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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가 사랑한 영원한 연가(戀歌)

작성자마초|작성시간24.03.26|조회수310 목록 댓글 24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2779C4C510E15FA0C 그대

 

영원한 연가(戀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을 나는 기적이라 부릅니다 고향의 산과 들 그리고 초

가지붕과 장독들을 뒤덮는 애벌레의 날갯짓 같은 고요한 평화 속에 투두둑 솔가지가 떨어지는

산속 오솔길을  홀로 걷는 혼(魂) 속으로 태초에 우리가 꿈이었을 때 작은 소리로 속삭거렸듯

그런 설렘으로 눈 내리는 풍광은 산수화의 담묵처럼 숱한 사설을 연출합니다


인적 드문,

재 하나를 넘어 한참을 걸었으니 모든 것이 서로 소리치는 산길을 지나며 은실 이는 이따금씩

그런 눈 속에 서 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목까지 차오르게 쌓인 눈과 머리를 뒤덮고 내리는

눈으로 그냥 하이얐게 변해서 있었습니다 그녀는 단념한 여인처럼 눈보라처럼 하얗게 웃고 있

었습니다 은실이는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밖에 몰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바람처럼 머무는 법이 없는 마음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은실이네,

앞마당엔 늙은 살구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봄이 되면 온통 새하얀 살구꽃이 작은 지붕을  덮

습니다 살구가 아주 잘 익었어요  한번 먹어 봐요 입안에 넣고 깨물면 달콤한 살구즙이 하나 가

득 고입니다

 

은실이는 그런 나를 보고 살구꽃처럼 하얗게 웃습니다 잎들이  누렇게 변하던 시월 어느 날 그

늙은  살구나무 아래서 나는 솜사탕 같은 꿈속에서 조용하고  하얀 사랑을 품에 안았습니다 향

기로운 머리칼 내음이 가슴속까지 밀려들었습니다

하늘에,

두어 점 떠 있던 구름은 아주 부드럽고 아득히 멀어 내가 올려다보았을 때는 이내 사라져 없었

습니다 기적이 시작되던 날이었습니다 붉음과 기적은 태생적으로 환상의 연리지(連理枝)입니

다 나비  떼의 윤무(輪舞)가 없어도 그들은 고풍스러운 밀어를 놓지 않습니다 내 연인이여 영

원히 매듭지는 청 모시 옷고름 같은 그리움이 포슬포슬  날리던 그해 가을 우리는 하얀 면사포

를 들추며 난향 같은 입맞춤을 나누었습니다.

(나 하나 꽃 되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라
   네가 꽃피우고 나도 꽃피우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 되는 것 아니겠느냐)

봄 밭의,

풍요한 공백에서 조동화 시인은 어딘가의 나를 찾네요  그렇겠지 나 하나는 어려워도 너와 나

푸른 하늘을 잃고서도 허전하지 않은 걸음으로 함께 걷는다면 결국 온통 꽃밭 되지 않겠느냐

돌담을 사이 두고 빨갛고 하얗게 웃음꽃이 가지마다 엉킵니다 잎에는 솜같이 나무에는 산호같

이 덤불에는 실크처럼 그렇게 봄눈이 쌓이면서 오월의 태양은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넘칠 듯

가득 찬 사랑 속에 은실이는 울고 나도 울었더랬지요

꽃길은,

걸어도 걸어도 해답 없는 침묵이었습니다 너무 황홀한 저 한 폭의 수채화 에서 비켜설 용기가

없어 우리는 무게  잃은 고열의 들뜸으로 허(虛)와 무(無)의 갈피 조차 헤아릴 틈 없었지요 

취한 몽롱한 몸을 풍덩 그 속에 던진 채 뚝뚝  떨어지는 꽃물의  선율을 가야금 열두 줄현(絃)

에 쉬지 않고 탄(彈)하며 그 반복되는 애드리브에 허깨비처럼 세월 잊고 살았습니다.

(봄 강 양 언덕에 온갖  꽃이  만발하고
   허공에 뜬 밝은 달에 숲이 온통 하얐네
   밝기가 낮 같아 아름다운 이 밤 좋아
   홀로 강둑에 와서 그윽함을 찾아 보네)

 

봄꽃 핀 달밤(春江花月夜)의 강가에서 왕석(王錫)도 나처럼  혼미하지 않았을까요 꽃에 취하

고 향기에 취해서 나도 독백처럼 그를 따라 읊조려 봅니다,

(밝은 달빛에 홀연 고운 이 만나게 되어
    어우러져 애끓는 봄을 보냈네)

그날 이후,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살구나무는  아직도 꽃이 피고 어쩌면 은실의 마음속에

는 이제 그해 여름 풋살구 같은 가 여름은 없어졌겠지요?그래도 나를 가장 많이 알고 나를 가

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아내 이 사람뿐일 터 이지요 그리고 나는 그 은실이의 하늘에 영원히

첫눈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겠지요 꽃조차 시샘해서 고개 떨구는 화용월태(花容月態) 고운 

습 언제까지 바라보며 늘그막의 내 여생 그와 함께 호 젖이 살고 싶습니다.

툇마루에 앉으면 매화가 보이고 동백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진달래 영산홍이 보이는 곳에서

그러나 하나 걱정은 세속에 찌든 때 덕지덕지 앉은 몸을 청산녹수 군소리 없이 받아 줄는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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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27 그래요 어떻게 그 고결(高潔)한 긴 세월의 첫사랑이 흘러갔을까
    믿기지 않아요.그 많은 세월 들을 어떻게 마음을 이루워
    질때까지 추스르며 보냈는지도...
    혼자서 혼자서 말입니다

    선배님 여여 하시죠?
    뜻있는 말씀 고맙습니다
    단결~!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3.27 첫사랑 은실이는 어디갔나? 아 애처럽다 첫사랑없는 인생이여!
    그래도 훠이훠이 살아오고 있습니다
    기성작가가쓴 글보다 훌륭한 글 잘 음미 하였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27 그래요 잊히지도 않고...
    어떻게 그 긴 세월이 흘러갔을까 믿기지 않아요
    그 많은 세월들을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며 보냈는지도
    혼자서,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덕수궁을 거닐며 우연한
    만남도 수없이 상상을 해 보았어요.그러나 첫사랑이란
    다시 만나면 실망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애써 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마초는 영원히 첫사랑은
    우리 은실이와 함께 하고 있답니다 ㅎㅎㅎ
    멋진 댓글 고맙습니다

    단결~!!
  • 작성자박희정 | 작성시간 24.03.28 그대는 아시나요 부드러운 그대의,,,,,,,
    참 곱고 고운 노래를 들으며 선배 님의 이야 기와 함께
    머언 여행을 떠나 봅니다
    내 가슴에 아련히 남아있는 사랑의 추억을 되새김 하면서......
    가슴 뭉쿨한 이야기 비와 함께 노래와 글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28 애타게 그리운`사랑에 몸살이 났지요 ㅎ
    몹시도 보고픈 사랑에 함몰이 되었고
    보고 있어도 보고픈 목마른 연리지(連理枝) 사랑으로 둘은 하나가 되어
    멋진 사랑의 연가를 불려주고 보여주고 있답니다
    부럽지요 푸하하하
    건강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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