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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실존 인물은 '노인 도적'… 소설 속 '청년 의적'과 달라

작성자미션|작성시간23.08.24|조회수465 목록 댓글 0

📚 홍길동 실존 인물은 '노인 도적'… 소설 속 '청년 의적'과 달라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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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그래픽=안병현


최근 학계에서 "한글 소설 ' #홍길동전 '은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조선 중기 문신 #허균 (1569~1618)의 작품이 아니다"란 주장이 나왔다고 해요. 사실 대다수 한글 소설이 그렇듯, '홍길동전'도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요. 하지만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허균이 해당 소설을 쓴 것으로 알려져온 것이죠. 그런데 허균이 살던 시대엔 아직 그런 형식의 #한글소설 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허균이 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허균이 썼다는 '홍길동전'은 무엇일까요? 현재 전해지진 않지만, 실존 인물인 '홍길동'의 일대기를 쓴 #한문소설 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홍길동이 실존 인물이었다니 놀랍지 않은가요? 그는 누구였을까요?



연산군 시절 도적 떼의 우두머리

"강도 홍길동을 잡았다고 하니 기쁨을 견딜 수 없습니다. 백성을 위해 해독을 제거하는 일이 이보다 큰 것이 없으니, 청컨대 이 시기에 그 무리들을 다 잡도록 하소서."

1500년( #연산군 6년) 10월 22일 영의정 한치형 등이 임금에게 이렇게 아뢴 내용이 #조선왕조실록 에 기록돼 있습니다. 홍길동은 연산군(재위 1494~1506) 시절 충청도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도적 떼의 우두머리였어요.

#명종#임꺽정 ,

#숙종#장길산 과 함께 '조선 왕조 3대 도적'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실록의 다른 기록에는 홍길동이 옥정자(갓 꼭대기에 옥으로 만들어 단 장식)와 홍대(겉옷에 두르는 붉은 띠) 차림으로 스스로 '첨지'(정 3품 관직)라 부르며 대낮에 떼를 지어 무기를 가지고 지방 관아에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큰 세력을 떨쳤다고 나와요.

하지만 역사 인물 홍길동이 소설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준 의적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폭군 연산군에게 맞섰으니 의적 아니었겠느냐'고 보기도 하지만, 실록에는 홍길동 체포 13년 뒤 "충청도는 홍길동이 도둑질한 이후 유망(流亡·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회복되지 못해 세금을 거두기 어렵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백성의 피해도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홍길동은 한양의 의금부로 압송돼 조사받았고 이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살아남아 #유구 (현재 일본 #오키나와 )로 이주했다'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실록에는 그가 탈옥했다는 확실한 기록이 없습니다.



'노인 도적' 홍길동

우리는 보통 홍길동이라고 하면 수염도 채 나지 않은 소년이나 청년의 모습을 떠올려요. 소설 '홍길동전'에서 어렸을 때 집을 나오는 것으로 설정했고, 신동우 화백의 만화 '풍운아 홍길동'(1965~1969)이나 신동헌 감독의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 같은 작품들이 다 청년으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산군 때 실존 인물 홍길동은 청년 시절이 아니라 노년 시절 잡히기 직전 몇 년 동안 주로 도적 활동을 했다고 해요. 그의 정확한 출생·사망 연도는 전해지지 않지만 추정해볼 수 있어요. 홍길동의 아버지로 알려진 홍상직은 무관직을 지낸 양반인데, 1424년(세종 6년) 사망했어요. 설사 홍길동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별세했다 해도 홍길동은 1425년생인데, 그렇다면 1500년 체포됐을 땐 최소 76세가 됩니다. 홍길동이 1443년생이란 주장도 있어요. 그렇다면 체포될 땐 58세로 당시로선 고령이었죠. 소설 속 '청년 도적'이 실제 역사에서는 '노인 도적'이었을 가능성이 큰 셈이에요.



소설에선 탐관오리 혼내주는 의적

그랬던 실존 인물 홍길동이 조선 후기에 유행한 한글 소설 '홍길동전'에서는 새로운 인물로 거듭납니다. 실제 홍길동이 #신출귀몰 하게 활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는데, 이를 토대로 '도술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탐관오리 (백성을 괴롭히는 나쁜 관리)들을 혼내주는' 정의로운 캐릭터로 묘사된 것이죠.

여기에 당시 본처 자식(적자)과 첩의 자식(서자) 간 차별 극복뿐 아니라 계급 타파, 빈민 구제, 새로운 사회 건설 같은 백성의 꿈이 깃든 '사회 혁명적인 소설'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비천한 신분이었던 홍길동이 바다 건너 ' #율도국 '이라는 곳에서 왕이 된다는 것은 당시 #조선사회 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사회비판 적이고 #계몽 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얘기예요. 반대로 '결국 체제에 순응한 영웅이 펼치는 오락적 이야기'란 해석도 있습니다. 결국 소설 '홍길동전' 속 홍길동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을 뿐 거의 새롭게 창작된 캐릭터로 봐야 합니다.



한글 소설, 허균 작품 아니라는 주장도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이 아니었다'는 최근 학계의 주장은 어떤 이야기일까요? 이윤석 전 연세대 교수는 "한글 소설의 발전 단계로 볼 때 '홍길동전'은 #선조#광해군 때 살았던 허균이 쓸 수 없는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조선 시대 중국 소설을 번역하다가 한글 소설이 나왔고, 이것이 #세책점 (도서 대여점)을 중심으로 민간에 확산됐는데, 대략 허균이 살았던 때보다 200년 가까이 지난 18세기 후반에 가서야 홍길동전 같은 새로운 형식의 한글 소설이 창작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주장이 반영돼 최근 펭귄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영문판 '홍길동전'은 ' #작자미상 '으로 소개됐습니다.



[조선 후기 유행한 한글 소설]

#조선후기#농업#상업 의 발달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서민들이 늘어났고, 이들 사이에선 문화적인 욕구가 커졌어요. 한글을 익힌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한글 소설이 크게 유행하게 됩니다. 한글 소설은 주로 평민층이 창작했어요. 당시 대표적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은 #신분차별#사회문제 를 다룬 비판적 소설로 평가됩니다. 기생의 딸 성춘향과 양반댁 이몽룡의 신분을 극복한 사랑을 다룬 #춘향전 도 당시 인기였다고 해요. 이 밖에도 #심청전 , #장화홍련전 , #흥부전 등 한글소설도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답니다.

유석재 기자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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