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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장강의 영웅들 (91)

작성자미션|작성시간22.03.05|조회수147 목록 댓글 1

- 2부 장강의 영웅들 (91)

제7권 영웅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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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결초보은(結草報恩) (10)

진경공(晉景公)은 여전히 패자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를 비롯한 여러 중신들을 불러 물었다.
"이제 회맹을 가져도 되겠소?"
"가(可)합니다."

사회의 선선한 대답에 진경공(晉景公)은 어린애처럼 기뻐하며 다시 물었다.
"장소는 어디쯤이 적당하겠소?"
"단도(斷道) 정도면 무난할 것입니다."
단도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적족 땅이었으나 순림보와 사회에게 정벌당함으로써 진(晉)나라 영토로 흡수, 통합되었다.
지금의 산서성 심현 동남쪽 일대다.

"우리의 위용을 과시하자는 뜻이로군. 어느 나라들을 초빙하는 것이 좋겠소?"
진경공의 연이은 물음에 이번에는 상군 대장 극극(郤克)이 대답했다.
"지금 우리 진나라에게 의지하고 있는 나라는 위(衛), 조(曹), 주(邾) 등 서너 나라에 불과합니다. 이들만으로는 회맹을 가져도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초(楚)나라가 패자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그들도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방의 대국인 제나라가 아직 그들에게 복종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회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齊)나라를 끌어들여야만 합니다."

춘추시대 중기에 해당하는 이 무렵의 중원 판도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4강(强)으로 압축할 수 있다. 진(晉), 초(楚), 진(秦), 제(齊)나라가 바로 그것이다.

그 중 북쪽의 진(晉)나라와 남쪽의 초(楚)나라는 초강대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 서쪽의 진(秦)나라와 동쪽의 제(齊)나라가 대국의 위세를 유지하고 있다. 진(秦)과 제나라가 비록 진(晉)과 초나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역시 패권(覇權)을 향한 야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제(齊)나라는 초대 패공을 탄생시킨 전통의 나라로서 한시도 과거의 영광을 잊어본 적이 없다. 진(晉)이나 초에 전혀 꿀릴 것이 없다는 자긍심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秦)이나 제(齊)나라를 끌어들이는 나라가 패권을 잡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극극(郤克)이 제나라를 운운한 것은 바로 이러한 열강들의 역학 관계를 정확히 꿰뚫어보았기 때문이었다.
"주공께서 백업(伯業)을 회복하실 생각이시라면, 지금이라도 제(齊)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친선을 맺고 이번 회맹의 참석을 권유해야 할 것입니다."
극극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말을 맺었다.

진경공(晉景公)은 흡족한 마음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씀이오. 말이 나온 김에 아예 그대가 이번 임무를 맡아주는 것이 어떻소?"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는 길에 노(魯)나라에도 들려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주공의 말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극극은 정사(正使)가 되고, 난경려(欒京廬)는 부사(副使)가 되어 제, 노나라를 향해 떠나갔다.
그런데 이 여정이 중원에 또 하나의 풍운을 일으킬 줄이야.


- 사람의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일반 개인에 대해서도 이러하거니와 하물며 나라의 중차대한 임무를 띤 사신의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조차 없는 말이다.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면 극극(郤克)의 이번 제나라 방문은 진(晉)과 제(齊)나라 간에 돌이킬 수 없는 풍운을 일으켰다.

앞서 얘기했듯이 극극(郤克)은 등에 커다란 혹이 솟아난 꼽추였다. 이로 인해 그는 어릴 적부터 상당히 신경질적이었으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 사람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이러한 성품은 진(晉)나라 제2의 서열에 오른 후에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남보다 더 권력에 대한 야망을 불태웠던 것도 이런 신체적 결함의 콤플렉스에 기인한 것인지도 몰랐다.

극극(郤克)이 제나라 수도 임치를 향해 출발한 것은 BC 592년(진경공 8년) 봄이었다. 제나라로 가는 길에 노나라가 있다. 극극의 이번 방문 목적은 가능한한 많은 제후들을 단도(斷道) 회맹에 초청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먼저 노나라 수도 곡부(曲阜)로 들어갔다.

"좋은 일이오. 반드시 참석하겠소."
노나라 군주 노선공(魯宣公)은 흔쾌히 수락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극극(郤克)이 임치로 향하기 위해 곡부를 떠나려는데 노선공이 말했다.

"마침 우리도 제(齊)나라에 친선 사절을 보내려던 참이었소. 기왕이면 함께 가는 것이 좋지 않겠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극극(郤克)은 하루를 더 기다려 노나라 사신으로 임명된 상경 계손행보(季孫行父)와 함께 길을 떠났다.

두 사람이 임치성 교외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들은 뜻밖으로 위나라 상경 손양부(孫良夫)와 조나라 대부 공자 수(首)를 만났다. 그들 또한 우호 사절로서 제나라 군주를 만나기 위해 임치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극극을 비롯한 진(晉), 노(魯), 위(衛), 조(曹) 네 나라 사신은 생각지도 않은 만남을 서로 기뻐하며 함께 성으로 들어가 제나라측에서 제공한 객관에 여장을 풀었다.

그런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진나라 사신인 극극(郤克)이 꼽추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나라 사신 계손행보(季孫行父)는 다리를 심하게 저는 절름발이였고, 위나라 사신 손양부(孫良父)는 애꾸눈이었으며, 조나라 사신 공자 수(首)는 머리털 하나 없는 대머리였던 것이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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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2.03.11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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