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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님들 노인공부(老人工夫) 잘하고 있습니까?

작성자마초|작성시간24.05.09|조회수295 목록 댓글 14

https://youtu.be/Y9Te3JGW0ko

한 7~ 8년 전쯤
이맘때였다 무심히 안방 거울 앞에 앉아보니 웬 낯선 노인 (老人) 하나이 쭈그렁 얼굴을 한채

를 며 빙긋이 웃고 있었다 어디서 낯이 많이 익은듯 친근한 기색이 있어 슬쩍 물어 보았다

나 알아 요 그가 흐흐 웃고 대답을 않기에 다시 자세히 살피니 어허라 바로 나 싸나이 마초가 

아닌가 음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아들녀석 방문을 빼꼼 열고 열심히 컴퓨터 화면과 씨름하는

아이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호걸아 호남아 아빠 어떠냐?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아들은 내 얼굴을 한참 동안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만 아버지 염

색 하셨어요 에이 난 그냥 흰머리가 좋더라 너무 우습잖아요 얼마나 더 젊어 지실려고요 욕심

이 과 하잖아요 얼굴은 아직 동안(童顔)인데 머리까지 세까 마면 어쩌시려고ㅎ그렇치만 아빠

도 노인(老人)이란 건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 이 잖아요ㅎㅎ이런 노인(老人)이라나만 모

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내가 이미 늙어 있다는 사실을 이 녀석아 내가 뭐가 노인(老人) 이라 하

고 돌아 섰지만 가슴 한가운데가 뻥하니 뚫린 스산한 기분이었다.


나이 60은,
세상변화에 초연하는 이순(耳順)이며 70은 좀처럼 드문 나이인 고희(古希)라고 두보(杜甫) 는

곡강시(曲江詩)에서 읊었다.그러나 두보가 요즘에 살았다면 65세를 일컫는 말을 하나 추가 했

을 것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걸 읽었다 지공(地空) 즉 지하철 공짜(무임승차)'라는 것이다 사

적으로 공인된 노인(老人) 대열에 들어섰다는 의미의 유머다.

머지않아,
지공'에 돌입하는 요즈음 심정은 그야말로 착잡함을 넘어 비감(悲感)하기까지 하다.더구나 예

전엔 그토록 훤히 잘 생겼던 내 얼굴이 요즈음은 지하철 매표구 앞에 서면 역원이 슬쩍 쳐다보

는 둥 마는 둥 우대권 표를 창구 밖으로 내어민다 내가 누구였던가 푸하하하그래도 한참 예전

엔 그 뭣인가 초(楚)나라의 송옥(宋玉)이나 진(晉)나라의 반안(潘安) 같은 천하절색(天下絶色)

미남은 아니더라도 한번 마주친 여인네들은 그만 넋을 잃고 갈길을 잊었었는데ㅎㅎ

송옥(宋玉) 의,
눈에 들기 원해 3년 동안 부지런히 담장 너머로 훔쳐봤기로 규송(窺宋) 이라는 전고 (傳古) 가

있었던 것처럼 날 한번 만나려고 다방이나 공원벤치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처자가 어디 한

둘이 었으며 반안 (潘安) 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젊은 여성들이 던지는 과일이 수레에 가득했

하여 생겨난'정 과잉차(情果剩車)란 고사엔 못미쳐도 밤이나 낮이나 애처로운 그리움 담아 걸

려오는 전화와 분홍빛 연서(戀書) 로 밤이 하얗게 새어 버린 적은 또 얼마나 많았는데 옆에 있

든 마누라 (뭐 너무 허풍이 심하다고 임자가 봤어ㅎㅎ)

월여 전,
어는 신문 오피니언난에서 노년기의 '신오복(新五福)'이라는 재미난 글을 봤다 건강하고 배우

자가 같이 있으며 어느 정도 재산이 있고 하는 일거리가 있으며 말벗할 친구가 있는 것이란다

그런데 필자는 이 신오복(新五福)중에 자식복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

다.자식이야 속만 안 썩이면 그걸로 복이지 딴은 그럴 듯했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 자식에

효도(孝道) 를 받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디 분에 넘치는 사치에 속하는 겐가 하건대 요즈

음 우리의 세태는 어떠한가.


자식 따라,
관광 갔다가 버림받거나 요양시설(療養施設)에 맡겨진 뒤 자식들이 소식을 끊는  노인(老人)

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보도를 하도 여러 번 본 탓인지 아무리 자식 잘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자

괴감이 들어 위 신오복(新五福)'에 자식복이 들어 있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오히려 한가닥 위

안이 되니 자식복을 제쳐두고 신오복(新五福)을 누릴 수 있는 노인(老人) 되기 에는 무슨 공부

(工夫) 가 필요할까?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커서는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느  순간 어른이라는 모호한 지

점에 이르지요 그리고 모든 것을 쏟아 자식을 어엿한 어른으로 기르고자 일생을 바치기도 

지요 그러나 정적 자신은 제대로 된 노인(老人) 되기 방법을 배우는 데는 등한시 했다 아니 

공부 (工夫) 를 하는데에 있어 사회적인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것이 맞는 말일 듯 싶다 한가닥

앞길 만 보고 옆을 보는 여유 없이 살아온 이 시대의 노인 (老人)들은 그 서투른 노인(老人) 되

기 공부(工夫) 로부터 도외시되고 지금 속절없이 배우자(配偶者) 에게 자식에게 구박(驅迫)받

는 존재로 전락된 것이 아니가.


돌이켜 보면,
후회막급이나 지금의 40.50줄에 들어서는 장년층(壯年層) 이라면 모를까 이제 우리들의 나이

는 노인(老人) 되기 공부(工夫)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됩니다 만 주어진 현실을 잘 이해하고 그

틀에서 자신을 가꾸고 실천해 나가는 공부(工夫) 에는 노인(老人) 으로서의 마음 가짐을 배우

는 것이 남은 Content 라 여겨진다 노인(老人)이 되기 공부(工夫)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홍

수처럼 쏟아지는 속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나는 늙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즉 부정 (不正)

을 덮고 긍정(肯定) 속에서 스스로를 채찍하고 단련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다 스스로의

인정 (人情) 은 새로운 공부(工夫) 방향을 노인(老人) 들 자신에게 가르쳐 줄 것이기에....


황지우 시인의「늙어가는 아내에게」의 끝 연(聯)을 보자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칼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어가는 일이리라)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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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9 이승에서 마음의 준비라 너무나 심오(深奧)하다
    철학(哲學)적인 멘트에 가슴이 철렁 그려요 ㅎㅎ
    자식은 자식이고 나만의 복을 위해서 우리 아름답게 공부합니다 ㅎㅎ
    아우님의 범접할 수 없는 인생관(人生觀)이
    너무 투철혀 ㅎㅎ
    건강하시고
  • 작성자윤슬. | 작성시간 24.05.09
    거울보고 대화를?
    그땐 자신이 있었나
    봅니다ㅡㅎㅎ

    저랑 쪼까 닮은 부분이
    저도 거울봄시롱
    내얼굴에 뻑가서 미소를
    짓곤 했는데ㅡ
    지금은 쪄서 아니올시다
    ㅋㅋㅋ
    사진도 찍기 싫더군요

    세월가면 노인이 되어가는
    순리이니...순응하며 사는
    것도...괜찮다고 봅니다
    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9 그래요 그때나 지금이나 모든 것이 자신이 있지요 ㅎㅎ
    노인도 노인 나름이 아닐는지요?
    만인이 인정해 주는 그런 노인 말입니다
    제가 그래요 노인 공부(老人工夫) 덕택으로요 ㅎㅎ
    글마중 감사합니다
  • 작성자낭만 | 작성시간 24.05.09 노인되는 공부.
    늙는 줄도 모르고 살다 보니 어느새 늙었어요.
    건강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09 세월이 참 빠르지요 늙으면 집에서도 누가 극진히 모시는 거 같지만
    그건 피상적이고 의례적인 대접일 뿐입니다 자연 투명인간이 되지요

    거울 앞에 한참을 서 있었지요 거울 속에 제가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지요 다 어떻게 늙어야 될 것이며
    어떻게 살았어야 잘 사는 것일까?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잘하는 것일까? 누구나 늙는다는
    명제 앞에 그 숙제를 풀기가 벅찬 것은 아직도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내 속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흔적 주심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고운 밤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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