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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1)
산촌에서
막걸리 좋아하시는
털털한 선생님이 치시는
풍금소리만
음악으로 듣고 자랐는데
서울로 유학 오니
교회 성가대 반주자가
길고 하얀 손으로 치는
맑고 청아한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데
어느 날
그녀가
"얘! 너 이리 와 봐
이 노래 너무 좋아
한번 같이 배워보지 않을래?"
라고
가곡 악보를 불쑥 내밀며
내 손을 잡아 끈다.
"그리움/ 홍난파 작곡 이은상 작시"
이였다.
순간 황홀했고
오랫동안 우상이었던
트롯의 황제
"나훈아"를
미련 없이 버리고
피아노 반주로
정성스레 가르쳐 주는 그녀가
실망하지 않도록
가사를 음미하고
또 음미하며
열심히 노래 불렀다.
당시 돈암동에 소재한
모 교회 학생회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깨를 부딪히며
덕수궁 돌담길
정동교회 골목길을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얘기를 하며
늘 함께 붙어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재수하던
어느 날
이 사나이 가심
천 갈래 만 갈래
찢어 놓고
말없이 떠난
그녀가
아무리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성가대 피아노 반주를 한들
천당 갈 수 있을까?
글/ 벽창호
뉘라서 저 바다를 밑이 없다 하시는고
백천 길 바다라도 닿이는 곳 있으리만
님 그린 이 마음이야 그릴사록 깊으이다
하늘이 땅에 이었다 끝 있는 양 말지마소
가보면 멀고멀고 어디 끝이 있으리요
님 그린 저 하늘 해 그릴사록 머오이다
(그리움 이 은상/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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