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6월, 찔레꽃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6.04|조회수206 목록 댓글 14

 

6월의 찔레꽃     /    이호자

 

6월의 3일 어제의 하늘은 쪽빛이다.

6월 초의 날씨는  맑은  물속에 자맥질하는 물고기 비늘처럼 빛난다.

 

나는 푸르고 푸른 초록세상인 숲 속을 걷는다.

흙이 부드러워  맨발로 걷는다.

풀이 보드랍게 밟히고 작은 돌멩이가 발을 콕콕 깨물고

검은 흙이 살아있는 생물이되어 발가락 사이에서  ‘꼼지락꼼지락’  몸을 뒤튼다.

 

주위에는 무리를 진 참깨알 같은  꽃들이  내 치마자락을 잡아 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함빡 피워있으면서도 또 필게 많다고 자랑이 흐드러진다.

연하고 작은  풀꽃들이 언어를 초월한 몸짓으로 나를 대하는 것이다.

 

나는 생각해 본다.

나에게도  그 무엇인가 필 것이 남았을까?

 

소녀 같은 마음에 감성이  넘쳐

곤궁한 마음에도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조금 올라가니

초록 숲 사이로 활짝 핀 찔레꽃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찔레꽃의  흰빛은  화사하게 빛나는 보석빛이라기 보다는

양잿물에 삶아  물에 헹군 후 빛에 바래고 또 바랜 소박한 은백색, 무명 천에 가깝다.

 

이  소박한 색을 보면  엄마의 빛깔이요 조선의 빛깔이요  삶의 빛깔이라 생각이든다.

꽃향기도 은은하기에  우리민족의 정서에 아주 잘 맞는 꽃이다.

더군다나 보릿고개에 아이들이 흔하게 꽃순을 꺽어먹던 친근감이 있는 추억의 꽃이다.  

 

가만히 꽃을 보고 있으니 내가 반가운지 찔레꽃의 작은 입이 수없이 벙긋벙긋 재잘된다.

자기의 이름이 잘 찔러서 찔레라고.

그리고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갔던  사연을 조근 조근 얼레의 감긴 실타래를 풀어낸다.

꽃이 입을 벌릴 때마다 짙은 입냄새가 나를 휘감는다. 

나는 서럽고도 애틋한 찔레꽃의 가족애를 품은 짙은 향기에 마음을 젖시고 있다.

 

5월의 화사함보다도 청록색이 녹아 흐르는 상큼한 6월을 즐기면서 

어릴 때 불렀던 찔레꽃 노래를 부른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나는 노래를 부르고 그리움에 젖어 한없이 펼쳐진 쪽빛 하늘을 본다.

오늘 밤에 꾸는 꿈은 푸른 초록세상을 유영하면서 노래 가사처럼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찔레꽃 꿈, 그리운 아버지 엄마의 꿈을 꿀 것 같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무악 산 | 작성시간 24.06.05 조선의 빛 처럼 하얀찔레꽃 너무나 순수하고
    청초합니다 .
    봄철 찔레 새순을 아직도 꺽어먹으면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소환합니다.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6.05 "찔레꽃이 피어있네,고향에 두고온..."노래가 생각나는군요
    찔레꽃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도 주목받는 꽃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지존 | 작성시간 24.06.05 찔레꽃이 우리민족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질기고 강하고 ㅎㅎ
  • 작성자자유노트 | 작성시간 24.06.05 맑은 물 속에 자맥질하는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는 6월의 날씨!!

    캬아, 名文章 중의 名文章이로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낭만님께는 날마다 피어날 문학세계가 있고
    퍼져나갈 영혼의 향기가 있습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금빛 | 작성시간 24.06.06 찔레꽃
    화려하지는 않지만 향기가 좋은꽃
    수수하면서 꾸미지 않아도 소박하며 귀티나는꽃
    6월의 신록의 계절과 찔레꽃
    예찬글에 머물다 갑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