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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날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7.02|조회수122 목록 댓글 23

7월의 첫날

(동네의 능소화꽃)


잠깐 내린 비로 적셔진 하루
햇살이 주위를 보송보송 말린다.


나는 장마 져 날이 질적되기 전
고돌이를 하러 경노당에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거대한 나무,
검푸름이 넘치는 나뭇잎들을 감고 주체못할 욕망으로 오르고 또 오르고 한없이 오르는
능소화에게 햇살이 열기를 고봉으로  푹푹 쏟는다. 


내가 드나드는 경노당의 총무는 자잘한 돈에 애착이 심하다.
고리가 적게 떨어지면 심하게 투덜댄다.


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나는 고돌이를 하다 돈이 떨어져 총무한테 5만원을 바꾼 적이 있다.
총무는 천원짜리 10개를 주고 4만원은 안 주었다. 


난 화투에 미쳐 4만원 생각은 안하고 돈 만원 땄다고 좋아하며 일어섰다.
나중에 계산이 잘못된 것을 알 땐
총무는 그자리에서 계산 다 했다고 딱 잡아뗀다.


같이 놀던 사람들이  안 주었다고 증언을 해도 소용없다.
나는 즉시 챙기지 않은 것이 실수라 생각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었다.
주위 분들도 어자피 날아간 돈이니 소리 없이 드나들라고 충고를 한다.


한 해가 지난 요즘 총무가 병원에 입원을 했댄다.
총무가 연세가 많아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평소에 총무 위세에 눌려있던 노인들이
도마 위에 총무를 올려 놓고 신나게  난도질을 한다.


오늘은 7월 첫날.
근 한달 가까이 병원에 있던 총무가 튀원했다.
웬일인지 인색한 양반이 과일을 잔뜩 사서 노인들께 인심을 배푼다.


또 나를 부른다.
작년에 돈 4만원 안 준 것이 이제서야 생각났단다.
웬 횡재인가.
나는 줏은 공돈 같아  노인들 떡을 사 드시라고  절반을   떼어 드렸다.  


총무 안색이 유난히 환하다.
창문 틈으로 들어와 길게 누운 볕뉘가 사랑스럽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마음에 연분홍빛 물이 오른 노인들은 시든 꽃이지만 향기는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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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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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우라 | 작성시간 24.07.02 철 들려면 자주 아파야 될 것 같은....
  • 답댓글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3 아우라님 인사드립니다.
    아우라님 말씀에 동의도 하는데
    글쎄요
    태생이 쉽게 바뀌지 않는데
    하여간 제가 횡재한 기분입니다
    날이 꾸리꾸리 해도 밝데 환한 마음으로 지내십시요,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7.03 아프고나니 양심이 되살아난 모양입니다 ㅎㅎ
    능소화의 전설에 옟날 왕?이 처녀와 하룻밤을 지낸후 꼭 찾아오마 약속을 어긴것도 모르고
    그 처녀는 목을 길게빼내어 밖으로 혹 님이 오시나하고 기다리다 죽어 능소화가 되었다죠
    그래서 능소화엔 독이 있다는군요
  • 작성자낭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3 오개님 인사를 드립니다.
    네 말씀대로 총무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 모양인데
    글쎄요 태생이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이라
    그래도 덕분에 저는 횡재한 느낌입니다.
    오개님 장마가 계속된다는데
    그런데 마음만은 밝게 맑게
    그리고 몸도 가볍게
    생활은 즐겁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청솔 | 작성시간 24.07.04 new 병원에 입원한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군요
    돈 떼어먹은 죄로 아팠나?
    사람은 아프면 맘이 약해 집니다

    어쨌든 잃었던 돈 4만원 받으셨으니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2만원 턱 쓰신 것도 아주 잘 하셨습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베풀어야 합니다
    서로 달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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