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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장강의 영웅들 (100)

작성자미션|작성시간22.03.23|조회수193 목록 댓글 2

- 2부 장강의 영웅들 (100)

제7권 영웅의 후예들

 


제 13장 제(齊). 진(晉), 크게 싸우다 (2)

사회(士會)와 극극(郤克)은 오래 전부터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다.
특히 자존심이 강한 극극으로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사람이 바로 사회였다.
진(晉)나라 내에서 극극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사회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그들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은 극극이 임치에 다녀오고 난 뒤부터였다. 제(齊)나라를 치려는 극극을 사회가 강력하게 저지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되었다. 극극(郤克)은 불만이 여간 크지 않았다.
'제나라 따위를 두려워할 까닭이 무엇 있는가?'

그러나 드러내놓고 사회(士會)의 뜻에 거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계획한 것이 제나라 숙영지 습격. 그러할 때 사회가 극극의 군막에 나타난 것이었다.

극극(郤克)은 눈을 빛내며 사회의 눈치를 살폈다.
사회는 그러한 극극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 단도 회맹은 우리 진(晉)나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소. 만일 우리가 제(齊)나라 사신에게 해를 입힌다면 다음부터 어느 나라가 마음놓고 회동에 참석하겠소? 극극, 결코 진나라의 덕을 손상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되오."

그러나 극극(郤克)으로서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경(卿)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번 회맹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더욱 제나라를 쳐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제(齊)나라는 우리의 이번 회맹을 망쳐놓은 장본인입니다."

"제가 임치에서 당한 수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각 나라 제후들이 모이는 회맹에 하급 대부가 웬말입니까? 이미 이번 회맹은 제(齊)나라 때문에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극극(郤克)의 이 말은 사회의 약점을 꼬집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 단도(斷道) 회맹은 제나라를 끌어들이기 위한 회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제경공은 관례를 무시하고 하급 대부를 대리인으로 파견했다. 이는 곧 회맹의 실패를 뜻함이요, 그 책임은 이번 일을 주관한 재상 사회(士會)에게 있는 것이었다.

- 나는 제(齊)나라를 침으로써 그 책임을 면하게 해주려는 것이오.
단적으로 말하면 극극은 이렇게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사회(士會)가 극극의 말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그는 한동안 회한의 표정을 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 말이 옳소. 이번 회맹은 실패요. 그래서 나는 회맹이 끝나는 대로 그 책임을 지기로 결심했소. 그러니 그대도 회맹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제(齊)나라 사신에게 손을 대지 마시오."
극극(郤克)은 사회가 묘한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극극(郤克)의 눈동자가 한결 반짝거렸다.
"책임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대는 누구보다도 내 말을 잘 알 것이오. 그러니 회맹이 끝날때까지는 내 말에 따르시오. 그 후에는 그대가 알아서 처리하시오."

극극(郤克)은 사회의 말뜻을 겨우 알아들었다.
'아!'
사회(士會)는 은퇴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재상 겸 중군 원수자리는 차석인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극극(郤克)은 가슴 한구석이 떨려옴을 어쩌지 못했다.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자신이 임치에서 당한 모욕과 수치가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럴수록 극극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경께서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회(士會)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나는 그 동안 내 할 일을 다했소. 앞으로의 시대는 그대들 힘으로 개척해나가시오."
말을 마치자 사회는 몸을 돌려 군막을 나갔다.

극극(郤克)은 사회를 배웅하는 것도 잊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전 사회가 선언하듯 던진 말이 아직 실감나지 않았다.
'재상........내가 재상이 된다?'
극극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때까지도 극지(郤至)는 그 앞에 서 있었다.
극극은 노래하듯 극지를 향해 지시했다.
"오늘 밤 일은 취소다. 모든 계획은 회맹이 끝난 후로 미루겠다."


안약(晏弱)은 초긴장 상태로 철통 같은 방비 태세를 갖추었지만, 끝내 극극의 습격은 없었다.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 아침 해가 동쪽 고원으로 붉게 떠올랐다.
"휴 - "
밤을 새운 안약은 벌겋게 충혈된 눈을 들어 일출을 바라보았다.

채조(蔡朝)와 남곽언(南郭偃)이 그 곁에 서 있었다.
"헛소문이었군요."
"글쎄.....그럴까?"
안약(晏弱)은 고개를 갸웃 흔들었다.

그가 알기로 극극(郤克)은 집요한 사내였다.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성격이었다.
'변화가 일고 있는 거다. 무엇일까?'
그 변화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인지, 아니면 불리한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안약(晏弱)은 자신이 미로 안에 갇혀 출구를 찾으려고 바둥거리는 생쥐 꼴이라고 생각했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이후 - 2부 장강의 영웅들 (101)편 부터는 아랫쪽 ''싸이버소설연재''란으로 옮겨서, 날마다 1편씩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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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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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지존58 | 작성시간 22.03.24 감사합니다~.^
  • 작성자부탄 | 작성시간 22.03.25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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