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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바보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3.14|조회수285 목록 댓글 32
금송님이 주신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천하바보가 따로 없죠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 무슨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여지껏 바보로 살아온 것도 부족해서 현재도 진행형.

 

코로나 이후 작년 몇개월 전 시작했는데

어쩌다 하루에 한 10분이나 20분 할까?

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니고 사서 고생이 이만 저만

어린이 바리엘 상권을 아직도 못떼고 겨우 띵똥 띵똥.

 

피아노 선생님은 어린애 달래듯 아주 잘 하신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음 시간에 꼭 오시라고. 신신 당부. 

 

나는 고등학교까지 12년간 무슨 음악 교육을 받았을까

음악에 대한 이론도 모르고  겨우 가곡 '그 집앞' 기억 뿐이다. 

 

딸에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응. 엄마 힘들면 그만두세요. 할줄 알았는데 이 딸년 하는 말 

 

"엄마  죽어도 해" 내가 저한테 한 말을 그대로 써 먹는다.

난 이 싸가지 하려다 그래 해보자. 다시 띵똥. 띵똥.

 

꾀가 나면 하루에 단 10분.

이건 음악도 아니고 더듬거리는 작은 잡음이다.

 

하지만 디지털이라 마음대로 소리 죽여

낮에도심심하면, 밤에도 잠 안 오면 또 앉아 두드리니 나에겐 장난감.

 

그러다 간간이 임윤찬 피아노치는 모습을 보면 언제 건반에 닿는지

마는지 손가락은 초당 수백번  파득이는 벌새 날개짓이다.  

또한 머리칼이 갈갈이 휘날리며  랜덤의 얼굴, 몸과 혼이 하나로 격정으로

치닫다 아주 심오한 고요 속에 잠긴 음유이 빚어내는 것을 보면 바로 신이다.

 

이런 피아노 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왜 망상에 잡힌 이 바보짓을 할까

그만두고 차라리 좋은 음악회에가서 감상하며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그래도 매력있는 것은 정말 못할 것 같은 내가  과연  양손으로 칠 수있을까

겁부터 먹었는데.  정말 눈앞이 하얀데 그래도 악보 한 줄을 5번 10번

계속하니 겨우 음계 따라 손가락이 짚어간다.

 

그리고 겨우 겨우 악보 한장을 넘겼을 때  해 냈다는 작은 희열로 

사서 고생도 할만 하다고 내 스스로 선듯 그만 두지 못하고 있다.

 

자꾸 자꾸 1년 2년 하다 보면 '학교종이 땡땡땡'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정도는 칠 수있겠지.

 

나는 나이 더 들어 오래 사는  삶이

회한의 한숨을 쉬다 그래도 피아노에 앉을 것이다. 

 

고요하고 고적한 공간을  피아노 소리가 울림을 줄 때 푸른 호숫가,

일몰에 흔들리는 갈대 속을 스치며 재잘대는 물새를 상상하게 되겠지.

 

아니 음악에 따라 "첨벙"  번쩍이며 금빛 잉어가 뛰어 오르고

작은 물고기마다 자맥질 하다 사라진 자리엔 어느새 잔잔하게 아득하고도 

멀리 번져나가는 물결인 낭만의 세계가 나를 품어주겠지.   

 

미숙해서 정겹고 서투른 애잔함이  더 마음을 맑게 하는지

꾸는 꿈이 향기로워 주름 진 얼굴에 조용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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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5 자유노트님 같이 명철하신 분이
    천하에 멋쟁이라고 하시니 일단 기분은 좋습니다.
    그러나 정말 멋쟁이라면 지금쯤 어느정도 피아노를 잘 치며 생활하겠지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수피 | 작성시간 24.03.15 낭만 선배님
    부러운 일 한가지 더 추가입니다. ^^~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5 수피님. 닉 사진을 뵈면
    외모가 고우시고 명철한 두뇌를 그리고 똑바른 판단력으로 이성적 감성적 적절하게
    생활하실 것 같은 분이십니다.
    도대체 뭐가 부족하셔서 저 같은 사람에게 부럽다고 하십니까.
    그래도 그렇게 댓글을 주시니 제가 용기는 얻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작성자망중한 | 작성시간 24.03.15 와~~아~대단하십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지만
    아직도 배움의길을 달리고 계시니 그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마스터하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15 망중한님 대단할 것 없습니다.
    원래 무식이 용감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뭔줄 모르고 달려들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생을합니다.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가겠습니까.
    그래도 용기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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