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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부친의 함자가 어찌 되는 가?

작성자파사|작성시간24.08.15|조회수168 목록 댓글 8

내가 젊은 시절 문중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처음 뵙는 어른 한 분이 가까이 오시더니 자네 부친의 함자가 어찌되는 고?”하고 물었다.

 

나는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아버지의 함자를 말씀드렸다.

, 00입니다.”

 

그러자 그 분의 옆에 서 있던 나의 7촌 숙부께서 나를 나무라시며, 아버지 함자를 그렇게 말하면 되느냐고 하신다.

아버지의 함자를 말 할 때는 이름 사이와 뒤에 자()를 넣어 00자입니다 라고 해야 한다고 일러 주셨다.

 

나는 그 전에 함자 사이와 뒤에 자()자를 넣어 말하는 것을 알았지만 얼른 그런 식의 대답이 나오지 못하였다.

 

이 날 나는 몹시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이 들었고 후회 스럽기도 하였다.

나는 그때부터 무엇 때문에 이름을 바로 부르지 못하고 굳이 자자를 넣어 부르는 지 그 연유를 알아보려고 했다.

 

예로부터 한자문화권에 속한 동아시아에서 조상들의 이름자를 귀하게 여겨 함부로 부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였다.  

살아있는 사람 이름을 부를 때는 함자’, 또는 존함이라 하며, 윗대 어른의 이름을 부를 때 주로 쓴다.

죽은 자의 이름 앞에는 를 붙인다.

그래서 묘소의 비문에 보면 돌아가신 분의 이름에 00’라고 씌어져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은 재갈 함자이다.

()는 꺼릴 휘다.

이 두 글자를 보면 이름과는 거리가 먼 글자이다.

그럼 왜 하필이면 이런 글을 이름을 호칭할 때 쓰는가?

 

은 입에 재갈을 물린 듯 함부로 이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말라는 뜻이며,

는 돌아가신 어른의 존함을 꺼리듯이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런 이름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한 것은 유교문화가 전래된 고려시대부터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백성들은 왕이나 집안 조상의 이름자에 쓰인 글자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을 피휘(避諱)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부터 유교이념을 받드는 조정신하들이나 선비들 사이에서 이름을 신성시 하며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남의 이름자와 같은 글자를 쓰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나 권세가들은 남이 자기의 이름자를 같이 사용하는 것을 매우 꺼렸다고 한다.

 

하물며 임금의 이름에 서랴.

하여 태조 이성계는 자기의 이름자가 흔한 글자라 백성들이 혹여나 같은 자를 써다가 큰 봉변을 당할 것이 염려되어 이름을 남이 쓰기 어려운 아침 단() 딱 한자로 지어서 바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성계의 손자대부터 왕자들의 이름은 한자(一字)로 지어 부르는 것이 전통처럼 되었다.

세종대왕의 함자는 이도, 선조는 이연, 정조는 이산이다.

 

이런 함자의 기피현상으로 이름대신 우리의 선조들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온 자()나 호() 등을 지어 즐겨 사용했다 한다.

이때부터 어른의 함자를 말할 때는 이름 뒤에 자를 넣는 풍습이 생겼다고 하는데,

()’는 성()자 다음에는 붙이지 않으며, 이름자 사이와 이름자 뒤에 붙인다.

예를 들면, 김정희는 김 정자 희자입니다.”라고 한다.

 

나도 요즘 만나는 젊은이에게

 부친의 함자가 어찌 되는 고?” 한다.

, 000입니다.”

 어른의 함자를 말 할 때는 이름자에 를 넣어 말해야 한다.”

 

학교에서 어느 담임선생이 새로 전학을 온 학생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려고

물었다.

아버지의 성함이 어찌되느냐?”

, 진 진가입니다.”

 얘야, 어른의 성함에는 자를 붙여 말해야 한단다.”

, 진짜 진짜 가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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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파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6 감사드립니다. ^^
  • 작성자오개 | 작성시간 24.08.16 복잡한 우리 문화입니다
    그냥 자연스러운게 좋지않나 한는 속좁은 저의 생각입니다만
  • 답댓글 작성자파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7 감사드립니다. ^^
  • 작성자지존 | 작성시간 24.08.16 요즘은 그러지 않지만 예전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했지요 어르신들을 존경하는 뜻으로 ㅎㅎ
  • 답댓글 작성자파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8.17 감사드림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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