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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자 여자
어느 날 아침이었다.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무뚝뚝하기 짝이 없던
마누라가
뜬금없이
내게
"여보! 어제 저녁 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신이 없으면 나 혼자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당신이 없으면 무서워 못 살 것 같아
반드시 나보다 당신이 더 오래 살아야 해 알았지!"
감동했다.
나이 어린 마누라
그 말 한마디 철석같이 믿고
별의별 치사한 꼴 다 견디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평생
돈 벌어 바쳤다.
그리고 오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맘껏 자유를 누리며
삼식이 노릇에 막 재미를 붙이려는
어느 날이었다.
마누라가 갑자기 내게 말한다.
"당신 꿈이 자연에 사는 거잖아
당신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이라도 마련해서 내려가고
그럼 내가 한 달에 한 번만 내려가서
서로 만나고 오는 게 어때?"
삼식이 된지 몇달 만이었고
자기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응석부리던
마누라 입술에
침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다.
마누라와 나는
아들 용돈에 대해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직접 돈을 버는 나는
좀 부족한 듯 주자는 의견이었고
돈 쓰기만 하는 마누라는
아들이 원하는 건
모두 들어주는 편이었다.
해서 내가 악역 담당이 되어
늘 쫀쫀하고 인색한 잔소리 꾼
아버지로 낙인찍혔고
마누라는 아들에게
다 퍼주는 통 큰 물주가 되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들은
직장이 서울에서 두 시간이나 걸리는
용인이었음에도
주말이면
번질나게 집을 들락거리며
마누라 곁을 떠나지 않고
얹혀서 살았다.
그 둘은 마치 껌딱지처럼
붙어 살았다.
그렇다고
나도 큰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마누라 잔소리를 피해
모처럼 아래층 아들 빈 방에 들어가면
기타라던가 만화책 모자 사진 등
아들이 학창 시절에 사용하던 갖가지
소품들을 보면
가슴 뭉쿨하고
드문 드문 집에 오는
아들이 그립고
그 아들이 지금부터 또 오랜 동안
처자식을 위해
샐러리맨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마음 아프다.
좀 더 곁에서
못다한 아비의 사랑을 받고
내 곁을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
전셋집을 전전하던
그런 아들이 평택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집들이한다고
연락이 왔다.
해서 아들 사진이라도
가지고 가려고 아들방에 들어갔더니
어느새 아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거울처럼
깨끗하게 청소가 되었다.
마누라가
아들짐은 모두 묶어 택배로
평택 아들 새집으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하는 말이
"주말마다 찾아오는 통에
귀찮아 죽을 번 했네
모두 보내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
이제는 자주 안 오겠지!"
신선한 건 모두 아들에게
시들은 건 모두 영감에게 멕이며
아들 면전에서 애정을 과시하던
마누라였다.
이런 마누라 이중플레이에
아들도 속고
나도 속았다.
글/ 벽창호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오개 작성시간 24.05.16 글 참 잘 쓰시네요.부러울 정도 입니다
이 글감옥에 푹 빠져있다 간신히 헤쳐 나왓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리릭. 작성시간 24.05.16 벽창호 님의 팬(fan)이 많답니다요~~
누구냐고 궁금해 하며
얼굴 보자는 분들이(여성,남성)넘 많아
(성화를 해서) 얼굴사진 올린적 있었지여ㅎㅎ(귓속말)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5.16 오개님 그리 생각해주시니
신이나네요
감사해요^^ -
작성자복매 작성시간 24.05.16 기발 하게 표현 해 주시네요 잼있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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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5.16 감사해요 복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