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맞으며
김 난 석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물안개 피어대는 강가에 나서 보라
숲 속에 조용히 몸을 틀고 앉아
하늘과 살랑대는 호수를 들여다보라
미풍이 건들거리는 언덕을 살그머니 넘어
갑자기 튀어 내리는 폭포소리를 들어보라
영물스런 기운이 다가오지 않던가.
원시종교의 한 형태인 애니미즘은
모든 생물과 무생물에 생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것에 정령이 들어있다고 믿었으니
자연에 대한 외경畏敬이다.
특별한 동물이나 식물에
혈연공동체의 수호신이 있다고 믿었던 토테미즘도
자연에 대한 외경의 한 형태일 것이다.
오월 하늘 아래 벽초지의 수련들이
고요한 수면 위에 수런댄다
물 위에 비칠 듯도 한
수련의 물그림자는 보이질 않고
어디에서나 하늘에 수직일 뿐이요
물 위에 수평일 뿐이니
꽃 말고는 모두 하늘과 수면에 맡긴 채
반듯한 정령이고 싶은 것이던가.
꽃들이 지고 나면 슬며시 물에 잠겨
다시 연화원蓮花園이 되려니
어찌 또 오월 하늘 아래만 기릴 수 있으랴.
이렇듯 수렁도 돌부리도 가시덤불도 아닌
진정한 자유는 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니
계절을 가릴 것도 없이
자연과 더불어 두런거리는 삶도 좋아라.
존재라는 것이 본시 아름다운 것이지만
살아가는 것들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지만
오월 초여름 상쾌한 하늘 아래
싱그러운 산길을 찾아 나서면
비단바람맞으며 흐르는 물 거슬러
산길을 걸어가면
골짜기 맺힌 곳 호수를 지나
산길을 오르면
붉은 연정 쏟아 내는 철쭉꽃 동고리
앞으로 옆으로 다시 돌아 돌아
산길을 오르면
등나무 꽃그늘 아래 잠시 머물러
하늘을 쳐다보곤
다시 산길을 오르면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산인지 들인 지
알 바 없는 철부지 아이 뒤로하고
다시 산길을 오르면
다정한 연인들 틈새로 어깨를 내밀어
산길을 오르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성긴 잎사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산길을 오르면
붉은 단풍일 것 없이 싱그럽기만 한
산길을 오르면
반야교(般若橋) 돌다리 건너 마음을 여미며
산길을 오르면
촉촉이 젖은 땀 명부전(冥府殿) 앞
종구락 물로 식히고 다시 산길을 오르면
연자봉(蓮子峰), 서래봉(瑞來峰), 불출봉(佛出峰),
산봉우리 따라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오르면
부처님 한 바퀴 돌아 산길을 내려다보면
물가에 앉아 졸졸졸 흐르는 초여름 소리 들으며
건너편 보리밭을 바라보면
산이 에워 쌓고 씨나 뿌리고 살으란다는
옛 시인의 글귀라도 떠올리면
아름다운 사람 옆에 있어 함께
오월의 초여름을 바라보노라면
온몸이 파아랗게 물들 아름다움이어라.
이제 오월을 맞습니다.
오월은 노동절로 시작하지만
이젠 붉은 이마에 수건을 불끈 동여매기보다
하얀 목에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나서야 하겠습니다.
모두 건필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도반(道伴)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아우라 작성시간 26.05.01 new
7년간 매일 운전하니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느낍니다.
하얀 눈 위에 붉은 동백이
정열을 불태우고
벚꽃잎이 바람에 덧없이 날리면
스쳐가버린 내 청춘이 슬퍼 울고
조팝꽂이 무더기로 뭉게뭉게
능소화가 툭툭 떨어지고
낙엽이 내 차창 위로 날리면
"아, 또 한 해가 지는구나."
늘어나는 주름.
자연은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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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도반(道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1 new
청춘은 아니지만
장춘이 아닌감요?
그래도 겸손은 견지해야겠지요. -
작성자안단테 작성시간 26.05.01 new
오월은 가정의달 답게
행사가 많은 우리집
많은 계획들이 예약되 있고 장미꽃 바구니도 저만큼 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축복을 나누며 웃음소리 나는
오월 즐기세요 -
답댓글 작성자도반(道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01 new
모두 즐거운 일들이겠네요.
장미꽃도, 또
웃음꽃도 많이 피우세요. -
작성자그대안의 블루 작성시간 26.05.01 new
도반님을 따라 나선
5월의 첫날이 재밌어요
수련이 수런거리기도 하루요ㅎㅎ
자연물에 인성을 입히면
훌륭한 동무들이 됩니다
사랑하는 님의 손을 잡고
5월을 누비면
세상 어디라도 바로 극락이지요
혼자라도 좋겠지만요
네, 빨강 말고~ 파랑 스카프를
이마 말고 ~ 목 주변에
하늘 하늘 ~두르고 ~~~
이 사랑스런 5월을 곱게 곱게
사뿐사뿐 누리렵니다 ~~~
향기로운 글
감사 드려요 도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