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를 보고나서...
들어가는 글
지난 이틀 동안,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16부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단숨에 다 보았습니다.
오늘 저녁 8시15분쯤 감상을 모두 마치고
평소보다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몰두해서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1위를 했다지요
며칠 전 사명님께서 감상문을 짧게 올리셨지요
그때만 해도 저는 넷플릭스 구독자가 아니어서
제대로 댓글을 달지 못했습니다
어찌어찌 넷플릭스를 구독하게 되었고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목만큼이나 독특하고,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드라마는 제 마음을 뒤흔들며
눈물과 콧물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며칠 전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뵙고,
마음속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온 뒤라서였을까요.
마치 그 연장선상에서 이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감동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제 마음을 담아 이렇게 감상문을 적어봅니다.
감상문
이토록 깊은 감동을 안겨준 드라마가 또 있었을까.
《폭싹 속았수다》는 애순이라는 제주도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중심으로 그려낸 이야기이지만,
내가 이 작품을 보며 가장 마음 깊게 다가왔던 건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였다.
말수가 적고, 표현은 서툴지만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살아온
양관식이라는 인물은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들었다.
드라마의 제목인 ‘폭싹 속았수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속았다’는 뜻이 아니라,
독특한 제주도식 방언으로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한 마디가 이 드라마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애순이도, 금명이도 물론 수고 많았지만,
그 누구보다 가족을 위해 평생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애순이 남편이자 금명이 아버지인 양관식이야말로
진짜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금명이가 아버지와 둘이서
새벽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는 장면이었다.
맏딸인 금명이가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빠는 매일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서 바다에 나갔는데…
더 자고 싶지 않았어?”
아버지 양관식이 조용히 대답한다.
“이 세상에 아침에 더 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니…
하지만 너희들이 푹 잘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버지니까.”
이 짧은 대사 하나로 아버지의 인생이 응축되어 있었다.
우리 모두의 아버지들이 그랬다.
나의 아버님도 그러셨고,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지방으로, 해외로 뛰어다니며,
때론 스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출장도 다녔다.
다친 무릎도 돌보지 못한 채 열심히 일만 하다
결국 불치의 병을 얻은 양관식의 모습은
마치 내 아버지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했다.
47세에 당뇨병을 얻고도 14년을 더 버티시며
5남매와 어머니를 있는 힘껏 부양하시다
환갑생일을 6개월 앞두고 세상을 떠나신 나의 아버지.
드라마 후반부, 양관식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
나는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눈물을 닦아내고 콧물을 풀어내야 했다.
이렇게 나를 울린 드라마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드라마의 주제는 결국 ‘사랑’이다.
부인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그것은 달콤한 말이나 격렬한 감정 표현이 아닌,
평생을 함께 성실히 살아내는 것으로 증명된다.
양관식은 10살 때부터 애순이를 사랑했다.
둘이 18세, 19세 때 부산으로 야반도주했고
결국 결혼했고, 평생을 함께 살아냈다.
마지막 순간, 애순이가 시집을 펴내고 말한다.
“내가 시를 쓸 수 있었던 건… 바로 당신 덕분이에요.”
그 시집의 제목이 바로 "폭싹 속았수다"이다
그 때 양관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내의 예술적 재능마저 일궈주고 간 남편의 삶.
양관식이라는 인물은 표면상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이 드라마 전체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젊은 시절의 양관식과 오애순을 연기한 박보검과 아이유
그리고 나이든 양관식과 오애순이었던 박해준과 문소리
OST ‘손을 잡는다’는 부인 애순과 맏딸 금명,
그리고 아버지 양관식의 감정을 오롯이 담고 있다.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 하나하나가
마치 이 드라마의 이런저런 여러 장면들을
다시 펼쳐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당신이 있어 내가 버틸 수 있었어요.
당신 덕분에 살았어요.”
이 가사 한 줄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이 드라마는 결국,
‘사랑’과 ‘헌신’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양관식이 있다.
맺는 글
드라마를 보고 난 후,
나 자신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과연 우리 집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가.
너무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앞으로는 나를 위해 늘 희생해 준 우리 집사람을
더 알뜰히, 살뜰히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당신 덕분에 살았습니다’라는 가장 아름다운 고백이다.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고화질]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조합 ✨아이유X박보검✨이 부르는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 KBS 202525-03-10 방송
폭싹 속았수다 OST - 밤 산책 (Midnight Walk) - 아이유 (IU)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이 거리엔
낭만 속에 뛰놀던 우리가 있고
지난 시간이 배어 있는 이 거리는
너와 달빛을 베고 기댔던 곳
알아 다 지나버린 일인데
걸음마다 따라오는 우리 함께한 시간이
그저 이렇게 걷다 보니 하나둘씩 떠올라
밤공기에 실려 온 그리움이 번지네
지친 하루의 고민들을 내려놓고
찬 바람을 등지고 함께 걷던 길
나무 그림자 사이마다 널어놓은
사랑했던 장면과 이야기들
알아 다 지나버린 일인데
걸음마다 따라오는 우리 함께한 시간이
그저 이렇게 걷다 보니 하나둘씩 떠올라
밤공기에 실려 온 그리움이 번지네
혼자 걷는 이 길
가는 한숨에 널 덜어내고
이 긴 어둠에 안겨 위로받네
알아 다 지나버린 일인데
걸음마다 따라오는 우리 함께한 시간이
그저 이렇게 걷다 보니 하나둘씩 떠올라
밤공기에 실려 온 그리움이 번지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사명이 작성시간 25.04.10 청솔 네, 청솔님~~~
저도 이틀밤 새우며 보았습니다.
하도 울어서 머리 아팠어요.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4.10 사명이 저만 울었던게 아니로군요
오늘 아침에도 관련 영상들을 보느라고
여태 오락가락합니다
출연배우들과 연출자가 나와서
촬영 뒷얘기를 하는데
끝나는 부분과 시작하는 부분에도
볼거리가 많다고 합니다
뒷얘기가 궁금해 그 부분들은
죄다 생략하고 건너 뛰었는데
그 부분들만 다시 보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빼지않고
천천히 다시 보려고 합니다
제 책상 앞에는 지금도 손수건이
놓여 있습니다. 만일을 위해서... -
작성자기정수 작성시간 25.04.10 오랜만에 5670에 와서 감명적인 글 읽어봅니다
저는 종편을 보지 않기에 제목만 알고 내용은 전혀 몰랐는데
올리신 글을 보니 아주 좋은 드라마란 생각이 듭니다
폭삭 속았수다가 정말 수고많았다라는 제주방언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4.10 정말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종편이 아니고 OTT 넷플릭스입니다 ^^*
저도 구독을 하지 않았었는데
어찌어찌 엊그저께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며칠 째 넷플릭스의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아이리쉬 맨, 서부전선 이상없다 등
열심히 영화를 보는 중입니다
네 저도 이번에 알게된 제주방언입니다
구글검색을 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사명이 작성시간 25.04.10 기정수님 ~~~~
정말 오랫만에 오셨군요.
이 드라마 정말 교훈적이며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