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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 마초 킴 50년 전 경포대의 로맨스

작성자마초|작성시간24.08.14|조회수260 목록 댓글 10

https://www.youtube.com/embed/WrQyPHzzfCA

호수 (湖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득해 보였다 멀리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멀어져 있었다는 뜻일거다 바람이 없는데도

잡은 손은 조금 차가웠다.


뾰얗던,

귀밑 머리는 이제는 희끗희끗 잔서리가 보이고 이따금 짓는 

미소(微笑)에 간간히 주름이 섞여온다.
50년이란 긴 세월 (歲月) 그도

나도 저만치 가고 있었다.

"잘 지냈어?"
얼굴은 호수(湖水) 를 보며 그냥 고개만 끄덕인다.
"머리도 짧아졌고."
또 그냥 웃는다.
"반지도 빼 버렸고"
이번에는 얼굴을 돌린다.
대답 없이 바라보는 눈동자에 잠깐 이슬이 반짝이는 것 같았는데
금세 사라지는 걸 보니 아마도 잘못 본 모양이다.

청색 물결에 녹색 갈댓잎이 젖어들어 일렁거린다 울바람이 차가울 때 그때
갈댓잎은 갈색이었다.
"히~어울리네"
위도 아래도 짙은 감색 옷으로 입은 그녀를 보며 웃자
"웬일? 칭찬도 다 할 줄 알고"

참 예쁘다 냄새도 좋다.
하늘과 호수 (湖水)  그와 바람 모두가 아름답다.
다시 봐도 몇 번을 봐도.
6월의 열기와 후끈 달 구워진 벤치가 손짓하며 말없이 제 등을 내민다.
"아직도 잠 잘 못 자?"
고개를 끄덕인다.
"왜 사서 고생이야 좋은 사람 있었다면서"
후후~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그 넘에 성미 여전하나 보군. 이제 그만 놓을 
 줄도 알아야지"

호숫가에,

서 있는 늙은 버드나무잎이 한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세차게 펄럭인다.
50년의 세월이 그에게는 저렇게 흔들리며 산 모진 시간들이었을까?
해줄 것이 아무도 없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망부석처럼 바라다보고만 있는 

어리석은 여심(女心)이 심장을 헤집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호수(湖水) 바다
늘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좋다던 사람.
슬쩍 농 쳤다.
"오랜만에 좀 보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묻는다
"뭘?"
"뭐긴 몸매."
푸하하하 ~하고 고개를 제치면서 남자처럼 목젖이 다 보이도록 웃는다.

"예전보다 배 많이 들어갔네"
"암~ 열심히 운동했거든"

뭐~여자 앞에서는 좀 뻥까는 거 아니겠어?ㅎㅎ
파도가 일으키는 포말은 언제 봐도 '엄마품' 같이 포근하다.
살그머니 다가와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살그머니 물러난다고 그가 붙여준 이름이다.
"거 기분 나쁘네. 내뿜도 저런데"
낄낄~웃으며 내 등짝을 찰싹 소리 나게 때리곤 말한다.
"부드러운 사람 다 죽으면"
밤바다는 울렁증을 몰고 온다.
바람이 동반하는 갈증과 어둠이 던지는 신비(神祕)
그리고
그 속에서 그와 내가 만드는 길고 긴 두 개의 그림자가 겹치는 기대감이 만들어 내는
50년 만의 흥분이 주는 울렁증.

하얀 얼굴이 가만히 위를 향한다.
꼭 감은 눈 위로 기름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늘 그는 포옹(抱擁)하면 몸을 떤다.
50 년이 되었어도 한결같다.
여름밤의 열기 속에서도 그의 입술은 조금 차가웠다~~푸하하하

그림자는 원래 허구(虛構)다.
그것들이 만들어 내는 오색의 영롱함은 시각을 현혹(眩惑)시키는 매직일 뿐이다.

어둠의,

경포바다는 언제가 될지 모르나 그와 나의 해후(邂逅)를 또 기다려 줄 것이다.
허구가 가져오는 매직의 환상(幻想)이 아닌 죽어도 좋을 만큼 진실로 만나는
그런 해후(邂逅)를 기다려 줄 것이다.

떠날 때 잡은 그의 손은
처음 만날을 때 마냥
조금 차가웠다.

그대, 날 위해 영원히 기다려 주겠는지ㅎ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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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5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이 아닐는지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희은이 | 작성시간 24.08.14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
    영원한 사랑은 없지만 그 사랑을멋지게 나열하셨군요
    그러나
    진실된 사랑은 있다 하지요 ㅋㅋ
    그런데 마초님은
    영원한 그 사랑을 아름답게 담아 오셨군요....^^*
    감회가 남다르 셨겠군요
    고운 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5 늘 좋은멘트
    잊지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안단테 | 작성시간 24.08.14 경포대의 로맨스
    작년에 몇십년만에 가본 경포호의 변한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서울태생 이지만
    친정같은 경포호 랍니다
    그냥 몇마디 말로 툭 던져도
    진심의 정이 보이네요
    아름다운 순수의 옛정이~

  • 답댓글 작성자마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5 내공있는 스마트한 리플
    정말 고맙습니다
    선배님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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