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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 우면산 예찬

작성자청솔|작성시간24.05.31|조회수124 목록 댓글 12

치유의 숲 - 우면산 예찬

 

내가 우면산을 좋아하는 이유

 

오늘도 우면산엘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없고 날씨가 허락하면

매주 금요일에 우면산엘 간다

주말에는 제법 사람들이 붐비기 때문이다

 

집에서부터 걸어서 남태령역까지 가면

대략 8.5키로쯤 된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우리 나이에 적당한 거리다

 

내가 우면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1. 집에서부터 바로 산책로로 걸어서 갈 수 있다

2. 청계산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흙산이다

3, 과히 높지않고 깔딱고개도 순한 편이다

4. 등산로가 숲길을 관통해서 간다

 

등산로가 과히 험하지 않고 남부순환로를 따라서

중턱의 숲길로 조성돼 있어서 공기가 좋다

청계산을 비롯한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불암산, 수락산은

청계산을 제외하면 모두 바위산이다

 

그리고 등산로가 능선길을 따라서 조성돼 있어서

기온이 높은 날은 햇볕을 피하기도 쉽지않고

펄펄 끓는 다소 위험한 바윗길을 걸어야 한다

 

반면에 우면산은 정상부에 공군부대가 주둔하는 관계로

정상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중턱의 숲길을 따라서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따라서 늘 바람이 솔솔 불면서 공기가 썩 괜찮다

 

그리고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땅기운과 흙냄새가 느껴진다

발바닥의 걷는 쿠션도 좋은 것은 물론이지만

흙냄새를 맡는 기분이 썩 괜찮다. 시골냄새가 난다

각종 벌레와 벌과 나비도 많고

그렇다 보니 새도 아주 많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여러 새 들이 계속 지저귄다

곳곳에서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따그르르~~따그르르~~정겨운 소리가 들린다

까마귀와 까치도 지천이다

 

오늘도 소망탑 전망대 바로 옆에 와서

시끄럽게 우는 까마귀를 보고 어느 아주머니가 말했다

"야! 이 녀석아! 좀 조용히 쉬자!"

일자로 조성된 긴 마루장 벤치에 옆으로 누워서 한 소리다

 

중앙에 빨간벽돌색으로 보이는 건물이 교보타워다. 내가 출발해 온 곳이다

왼쪽이 법원단지이고 오른쪽 맨 끝에 무역센타가 보인다

 

 

아마도 지뢰지대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무인지대다

오래 전부터 정상부에 주둔하고 있는 공군부대를 보호하기 위해

우면산 중턱 위쪽으로 온통 지뢰를 매설했었다고 한다

나중에 제거하긴 했지만 아직 찾지못한 지뢰가 있다고 한다

 

짝퉁 정상부라고 할 수 있는 소망탑 인근에 가면 방송이 나온다

지뢰에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지정된 등산로로만 다니라고...

한국어와 영어로 반복해서 방송이 흘러 나온다

등산로를 따라가며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공군부대장의 경고판이 곳곳에 붙어있다

 

토양미생물에서 추출된 항생물질

 

흙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흙집에서 음이온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은 적 있다

흙으로 만든 사우나에서 몸을 지지는 사람들도 많다

흙으로 실내벽을 시공하는 고급주택 들도 있다

 

나는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흙의 유용성에 대해 잘 안다

내가 오랜 기간 동물약품을 팔았다

그 중에서 타이로신이라는 항생제를 아주 많이 팔았다

내가 지금 이만큼 먹고 사는데 타이로신의 공이 아주 컸다

 

1984년에는 1500개나 되는 동물약품 중에서

타이로설파라고 하는 돼지 호흡기질병을 잡는 약이

전체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었다.

판매를 시작한지 딱 2년만의 성과였다

 

타이로설파 외에도 타이로신 제제가 더 있다

타이로신 수용산(양계용), 타이로신 주사제(젖소, 비육우용)

 

이 타이로신이 개발된 과정이 재미있다

태국에 가 있던 미국 선교사 들이 보내준 토양샘플

거기에서 추출한 토양미생물을 기초로 하여

강력한 살균효과를 가진 항생제가 개발됐다

그게 바로 타이로신이다

 

타일랜드에서 보내온 토양샘플에서 개발됐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매크로라이드계 항생제다

주로 호흡기질병을 일으키는 호기성세균 들을 잡는다

특히 닭에서 중요한 복합호흡기병(CRD)을 일으키는 

마이코플라즈마균(MG, MS)을 아주 잘 잡는다

 

유사한 효능을 가진 다른 항생제도 매크로라이드계로 분류한다

린코마이신, 에리스로마이신 등도 매크로라이드계 항생제다

인체에도 호흡기용 약제로 많이 처방된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토양미생물로부터 추출됐다

토양에 강력한 살균효과를 갖는 물질이 존재한다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사후에 매장을 선택했다

그러면 질병을 앓던 망자로부터의 질병이 차단됐다

일찌기 토양 속에 살균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걸 현대에 들어와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추출하여

질병퇴치에 사용한 것이 바로 항생제다

영어로는 Antibiotic이라고 한다

그 전에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추출했다

 

이후 수많은 항생제들이 토양미생물로부터 개발됐다

요즘은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이 더 많이 쓰인다

그렇지만 합성항균제는 내성발현이 쉽게 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팔았던 타이로신은 1950년대에 개발된 항생제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동물전용 항생제다

소, 돼지, 닭, 기타 축종에까지 아주 광범위하게 쓰인다

주사제, 사료첨가제, 수용산제 등 제형도 다양하다

 

우면산의 치유효과

 

얘기가 잠시 옆으로 흘렀지만

우면산에 가서 구수한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다보면

늘 토양미생물 얘기를 떠올리고 타이로신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내 몸안의 유해세균이 정화된다는 기분을 느낀다

 

운동이 된다는 기분보다는 내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등산로에 꽉 찬 나무에서는 피톤치드가 나온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살기 위해 내뿜는 천연살균제다

피톤이 식물이라는 말이고 치드는 죽인다는 뜻이다

 

땅으로부터 발산되는 항생물질과 나무로부터 분비되는 피톤치드

가히 천연살균제의 보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사패산 같은 바위산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양의 천연살균제가 나올 것이다

운동량은 더 많을 수 있다. 좀더 큰 산이기 때문이다

 

흙산인 우면산은 무릎에 느껴지는 충격도 적다

중간중간 돌계단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흙길이다

청계산도 그렇다. 그러나 등산로는 우면산이 더 숲길이다

 

요즘 나는 청계산보다 우면산엘 다닌다

오랜 기간 청계산엘 다녔지만 요즘은 아니다

등산객도 훨씬 적어서 아주 호젓하다

 

그리고 구에서 관리하는 것도 훨씬 세심하다

몇 해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요즘도 여전히 계속 공사 중이다

주민 들의 편의를 위해 쉬운 데크길도 최근에 완성했다

 

서초구 우면산에 무장애숲길 개장…"누구나 산책하며 힐링을" | 연합뉴스 (yna.co.kr)

 

 

최근에 새로 개장한 우면산 무장애숲길 입구 : 서초약수터

 

휠체어를 타고서도 데크길을 따라 숲길을 돌아볼 수 있게 조성되었다

 

 

나는 소망탑을 거쳐 가는 서울둘레길과 다소 겹쳐지는

정통(?) 등산로를 타고 다니긴 하지만

연로하신 분 들에게는 아주 좋은 무장애숲길이 완성됐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어느 구간에서 확 느껴지던 흙냄새

그리고 풀냄새와 더불어 날라 다니던 나비와 벌들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과 딱따구리의 나무쪼는 소리

솔솔 불어주던 바람과 콧속으로 스며들던 나무향

이런 것 들을 온 몸으로 느끼며 이 글을 쓸 생각을 하였다

 

이 코스를 뛰기 위해 아침 10시반에 집을 나서서

계속 걸어서 남태령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

오후 4시반이 됐다. 지하철 귀가 시간 30분을 빼면

대략 5시간 이상 숲에서 치유를 하고 온 셈이다

 

매주 한 번씩 우면산에 올라가 맑은 공기도 쐬고

양탄자바닥 같은 흙길을 걸으며 유유자적하는 기분

거기다 깔딱고개도 두어군데 있어서 제법 운동도 된다

도심 한 가운데에 이만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 없다

 

내 건강과 체력 나이에 딱 맞는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코가 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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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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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1 네 아파트 뒷쪽의 산책길도 그렇고
    우면산엘 걸어서 갈 수 있는 것도 그렇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단테님도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낭만 | 작성시간 24.06.01 청솔님
    상세하게 올리신 우면산의 예찬론을 읽으니
    절로 느껴지는 시원하고 싱그럽습니다.
    일부러 한번 가서 걷고 싶습니다,
    좋은 곳에서 사시는 청솔님 열심히 주위를 즐기시며 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1 네 좋은 곳입니다
    제게는 편의성이 최고구요
    난이도도 딱 맞습니다

    무장애숲길이 새로 개장됐습니다
    시간 나실 때 한번 들리셔도
    좋을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피 터 | 작성시간 24.06.02 즐겁게 산행하시며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2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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