을 즐기십시오."

사냥을 하라 함은 언제든 마음놓고 송나라 땅을 출입하라는 항복의 표시였다.
"송공(宋公) 또한 시국을 잘 따를 줄 아는구려."
모든 것이 뜻한 바대로 된 초목왕(楚穆王)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는 곧 사냥터인 맹제(孟諸) 땅으로 향했다.
그때의 행렬이 또한 가관이었다. 진공공이 전대(前隊)가 되어 앞을 인도했고, 송소공은 우익(右翼)이 되었으며, 정목공은 좌익이 되었다.
채장공(蔡莊公)은 자청하여 후대(後隊)를 맡아 초목왕을 호위했다.
마치 천자를 모시는 듯한 행렬이었다.

맹제 땅에 당도한 날 저녁, 초목왕(楚穆王)이 각 군후를 불러 지시했다.
"제후들은 내일 새벽까지 사냥 준비를 마치되, 송공(宋公)은 언제고 불을 피울 수 있도록 병차 안에 부싯돌을 준비하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사냥이 시작되었다.
초목왕(楚穆王)은 신바람이 나서 덤불 사이를 달렸다.
여러 마리의 여우 떼를 발견했다. 여우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달아나던 여우들이 일제히 굴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초목왕(楚穆王)은 송소공을 불러 지시했다.
"속히 불을 피우시오."
그런데 송소공의 신하들이 부싯돌을 준비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
송소공(宋昭公)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초목왕 앞으로 나가 용서를 빌었다.

초나라 좌사마인 신무외(申無畏)가 앞으로 나서며 아뢰었다.
"송공은 왕의 명령을 어겼습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송공에게 형벌을 내리십시오."
주변 사람이 나서서 만류했다.
"한 나라의 군주에게 수치를 안겨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초목왕이 네 나라 임금을 돌아보며 외쳤다.
"좌사마 신무외(申無畏)의 말이 맞다. 신무외는 송공(宋公)의 어자를 잡아다 벌을 내려라."

군주를 직접 벌할 수 없음은 당시의 법도였다.
초목왕(楚穆王)은 송소공을 대신하여 그 어자를 엎어놓고 곤장 3백 대를 쳤다.
어자는 반죽음을 당하여 끌려나갔다.
이만저만한 치욕이 아니었으나 송소공(宋昭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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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1.10.14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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