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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장강의 영웅들 (88)

작성자미션|작성시간22.02.25|조회수162 목록 댓글 1

- 2부 장강의 영웅들 (88)

제7권 영웅의 후예들


제11장 결초보은(結草報恩) (7)

풍서의 죽음과 노적의 멸망은 진(晉)과 라이벌인 진(秦)나라에게 상당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주변 적족과 융족들에 대한 영향력도 상실했거니와 그 곳에서 들어오던 수많은 진상품이 하루아침에 끊겨진 것이었다.

- 진(晉)나라를 쳐서 노적의 원수를 갚아주리라!
진환공(秦桓公)은 이같이 선언하고 군대를 일으켜 진나라 영토인 보씨 땅을 공격했다. 보씨(輔氏)는 섬서성 조읍현 서북쪽 땅으로 진(秦)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었다.

뜻밖의 기습을 받은 진군(晉軍)은 패배를 당하고 보씨 땅을 그대로 진군(秦軍)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강성의 진경공은 크게 분노했다.
- 그 동안 우리가 진(秦)나라에 대해 섭섭하게 대한 적이 없는데, 저들이 노적을 위해 우리 영토를 침공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진경공(晉景公)은 친히 군대를 이끌고 직(稷) 땅으로 나갔다.
직 땅은 지금의 산서성 직산현 남쪽 일대로, 직산(稷山)이라고도 했다.

진경공(晉景公)이 일단 그 곳에 멈추고 군사와 병차를 재정돈했을 때 한 장수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진(秦)나라는 이번 침공에서 겨우 보씨 땅만을 빼앗고 돌아갔을 뿐입니다. 주공께서 친히 나설 만한 싸움이 아닙니다. 신에게 일지군마를 내주시면 신(臣) 혼자서 능히 보씨(輔氏) 땅을 탈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진군 부장 위과(魏顆)였다.
위과는 진문공 때의 공신 위주(魏犨)의 아들이자 필의 전투에 참가한 바 있는 위기(魏錡)의 형이다. 선대의 공신들인 조쇠, 선진, 호언, 호모 등의 자손이 모두 번창한 반면 유독 위주의 후손만은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것이 위과, 위기 형제로서는 못내 아쉬웠다.

위과(魏顆)의 자원에 진경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는 이 곳에 머물며 후원할 터이니, 그대는 병차 1백 승을 거느리고 진군(秦軍)에게 우리의 용맹을 보여주고 오시오."
위과는 진경공이 내준 1백 승의 병차를 휘몰아 보씨 땅을 향해 진격했다. 그들이 보씨의 못(澤)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문득 저편 아득한 곳에서 누런 먼지가 일었다.
먼지는 하늘의 해를 가릴 만큼 컸다. 지축을 뒤흔들 듯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위과(魏顆)는 그 위용에 눌렸다.

"저들은 진군(秦軍)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장이 누구기에 저렇듯 기세가 충천한가?"
척후병 하나가 나는 듯이 달려와 고했다.
"큰일났습니다. 진(秦)나라 대장 두회(杜回)가 보씨 땅을 지키기 위해 이리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두회(杜回)는 진(秦)나라 명장 백리시와 건병의 뒤를 이을 만큼 유명한 장수였다.
특히 그는 힘이 센 것으로 소문이 났다. 이는 강철 같았고, 튀어나온 눈동자는 기묘한 광채를 발했다. 주먹은 구리쇠로 만든 망치 같았고, 뺨은 쇠로 만든 방패 같았으며, 거한(巨漢)이었다.

두회는 원래 백적(白翟)사람이다.
일찍이 청미산이란 곳에서 하루 나절에 호랑이 다섯 마리를 맨손으로 때려잡아 그 가죽을 벗겨 온일이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진환공(秦桓公)은 두회를 불러다 차우(車右)로 삼았다. 그 후 그는 군사 3백 명을 거느리고 차아산에 가서 산적 1만여 명을 때려부쉈다. 이때부터 두회(杜回)의 이름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위과도 이런 두회의 명성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얼굴색이 해쓱해졌다.
"두회(杜回)라는 자가 보씨 땅을 지키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위과(魏顆)는 행군을 멈추고 군사와 병차를 벌여 두회에 맞설 진용을 갖추었다.

그러나 진군 대장 두회(杜回)는 진을 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는 말도 병차도 타지 않았다. 다만 직속 부하인 용사 3백 명만을 거느린 채 뚜벅뚜벅 걸어서 곧장 진군(晉軍)을 향해 쳐들어왔다. 그런데 그 위세가 마치 태산같았다.

두회(杜回)는 120근이 넘는 개산대부(開山大斧)를 바람개비 돌리듯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진군(晉軍)을 후려갈겼다.
진나라 병사들은 거인의 흉악한 모습과 도끼의 위력에 눌려 타작 맞은 콩깍지처럼 이리 튕기고 저리 튕겨 날아갔다.

위과와 그 군사들은 불과 3백에 불과하는 두회(杜回)와 그 부하들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들은 누가 지시도 내리지 않았는데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위과(魏顆)는 20리를 후퇴한 끝에 겨우 군사와 병차를 수습했다. 진군은 두회가 쫓아오기 전에 영채를 굳게 쌓았다.

다음날, 두회는 여전히 3백 도부수(刀斧手)를 거느리고 그 곳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위과(魏顆)는 영문을 굳게 닫아건 채 일절 나가 싸우지 않았다. 두회와 도끼부대가 갖은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들은 귀를 틀어막고 영내에만 특어박혔다.

그러할 때 직산에서 응원군이 왔다.
응원군을 거느리고 온 장수는 다름아닌 동생 위기(魏錡)였다.
"주공께선 혹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특별히 저를 형님에게 보내셨습니다."
위과(魏顆)는 이때처럼 동생 위기가 반가운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을 보내 주공께 원병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두회(杜回)라는 자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위기(魏錡)는 형의 말을 믿지 않았다.
"형님께서도 이제 늙으셨구려. 두회라는 자가 용맹한들 얼마나 용맹하겠습니까? 제가 내일 그놈을 쳐서 사로잡아오겠습니다."

이튿날이었다. 두회(杜回)가 또 영채 앞으로 와 싸움을 걸었다.
위기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데리고 온 군사들과 함께 영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위과가 만류했으나 위기(魏錡)는 이미 밖으로 나간 뒤였다.

두회는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지략까지 쓸 줄 알았다.
그는 영문이 열리며 위기(魏錡)와 그 군사들이 달려나오자 놀란 척하며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진군(晉軍)은 신이 나서 역시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는 진군(秦軍)의 뒤를 쫓았다.
그러던 한순간이었다. 별안간 두회(杜回)가 크게 포효했다.
"우우 -!"
이것이 신호였다. 어디선가 3백 도끼부대가 일제히 달려나와 진군(晉軍)을 닥치는 대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위기와 군사들은 흩어져 달아나넌 진군(秦軍)을 뒤쫓는 중이었기 때문에 힘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었다.
"두회(杜回)만을 노려라. 나머지는 쫓을 필요가 없다!"
위기가 이렇게 외쳤으나 이미 두회와 도끼부대는 하나의 거대한 괴물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고 난 뒤였다.

두회를 노리고 달려들던 진군(晉軍)은 오히려 하나하나 그들에 의해 꼬꾸라졌다. 영채 안에 있던 위과(魏顆)가 달려나와 구출하지 않았던들 위기와 그 군사들은 고스란히 전멸당할 뻔했다.

위기(魏錡)는 형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우리 힘으론 도저히 저들을 무찌를 수가 없겠습니다."
"주공께는 보씨 땅을 되찾아오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참으로 야단났구나."

그 날 밤, 위과(魏顆)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했다.
군막 안을 서성거리며 이리 생각하고 저리 궁리했으나, 두회를 꺾을 만한 계책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삼경이 훨씬 넘어서야 그는 침상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때 그의 귓전에 한 음성이 들려왔다.
"청초파(靑草坡)! 청초파! 청초파!"
위과는 소리에 놀라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군막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꿈이었나? 분명 누군가가 내 귀에다 대고 청초파라고 말했는데......?'

그는 다시 침상에 누웠다.
막 잠이 들려는데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초파!"
위과(魏顆)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 위기를 불러 방금 전의 일을 들려준 후 물었다.
"청초파가 무엇일까?"
위기(魏錡)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10여 리에 걸쳐 길게 이어진 보씨의 못 주변으로 청초파라는 둑방이 있는데, 혹 그 곳을 말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그사람은 누구이며, 어째서 청초파(靑草坡)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일가?"
"신인(神人)이 형님을 돕기 위해 꿈속에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겟습니다. 예컨대, 진군(秦軍)을 청초파로 유인하여 싸우면 이길 것이다. 이렇게 말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찌 되었건 꿈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녘에 제가 일지군을 거느리고 미리 청초파에 가서 매복하고 있을 터이니, 형님께서는 날이 새거든 진군(秦軍)을 유인해오십시오. 좌우에서 협공하면 두회(杜回)를 무찌를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해보자."
그 날 새벽, 위기(魏錡)는 자신의 군사를 거느리고 청초파로 향했다.

날이 밝자 위과(魏顆)는 군사들을 불러놓고 지시했다.
"모두 짐을 꾸려라. 후퇴하는 척하며 진군(秦軍)을 청초파로 유인하라. 그 곳에서 일전을 벌이리라!"

군사들은 일제히 영채를 뽑아 회군하는 척했다.
아니나다를까. 두회는 전군을 거느리고 회군하는 진군(晉軍)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위과(魏顆)는 한편으로는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달아나면서 두회를 점점 청초파로 유인했다.

이윽고 그들이 청초파에 이르렀을 때였다.
둑방 저편에서 포성이 크게 일며 위기(魏錡)의 복병이 일시에 달려나왔다.
그에 맞춰 위과(魏顆)도 병차를 돌려 추격하던 진군(秦軍)을 향해 달려들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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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2.02.28 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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