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1)
오래된 연인들이
그러하듯
사소한 일로 다투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연락이 끊기고
후회로 마음 졸이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익숙하고 다정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수화기 속에서
몹시 낯설게 들리고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한결 정돈된 모습이었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긴 머리와
물방울무늬 포플린 원피스가
가을바람에 날린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헤어지긴 죽어도 싫은데 그럼 우린
어떻게 뭘 해서 먹고살 건데?"
".........."
침이 마른다.
못내 확실한 대답을 못했다.
따가운 가을 햇살 속으로
멀어저 간
그녀의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강둑에
흐린 코스모스가 어지럽게 날린다.
천호동 한강변이었고
송파우체국 다니던 미스朴 이였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백수 남자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세월이 지난 후
그녀의 절친으로부터
전해 들었고
먹고사는 일이 내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란 걸
한평생이 지난 후
알았다.
가로수
무성한 가지에
마지막 매미 울음소리
요란하고
이제
빗속에 여름 보내고
입추 지나고
코스모스 핀
그 언덕
푸른 하늘 흰 구름처럼
아득한 그리움이 깃든 곳
다시 그 자리 그녀 앞에
설 수 있다면
아!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글/벽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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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8.09 오개님
그리 인정해주시니
무지 감사해요 ^^ -
작성자빨강 작성시간 24.08.08 에고...안타까운 사랑입니다
먹고 사는 일이 실아보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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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8.09 혼돈에 청춘을 지나고 보니
삶에 지혜도 생기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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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금빛 작성시간 24.08.08 에효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추억을 뒤돌아 보는것도
낭만이고 아름다운 일이지요
그런게 없는사람은 그저
부럼 부럽~~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8.09 순수와 순정의 시대이었지요
그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