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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196

작성자주태백|작성시간26.06.20|조회수58 목록 댓글 0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196)의형제

입력 : 2017-09-13 00:00 수정 : 2017-09-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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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에 첩살림까지 차린 신랑

병 얻은 뒤 반송장돼 돌아와 유 초시와 훈장이 간호하는데 …
 

 


혼례를 올리고 춘하추동을 한바퀴 돌기도 전에 신랑이란 게 기생집을 들락거리더니 동기 머리를 올려주고 첩살림을 차렸다.

양반집으로 시집온 지 한해도 지나지 않아 함안댁은 속이 숯이 됐다.

허구한 날 신랑과 어울려다니는 친구들도 모두가 양반입네 넓은 갓을 쓰고 사랑방에 앉아 시조를 짓고 고담준론을 나누지만 밤만 되면 개차반이 된다.

유 초시는 조부가 당상관을 지낸 명문대갓집 대주로 어릴 적부터 신랑과 서당에서 함께 공부하며 의형제를 맺은 사이다.

신랑과 친한 또 다른 친구는 서당훈장이다.

조선팔도를 유람하던 선비 하나가 이곳 진주에 발길이 닿았다가 하도 명필이라 유림들이 그를 잡아 주저앉혀 훈장이 됐다.

신랑과 유 초시, 훈장은 항상 어울려다니며 낮에는 양반 행세를 하고 밤이면 술독에 빠졌다가 기생 배 위에서 엎어져 잤다.

그러다가 신랑이 병이 났다.

석달이 지난 어느 날, 첩은 집문서를 팔아넘기고 야반도주를 했다.

이튿날 유 초시가 함안댁을 찾아와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머슴 덕보를 데리고 가더니 신랑을

업고 왔다.

함안댁은 기가 막혔다.

싱싱할 때는 첩년 치마폭에 싸여 살더니 병이 나서 반송장이 되자 함안댁이 떠맡게 됐다.

사랑방에 눕혀놓자 유 초시와 훈장이 뻔질나게 드나들어 아예 낮이나 밤이나 대문을 열어놨다.

어떤 날은 의원이 오고, 어떤 날은 유 초시가 심마니를 데려와 삼베 보자기를 풀어 이끼에 싸인 산삼 세뿌리를 꺼내 푹 달여서 축 늘어진 신랑 입에 넣어줬다.

유 초시와 훈장은 신랑을 지극정성으로 간병했다.

사랑방에서 함께 자는 게 예사였다.

‘남자들의 우정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고 함안댁은 감복했다.

친구들이 신랑을 돌보는 덕택에 함안댁이 훨씬 편해졌다.

신랑이 기생집을 쏘다닐 적에 신랑보다 그 친구들을 더 미워했던 일을 후회했다.

친구들의 염원도 외면한 채 신랑의 병세는 깊어만 갔다.

피를 토하고 곡기를 끊더니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에 눈을 감았다.

함안댁은 이 집으로 시집와 신혼의 달콤함도 맛보지 못했고 항상 애만 태워 신랑이 죽어도 가슴에 북받치는 슬픔이 없었다.

남의 눈이 무서워 우는 척만 했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 초시와 훈장은 구곡간장이 끊어지듯 땅을 치며 울었다.

두사람은 상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이하고 모든 장례를 상주처럼 빈틈없이 치러냈다.

칠일장을 치르고 삼우제를 지내고 함안댁이 사랑방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신랑이 누웠던 요 밑에서 유서가 나왔는데, 요지는 유 초시에게 8000냥을 빌렸으니 논밭을 팔아서라도 갚으라는 것이다.

필체는 틀림없는 신랑 글씨다.

함안댁은 앞이 캄캄해졌다.

논밭을 다 팔고 이 집을 팔아도 8000냥을 만들 수 없는 노릇이다.

함안댁은 유서를 들고 훈장을 찾아갔다.

훈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삼과 우황을 사느라 유 초시가 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낙담해 실신할 것 같은 함안댁에게 훈장이 묘한 말을 했다.

유 초시가 함안댁에게 땅문서·집문서를 받았다 해서 함안댁을 쫓아낼 일이야 없을 테고, 유 초시가 함안댁네에 출입만 하면 될 것이라 했다.

함안댁이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하니 재산 모두 유 초시에게 바치고 유 초시 첩이 되라는 소리다.

집에 와 부엌에서 냉수 한사발을 마시고 퍼질러앉아 울고 있는데,

나뭇짐을 지고 머슴 덕보가 들어왔다.

함안댁이 눈물을 닦고 “이 사람아, 자네 새경을 아직도 못 줘서….”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년에 받아도 되고, 먼 훗날 받아도 됩니다.”

함안댁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여보게, 산삼 한뿌리에 얼마나 하는가?” 덕보가 깜짝 놀랄 말을 했다.

“제가 마님댁에 들어오기 전에 심마니를 따라다닌 적이 있습니다.

나으리가 병석에 있을 때 달여준 것은 산삼이 아니라 산양삼이었습니다.

한뿌리에 세냥도 하지 않습니다.”

함안댁이 튀어오르듯이 안방으로 들어가 장롱 속에서 유서를 꺼내 자세히 보니 신랑 필체와 흡사했지만 삼수변의 마지막 획이 급하게 치켜올라간 게 달랐다.

곧바로 사또에게 달려갔다.

예방이 죽은 신랑의 필체와 유서의 필체를 보더니 다르다고 판정했다.

곤장 열대에 유 초시가 털어놨다.

가짜 유서와 유 초시가 가진 차용증은 훈장이 썼다는 것.

훈장도 곤장 열대에 고향 무산에서 사문서 위조를 했다가 들통이나 도망쳐서 이곳저곳 흘러다녔다는 걸 제 입으로 불었다.

유 초시와 훈장은 옥에 갇히고, 함안댁은 “퉤퉤, 양반놈들!” 한마디 뱉고는 가산을 정리해 덕보와 함께 어디론가 멀리멀리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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