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답글

  •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거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 눈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 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밤을 새워, 몇밤을 새워 눈이 내리고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 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짝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작성자 은도깨비 작성시간 23.01.12

댓글 쓰기

메모 입력 폼
입력된 글자수0/600
+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