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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한 그녀, 남편도 살붙이고 살 때가 무촌이지

작성자삿가스.|작성시간24.07.17|조회수312 목록 댓글 13

얼마 전 지인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딸 둘이 있다.

황혼 이혼한 그녀에게 딸은 세상의 전부였다.

남편도 살붙이고 살 때는 무촌이지만

딸은 피붙이라는 게 그녀의 신앙이었다.

 

허리가 휘면서도 큰딸은 미국,

작은 딸은 일본에 유학 보냈다.

 

눈에 콩깍지가 끼였을까?

전공은 뒷전이고 남자에게 낚였는지 지가 꿰찼는지

둘 다 전업주부로 주저앉았다.

 

발인 하는 날.

리무진 영구차에 관이 실리고

조문객을 위한 버스가 마련되었지만

싸늘한 주검이 된 고인과 함께 리무진에 탈 사람이 없다.

 

큰딸은 "애들이 무서워 해서 영구차에 탈 수 없다" 하고

젖먹이를 데리고 있는 작은 딸은 "불편하니까 싫다" 하고

결국, 큰 딸은 자기가 몰고 온 아우디A8에 애들을 태워 따라가고

작은 딸은 혼다 어코드에 젖먹이를 태우고 따라 가고 싶단다.

 

하늘나라로 가는 길.

너무 외롭지 않은가?

 

 

벽제 화장터에 도착했다.

지금은 승화원이라 하더라.

차갑게 냉동되었던 관이

이제는 뜨거운 불구덩이에 들어갔다.

 

고인은 불구덩이에서 재가 되고 있는데

로비에서 기다리는 큰딸과 작은 딸이 입씨름을 한다.

 

“언니는 부자니까 내가 청담동 집 가질께.”

“엄마가 넌 압구정 집 가지라고 했잖아.”

유산 다툼이다.

 

나도 가봤지만

조영남 집 근처에 있는 청담동 집이

테라스가 있고 한강 뷰가 일품이다.

한참 입 다툼을 하던 자매가

이곳은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든다며 나간다.

근처 카페로 갔겠지.

 

남겨놓은 유산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는 동안

그 유산을 남겨놓은 사람은 재가 되고 있다.

 

잠시 후,

밖에 나갔던 자매가 돌아왔다.

여기는 먹을 게 없어 아이스크림을 사왔다고 내놓는다.

베스킨 라벤스

 

고인은 뜨거운 불구덩이에 있는데

차가운 것을 먹은 이 맛.

괴랄하다.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한줌 흙이 되고

한줌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헌데,

요즈음 승화원은

고인을 추모하는 경건한 장소가 아니라

이 세상에 쓸모없어진 것을 태워 없애는

<쓰레기 소각장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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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하 | 작성시간 24.07.17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작성자그린이 | 작성시간 24.07.17 지금도 그런 인간아닌 인간들이 많습니다
  • 작성자아우라 | 작성시간 24.07.17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인데
    유언장을 확실 해 놓아야 분란이 없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아는 분의 어머님께서 106세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름에 사망소식을 많이 듣네요.

    가수 현철님의 별세 소식도 들립니다.
  • 작성자팝콘 | 작성시간 24.07.17 이그 기가 막혀~
    망자가
    불속에서도 벌떡 일어날 일입니다...
    우짤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작성자금빛 | 작성시간 24.07.18 유산이 많은집은
    소리없는 총성으로 전쟁다툼이고
    반대로
    유산받을게 없는 집은 화목하다고 합니다
    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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