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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1)

작성자벽창호|작성시간24.08.08|조회수159 목록 댓글 14

 

     해후(1)

 

 오래된 연인들이

그러하듯

 

사소한 일로 다투다

알량한 자존심으로

 

연락이 끊기고

후회로 마음 졸이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익숙하고 다정했던

그녀의 목소리가

 

수화기 속에서

몹시 낯설게 들리고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한결 정돈된 모습이었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긴 머리와

물방울무늬 포플린 원피스가
가을바람에 날린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헤어지긴 죽어도 싫은데 그럼 우린
어떻게 뭘 해서 먹고살 건데?"
".........."

침이 마른다.
못내 확실한 대답을 못했다.

따가운 가을 햇살 속으로 

멀어저 간

 

그녀의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강둑에
흐린 코스모스가 어지럽게 날린다.

천호동 한강변이었고
송파우체국 다니던 미스朴 이였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백수 남자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세월이 지난 후
그녀의 절친으로부터
전해 들었고

먹고사는 일이 내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란 걸

한평생이 지난 후
알았다.

가로수
무성한 가지에
마지막 매미 울음소리
요란하고

 

이제
빗속에 여름 보내고
입추 지나고

코스모스 핀

그 언덕

 

푸른 하늘 흰 구름처럼

아득한 그리움이 깃든 곳

 

다시 그 자리 그녀 앞에

설 수 있다면


아!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글/벽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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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09 오개님
    그리 인정해주시니
    무지 감사해요 ^^
  • 작성자빨강 | 작성시간 24.08.08 에고...안타까운 사랑입니다
    먹고 사는 일이 실아보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님에..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09 혼돈에 청춘을 지나고 보니
    삶에 지혜도 생기더라구요 ^^
  • 작성자금빛 | 작성시간 24.08.08 에효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추억을 뒤돌아 보는것도

    낭만이고 아름다운 일이지요

    그런게 없는사람은 그저
    부럼 부럽~~
  • 답댓글 작성자벽창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09 순수와 순정의 시대이었지요
    그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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