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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꽃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3.28|조회수233 목록 댓글 31

 

비 개인 맑은 아침  

조용 조용 하얀 목련이 소리없이 나를 찾아왔다

 

그동안 우울한 고독으로 나날을 보낸 나무

바짝 마른 저 늙은 나무는  게걸스레 빗줄기에 입을 대고 쭉욱~ 쭉 물을 빨아들인다.

 

그 와중에도  고즈넉한 물결이 일렁이더니

가장 고요한 중심부에 가장 절제된 흰빛, 

강보에 쌓인  아기가 하나. 둘. 셋. 넷.

숨결이 평화롭다.

검으틱틱한 나무가 자랑스레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아기가 무탈하게 자라도록

나무 몸통에 새끼줄을 삥 둘러 

숮과 고추를 꽃아 논 그림을 그렸다.

 

아! "예뻐라"

"정말 예쁘다. 아가"

 

날마다 하루 하루 자라는 모습을 본다.

옹알이도 듣고

하품하다 멈춘 입 새 주둥이 처럼 벌어져 다물 줄 모른다.

 

오늘도 넋을 잃고 보는데

"엄마 꽃 예쁘지"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다 보니 나이든 모녀가 이 꽃을 보고있다.

 

" 너도 아기였을 때 저렇게 예뻤다"

 

"엄마도 그렇지 뭐."

"엄마도 저렇게 예뻤어"

 

"그런가" 

 

"그럼 엄마는 나보다 더 예쁘셨을거야"

"지금도 엄마 예뻐 내엄마니까. 저 목련꽃 처럼"

 

이 말을 사랑스런 딸한테서 듣고 할머니 얼굴에서 빛이났다.

소리없는 기쁨의 함성으로 딸의 손을 꼭 쥔  할머니  손이 바르르 떤다.

 

난 그 말을 듣자 마자 경노당으로 뛰어갔다.

너무 늙고 무식하고 고집스럽고 자기만 안다고 경멸하여 드나들지 않았는데

내 마음이 확 바뀌었다.

 

"저 노인들 한분 한분 옛날에 다 저렇게 뾰얗고 예쁜 꽃이었어.

무한한 하늘,  땅의 정기와 생명의 근원인 물을 조합한 신의 작품인 꽃

누가 이를 무시할 수있다는 말인가.

 

생각이 여기에 머물자   나는 한분 한분께 얌전히 인사를 드렸다.

내 엄마로 생각하니 더욱 정겨운 꽃.

기회있을 때마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예쁘시다고 말씀드린다. 

할머니들도 예쁘시다는 말씀에 순간 순간 얼굴이 곱게 핀 복사꽃이다.

 

나는 그렇게 싫어하는  설겆이를 위해 옷 소매를 걷어 붙이고 설겆이를 한다. 

노인들께서 나의 뒷모습이 아가씨 같다고 아가씨라고 별명을 지어주었다.

"오늘은 아가씨가 커피를 타 주니  더욱 구수하고 맛도  좋아"

 

매일 목련꽃보고 키운 감성 

나는 경노당에 화사한 햇살이 되어 음지를 양지로 바꾸려는 욕심을 부려본다.

                           

                        2024년 3월 28일  먼지 잼 날리는 날 아침 낭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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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꽃 | 작성시간 24.03.30 목련화처럼
    맑고 희고 높으신
    낭만님이시여
    바짝 마른 저 늙은 나무는 게걸스레 빗줄기에 입을 대고 쭉쭉 물을 빨아들이대다
    고즈넉한 물결이 일렁이더니 가장 절제된 흰빛
    강보에 쌓인 아기가 된다.
    숨결이 평화롭다.
    어쩜 저 사진의 목련화를 이리도 잘 묘사하셨는지요.ㅎ
    하얀 목련화를 보면 낭만님을 떠올리겠습니다.
    예쁘다고 하면
    활짝 웃는 복사꽃이
    되는 경노당에서의 활약이 귀감이 됩니다.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30 별꽃님의 댓글
    목련화처럼 맑고 희고 높으신 낭만님이시여.

    너무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하겟어요,
    오히려 별꽃님의 모습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시는데요.

    전 별꽃님 댓글만 받아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여러가지로 잊지 못할 분이십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샛별사랑 | 작성시간 24.04.01 낭만 선배님~
    우리 아파트 둘레길 목련이 입을 다물고 있어요.
    금방 노래를 부를 것 같습니다.
  • 작성자샛별사랑 | 작성시간 24.04.01 낭만 선배님~
    우리 아파트 둘레길 하얀 목련이
    입으 다물고 있습니다.
    금방 노래를 부를 듯 합니다.
    하얀목련 양희은 노래가 생각 나네요.
    사월 첫날의 행운을 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01 샛별 사랑님 요즘 목련꽃으로 세상이 밝아졌어요
    샛별사랑님 아파트근처에 목련꽃이 입을 열면 아파트 전체가 눈부도록 빛이 날 것입니다.
    참으로 좋은 계절이 다가옵니다.
    샛별 사랑님 늘 좋은 계절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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