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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늙어가는 모습

작성자공무|작성시간24.07.07|조회수442 목록 댓글 36

언제부터인가 전철을 탈 때는 경로석 표지가 있는

승차위치를 찾아가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는 거의 무의식중에 자동으로 그곳에 가서 선다.

오늘도 예외없이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 그림이 있는

승차위치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과연 경로석에 앉을 자리가 있을까? 

마치 하루의 재수보기처럼 궁금한 마음으로 전철에 올라탄다.

 

출입문 앞쪽에 있는 사람들 틈을 삐기고 경로석으로 진군

아뿔싸 경로석도 만원사례!

경로석에 앉은 세 사람의 인상을 보니 쉽사리 내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른쪽에 앉은 할아버지는 온양까지 열차피서

가시는 장거리 단골 손님이신 것  같고

가운데 앉은 별로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 아줌마는

자지도 않으면서 자는 척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모양새로 보아 쉽게 내릴 것 같지 않고

왼쪽에는 임산부 명찰을 달고 있는 나보다

더 불편한 교통약자이고 보면 내 자리는 기대할 수가 없다.

오늘은 참 재수 없는 날인 것 같다.

 

늘 이렇게 하루에 몇 번씩 전쟁을 치르곤 한다.

불과 1~2년 사이의 놀랄만한 변화다.

경로우대권 통과의 삑삑 소리가 민망하게 들리던 때가

엊그저께로 경로석에 앉는다는 생각조차 못했건만

어느새 경로석을 찾는 할배가 되었으니

인생무상 !  세월에 장사 없다... 가슴이 허한 야릇한 기분

아무리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소리처 보지만 듣는이 없는 허공 속의 메아리

느느니 주름살이요 커지는 것은 쓸데없는 잔소리뿐

어찌하면 찾아가는 경로석이 아닌 존경받는

경로석이 될 수 있을까?

무조건 건강하자.

그리고 당당하자.

무언가 사회에 보탬이 되자. 아니면 짐이라도 되지 말자.

오늘도 굳게 다짐해 보지만

나는 어느새 당연한 것 처럼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

그림 위에  또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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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공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8 나이가 가르키는 대로 순응하며
    사는 거란 말씀에 박수 짝짝
    그래도 소리처 보고 싶습니다.
    젊은 너희들 늙어 본 적 있냐고?
  • 작성자피 터 | 작성시간 24.07.09 지기님 화이팅 입니다~ㅎ
    아직은 건강 좋으시던데요~^^
  • 작성자샛별사랑 | 작성시간 24.07.09 공무님~
    이번 위원회 만남에서 보는 모습
    더 젊어진 모습이였습니다.
    경로석 자리는 함께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듬북 담아 있어 잠간의 대화가 좋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7.09 만원전철에 앉을수있는 방법은(유머에 나온거지만)술 만취한척 비틀거리며 왝왝 오바이트 흉내내면 금방 자리 비킨다네요 ㅎㅎ
    요즘은 경로석도 만원이라 장거리전철 탈땐 신문지를 한장 가지고 갑니다(무릎과 허리가 션찮아서)
  • 작성자샤브래 | 작성시간 24.07.12 지기님 공감하며 즐감을 했답니다...^^ ㅎ
    어쩌다 세월이 이리도 많이 흘렀을까요.
    새삼 지난세월을 돌이켜 보며
    공감 백배의 인장을 찍습니다.
    지금은 건강이 최고지요.
    지기님이하
    모든회원님들 건강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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