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 화물을 싣고 강정으로 갔다.
마침 물때였는지 썰물로 드러난 바다가 바닥을
보인다.
아직 화물 실을 시간이 남아 '보말이라도 잡을까?' 바다로 내려가 얼른 두어줌 잡고 올라왔다.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다 비닐봉투를 내밀었다.
"예, 이거 가져갑서."
비닐 속에는 고사리가 들어있다.
"아니, 이 귀한 걸...... 애쓰게 꺾은 걸 주시다니,"
아저씨는 빙그레 웃기만 한다.
"저기 소나무 아래 가시덤불에 있습디다."
아마 팔에 가시가 찔렸을거다.
"아이고 ~ 절하면서 공들여 꺾은 걸 받아 어떵허코?" 말하면서도 염치없이 받아들고 왔다.
나중에 거래처에서 들은 말이지만 바다에서 공공근로 일을 하는 분 같았다.
그물이나 스티로폼 같은 쓰레기가 밀려오면 수거하고 바닷길 넓힌다고 공사중인데 차들이 오면
교통정리도 하는 일을 한다.
마을마다 두세 명씩 바다를 지킨다.
아무튼 생판 모르는 분께 힘들게 꺾은 고사리를
받고.
차~암, 뭐라 말해야 할지.
평화로를 달리다보면 주차장이나 갓길에 세워 둔 많은 차를 본다.
고사리 꺾으러 온 사람들이다.
올해는 고사리장마까지 잦아 만나는 사람들마다 많이 꺾었다고 자랑한다.
육지에서도 관광도 할 겸 고사리 꺾기대회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
남자들이 더 잘 꺾는다.
재수 좋으면 두릎도 따고.
명절, 제사도 많은 장손며느리가 고사리 꺾으러
한 번만 갔다면 아마 제주사람들은 욕할 것이다.
재미삼아 친구들과 한 번 갔다와서는 사나흘 몸이 쑤셨다.
바쁘기도 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시부모님 돌아가시고 많은 제사를 물려받았는데
말젯시어머니가 고사리를 꺾어 바싹 말린 다음
갖다주었다.
어머니가 나이 들고 노쇠해지자 시고모님이 꺾어
왔다.
고모님도 거동이 불편해지자 시누이가 한번 먹을만큼 따로따로 비닐에 담아 가져왔다.
난 福도 좋은 것 같다.
많은 먹거리 중에 고사리만큼 공들이는 산나물도
없다.
가시에 찔리고 하나하나 꺾을 때마다 절을 하며 꺾는다.
탐스런 고사리를 꺾다보면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호루라기를 지참하라고 당부하는 지방뉴스가
뜬다.
배낭 가뜩 딴 고사리를 솜털과 잎을 털어내고 삶은 다음 아린 맛과 독성을 빼기위해 찬물에 두세 시간 담근 후 물기를 빼고 말리는 것이 좋다.
나는 이런 수고스러움 없이 거져 얻어 먹었으니.
오늘 받은 고사리를 삶아 물에 담갔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것도 '고사리 인연' 인가
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福 받으소서.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1 예. 청솔 님.
제주도는 옛부터 가난하게 살아도
돌담 위로 먹을 것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면 온동네 떡 나눠 주고.
그 심부름 많이도 했지요.
어디든 똑같을 겁니다.
바가지 씌우는 곳도 있고
덤으로 "더 먹은라." 고 주는 곳도 있고.
만원짜리 뷔페는 배터지게 먹지요.
아마 관광지에서 바가지 상술이 있었겠지만
침소봉대도 있을겁니다.
비싸다고 소문나면 좁은 제주바닥에선
바로 망하는 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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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1 저의 집이 신제주 연동 번화가입니다.
앞에는 롯데면세점이고 신라면세점도 가까워
서 관광객이 얼마나 오는지 알 수 있지요.
맛있는 식당은 손님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파리 날리는 집도 있고.
어디든 같지요.
바가지 상술은 관광지일겁니다.
제주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흐름을 타는 것 같습니다.
호황기가 있었고
중국인들 대량매입도 있었고
땅도 직접 보지 않고 부동산업자의 말만
듣고 산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부동산 전망과 발전성을 보는 안목도
있어야 합니다.
제 거래처 어르신들이 유명 가수들 밭을
경작하는데 생태공원 들어와 토지보상금
받고 땅값도 오르고. ㅎ
부동산 경기 부진 원인은
제주 제2공항 문제도 있지요.
투기 문제 발생할까봐
몇 년간을 토지제한거래로
묶여 거래도 안되고 건축제한도 걸렸어요.
제 시댁이 그쪽입니다.
저도 욕심을 내 땅을 좀 샀다가
지금 허리 휘어지게 일하고 있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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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1 제주를 자주 찾는 분들은
토박이 보다 더 가성비 좋은 식당을 잘 알고
방문하는 것 같아요
지방 관광지에 있는 기념품점,식당은
문 닫은지 오래입니다.
전부 시내에서만 쇼핑하기 때문이지요.
크루즈선 타고 오신 손님들도
관광버스로 시내 면세점과 올리브영을
찾고 시내에서 식사합니다.
문닫은 가게를 중국인들이 임대하여
성황중에 영업합니다.
중국관광객들이 찾아가니까요.
신제주에도 점점 중국인 소유 가게들이
늘어나고 길거리는 온통 중국어밖에
안 들립니다.
중국관광객이 없다면
제주도는 아마 망했을겁니다.
제2공항 주변 땅도 이미 중국인들이 주인이라고 합니다.
5억만 道에 납부하면 영주권을 얻고
마음대로 명당자리 토지도 구입하니까요.
유튜버들 방송은 50%만 믿으면 됩니다.
장사 안되는 곳, 잘되는 곳
골고루 방송해야 되는데
안되는 곳만 찾아 방송하니까요.
도민인 우리는 빠삭하게 알 수 있지요.
어디는 손님들이 미어터지고
어디는 한산한가를.
친구들과 시골 카페에 갔는데 자리가 없어
기다린 적도 있지요.
시골에도 가성비 좋은 대형 식당들 많고요.
시골은 인구소멸화로 빈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일본처럼요.
사진은 크루즈선 관광객을 태우려고 대기하는 버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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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개 작성시간 26.05.03 보말이 뭔가하고. 찾아보니 고둥 이군요.아우라님덕분에 제주도 토속어 많이 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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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우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4 보말죽이 맛있어요.
제주도 내려오시면 꼭 맛보시기 바랍니다.
옛날엔 전복, 소라를 잡았는데
요즘은 바다도 흉년이 들어서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