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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기적.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4.05|조회수150 목록 댓글 31

늘 그 거리,

나의 생활이 그제가 어제고 어제가 오늘. 또 오늘이다.

여지껏 평생을 아주 좋다고 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람과 풍속과 경치를 많이 보았다.

 

지금도 간간이 여행을 하여 새로이 감각을 깨우는 그런 산뜻한 기분도 느끼지만 

체력이 딸려 요즘은  책을 보며

주위 분들의 경험으로 간접체험을 하면서  솔솔한 즐거움을 느낀다.

 

대신 늘 덕풍천을 걷는다.

흙을 밟으면  엄마에게 안긴 것 처럼 늘  마음이 따뜻하다.

나무를 보면 내 마음이 순화되어 부드러워지고  풀꽃. 돌 절로 스치는  바람까지도

사랑하게 되니  그 동안 사느라 지은 죄가 조금씩 씻겨져 자연에 동참하는 것 같다.  

 

그리고 하늘의 별이나 나무나 그 어떤 호흡하는 동물들이 내 쉬고 마시는 공기,

원소가 내 폐에 들어가고  내가 내 쉬는 숨이 별 나무 꽃 돌의 생명으로 작용해

우리는 서로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에 나는 내가 자연이라는 확신이 선다. 

 

그러자니 계절마다 땅을 밟고있으면 어느 풀이 어떻게 자라고

어느 나무가 잎이 무성한지 성글어지는 것을 알 수있다.

 

또 냇물의 물결이 어찌 변하는지 느껴져 장마철에는 작은 섬이 몇개 생기고

같이 흘러 온 풀 쓰러진 작은 나무 뿌리가 새로운 터전인 섬에서

뿌리 내리느라 애쓰는그 힘든 과정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꿋꿋하게 작은 섬이

푸름을 이루었을 때는 이 모든 순간 순간이 기적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나는 이 길이 늘 꿈꾸며 살아 가는 나의 꿈길이기도 하다.

 

덕풍천에도 봄이 왔다.

나뭇가지마다 녹두알 같은 연두빛깔의  잎눈이 올갱이처럼 잎이 도르르 말려있으면서 

서서이 펴지는 것을 보며 얼마나 예쁜지 이런 기적이 있나 하며 경이로움에 빠진다.

 

땅도 대지의 솜털 같은 초록 빛깔의 어린 풀이 자라고  어느새  냉이 꽃이 하늘거린다.

 

노숙자 같은 나무들이 햇살을 탁발하며 먼길을 헤메더니

이제는 멀끔해진 청춘이 되어  제자리로 돌아와  넘치는 힘을 과시했다. 

 

 

꽃이 피기 시작했다.

매화향기로 시작해서

여신 같은 목련이 우아한 목의 선을 드러냈다.

 

개나리, 이꽃 저꽃 볼새도 없이 

무리져 초청되어온 벚꽃으로 세상은 화려함으로 눈이 부시다.

나는 무르익은 이꽃들에 취해 몽롱한 상태로 

나만의 풍요로운 꿈속의 세계 속에  앉아  있다.

 

바람이 분다.

꽃잎이 너무 얇아 그 미세한 떨림은 그대로 나에게 전이되어

내 가슴에 경련이 일어 온 몸 전체로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 흔들림도 아름답고

날려도 아름답고

정지해 있어도 아름답다.

 

나는 몇 걸음을 가다 섰다.

처음 본 광경도 아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

 

몸통이 굵은 거대한 늙은 나무가 죽은 듯이 늘 침묵을 지키며 하늘만 바라보고 있더니 

결국은 하늘과 내통하여 애기를 잉태했다.

 

투박하고 거칠은 나무 허리 아래에는

 아주 두터운 표피를 뚫고  나온 예쁜 애기가 탯줄을 단채 하늘하늘  춤을 춘다.

 

어쩐지 하늘이 봄비를 내릴 만큼 내렸는데

며칠 전 추어탕 같은 걸쭉한 비를 내리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예쁜 증손주를 본 하늘이 푸른 얼굴로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늙은 나무도 어른 체면이 무색한지

무심한척하지만  어린 것을 바라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벚꽃 아가 형제들이 달랑 달랑 거리는 

마치 작은 방울 소리를 내는 것 같아 그 소리가 듣고 싶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부처님이 어머니 옆구리에서 나왔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예수님이 죽었는데 다시 살았다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 늙은 나무 옆구리에서 이 어린 것들이 어떻게 나왔을까 이 모든 것이 기적 아닌가

 

늘 여리고 연약하다고 늘 아버지가 엄마가 나를 걱정했는데

이토록 오래 살아 아름다운 꽃 속에 앉아 있다면 내 엄마 아버지는 기적이라 할 것이다.

 

나는 이 나무들이 언제까지나

내가 살아서도 죽어서니 내곁에 있기를 바란다.

나는 언젠가는 내 몸이 삭아

이들의 거름이 되는 것이 진정 하나됨을 기뻐하며 마지막 길을 걸을 것이다.

   

                                  기적같은 하루를 살며                    2024년 4월 5일  낭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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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청솔 | 작성시간 24.04.08 낭만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09 청솔 눈을 뜨자 마자 컴을 여니 청솔님의 작품이 저를 맞이합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청솔님 이 신세를
    언제 뵈면 정말 좋은 장소에 가서 전 비싸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 한잔 사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으로 대접하고 싶어도 그런 사진 잘 올릴줄도 몰라 제 정성스런 답글을 드립니다.
    늘 건강하소서
  • 답댓글 작성자청솔 | 작성시간 24.04.09 낭만 실제로 커피를 마신 것과 진배없습니다
    낭만님께서 이렇게 좋아 하시니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주옥같은 글 계속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낭만님은 우리 카페의 보배십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4.08 계절의 여왕 4월에 온 천지가 흐드러지게 핀 꽃으로 봄을 장식 하는군요
    이꽃도 조금후면 흔적도없이 사라지고 신록의 5월을 맞이 하겠죠
    그리고 자연의 일부인 우리도 하나둘씩 흔적도 없이 이름도 없이 사라지겠죠.
    고목에도 꽃핀다는말 있듯이 고목에핀 벚꽃이 너무 신기하네요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08 오개님 반갑습니다.
    세상사 피었으면 시들기 마련이니...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그러나 현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아름다운 꽃구경이나 해야지요
    오개님 부탁컨데 부디 건강지키시어 보내기도 아까운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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