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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나고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4.14|조회수169 목록 댓글 19
떠들썩 했던 선거도 지났다.
누가 이기고 졌던 모두 잊고 싶다.
선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나라가 잘 되기를 바란다.

세상은 인간사 일에 무관심하다.

목련꽃도 지고 매화꽃도 지고 그렇게 눈이 부시게 피었던 벚꽃이 져간다.
얼마나 기다린 봄인데... 숫한 꽃들이 우수수 떨어지니 너무 아쉽워 마음이 아프다.

나이 들어 내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왜 내마음을 앓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봄이 가기 전에
간드렁 거리는 벚꽃들이 미리 떨어질까봐 마음을 끓이는지 모른다. 

내 감정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고 싶지 않아
아무도 보지 않은 냇가에 앉아 물을 본다.

무심하게 물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즐겨 보는 그림 하나가 생각난다
조선 시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다.



이 그림의 주인공인 선비가 바위 위에서 엎드려 물을 바라보고 있다.
하루 잘 지내면 될 듯한  무심한 얼굴이다. 

절벽 위에서 나무 덩굴이 머리 위에 흔들거려도 
물풀이 일렁거려도
모든 것을 모른채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듯한 태도다.

몽상을 하는가 꿈속에서 꿈을 꾸는가 
물 속에는
어린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자맥질 하는 모습이 보이는지 희미한 미소가 흐른다. 
모든 것을 잊은채 물결만 보는 무심한 상태에 있다. 
.
이 선비도 나이 든 만큼 들어보이니 세상 사, 
격동의 와중에서 휘둘려  시달릴 만큼 시달리다 부드러운 물결을 만나   
이런 고요함에 머물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넉넉하고 부족함이 없는 단순하고도 겸허한 자세의 삶.
세상을 관조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부처님이 말했지. 
고요함에 머물러 있는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최선의 길이라고...

바위 위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사람도 바위도 분리되지 않아 
사람이 바위고 바위가 사람으로 하나가 되어  보인다.

우리가 주위에 무관심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길만이 고요하고 담백함으로 자기를 낮추는 편안함을 얻을 것이다.

나도  잠깐의 한 순간일 망정 선비처럼 살고 싶어 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주위는 고즈넉하고 한가하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이 물 위를 떠 흐른다.
저 꽃잎이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우리의 마음을 환장하도록 행복하게 했던 아름다운 꽃이었을까?

후루룩  후루룩
바람따라 날아온 꽃잎이  물결 위  분홍점이 찍듯 무늬져 흐른다.
꽃잎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 가는지 알기나 할까?

물결은 꽃잎의 어깨를 다독이며 같이 흐른다.
물에 꽃잎이 녹든가 꽃잎에 물이 녹든가 운명을 같이 하겠지.  
내 마음도 이들과 같이 녹아들기 바라며 한없이 흐른다.

어느 정도 마음이 누구러졌는지
느긋한 마음으로 가로수 길을 걷는다.

꽃 떨어진 자리는 생살 떨어진 것처럼 아픈자리다.
그러나  그 자리에 환화게 햇살 비치어
새로운 잎이 어린 새 주둥이처럼  벌어져 "짹짹" 거린다.

마치 내 마음 아픈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다 잘 될거야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야" 나를 위로한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넉넉해져 환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리 세상 사는 것이 인드라망이라 하지만 실세를 쥔 분들의 빛이 나에게 오고
또 내 빛이 서로 닿으려면  몇 광년 떨어져 멀리 있는 별빛 같을 텐데...

다 잘 될거라고 
희망의 새 싹이 말한대로 잘 될것이니 편히 늘어지도록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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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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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진골. | 작성시간 24.04.14 선거가 끝나니 조용하고 좋습니다
    모든게 잘 되길 바랄뿐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5 진골님
    좋은 아침에 인사를 드려 제 마음이 흡족합니다.
    저도 모든 것이 잘 되길 바랄 뿐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 작성자적향 | 작성시간 24.04.15 올려주신 그림이 너무 낯 익습니다.
    찾아보니 조선초의 검찰청 고위간부 였군요
    지금 세태랑 희한합니다 농담~

    집안을 보니
    세종왕의 조카, 즉 문종 세조와
    이종사촌간 입니다
    위세를 많이 떨친 듯^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5 적향님 반갑습니다.
    댓글을 보니 일반으로 보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십니다.
    그러고 보면 고사관수도의 그림의 주인공의 무심한 얼굴의 표정을 그릴 수 있는 것도
    모든 것을 가진 자만의 내면의 모습이라 봐도 괜찮을지...
    훌륭하신 댓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우린 | 작성시간 24.04.17 어찌 글을 이리도
    잘 풀어 표현 하십니까
    읽고 또읽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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