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여름연가(1)

작성자벽창호|작성시간24.05.05|조회수190 목록 댓글 22

 

 

여름연가(1)

 

 토요일

오전수업을 끝낸 
개구쟁이들이

학교 추녀 끝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제나 저제나 

비 그치길 기다렸으나

 

주룩주룩 내리는 장맛비는
끝내 그칠 기미 없다.

기다리다 지친 한 아이가
갑자기 저고릴 벗어 

두 팔 들어 머리 위로 올리고
책보자기는 
어깨에 걸쳐 메고

빗속을 냅다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아이들도
하나 둘 

빗속을 뛰기 시작했다.

넓은 운동장에 

은행나무를 지나고

 

우체국을 지나
면사무소를 지나고
장터를 지나

집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들자

 

비는 

세찬 장대비 되어 

 

바닥에 흙탕물 튀기며 

쏟아지고

검정고무신에 질척거리던 
빗물이

핫바지까지 젖어 들어
온몸에 찰싹 달라붙고

X알까지 얼얼하다

 

그때 한동네에 살면서
학교에서 집까지

비만 오면
머리에 책보자기이고

통치마 저고리에 

비에 젖은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며

 

악착같이

내 뒤 따라 비속을

들고 뛰어

한 동네에서

얼레리 꼴레리로

짙은 염문을 뿌리던

별명이

"오동추" 였던

오 X순아!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어떤 영감이랑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글/벽창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6 반가우이
    이제는 살아온 날을
    추억하는 일 밖에는
    더 할 일이 없는 것 같아
  • 작성자안단테 | 작성시간 24.05.06 소박한 그림이 그려 지네요
    비오는날의 하교길 ..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7 감사해요 안단테님 ^^
  • 작성자함빡미소 | 작성시간 24.05.06 그리운 시절 마음 훈훈해 지네요
    우리만의 주어진 정서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7 오래된 이야기이네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