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은 억누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이 기억하고 갈망했다. 브로크백에서 보냈던 그 아득한 여름, 에니스가 뒤로 다가와 그를 끌어당긴 순간 함께 느꼈던 열망, 성욕 아닌 그 열망을 만족시켰던 침묵의 포옹을.
그들은 불 앞에서 오랫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타오르는 모닥불은 붉은빛을 흔들며 둘의 그림자를 하나의 기둥으로 바위에 드리웠다.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것은 에니스의 주머니에 있는 회중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와 숯으로 변해가는 장작의 탁탁거리는 소리뿐이었다. 모닥불 위헤서 아른대는 아지랑이 사이로 별이 반짝였다. 에니스의 숨결이 느리고 고요하게 와 닿았다. 에니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불꽃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몸을 흔들었고, 잭은 고른 심장박동, 희미한 전류 같은 콧노래의 진동에 기대서서 잠 아닌 잠에, 나른하고 꿈결 같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가 죽기 전인 어린 시절에 들었던, 오래되었지만 아직 쓸 만한 말을 기억에서 캐낸 에니스가 "카우보이, 코 잘 시간이야. 난 가야 해. 자 어서, 말처럼 서서 자고 있네"라고 말하며 잭을 한번 흔들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렇게. 에니스가 말에 올라탈 때 박차가 흔들리는 소리, '내일 봐' 라는 말, 말이 몸을 털며 히힝거리는 소리, 돌에 구르는 말발굽 소리가 잭의 귀에 들려왔다.
그 나른한 포옹은 떨어져 있는 그들의 고된 삶에서 유일하게 솔직하고 즐거운 행복의 순간으로 그의 기억 속에 굳어졌다. 그 무엇도, 에니스가 그때는 자신이 안고 있는 사람이 잭이라는 사실을 보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아서 마주보고 안지 않았다는 사실을 잭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그 기억을 망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은 더 얻을 수 없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그대로 두라, 그대로 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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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십일월이 되어서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잭에게 쓴 엽서가 '수취인 사망'이라는 소인이 찍혀 반송되어 오기 전까지 몇 달 동안 에니스는 사고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알마와 이혼했을 때 걸었다가 잭이 전화한 이유를 달리 이해하고 이천 킬로미터를 헛되이 달려왔던 단 한 번의 전화 이후 처음으로, 에니스는 차일드리스의 잭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잭이 전화를 받겠지, 받아야 해. 하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누구세요? 누구신가요? 루린이 받았다. 에니스가 재차 이름을 밝히자 그녀는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길옆에 트럭을 세우고 바람을 넣고 있었대요. 무엇 때문인지 타이어를 림에 고정시키는 부분에 이상이 생겨 타이어가 터졌는데 그때 림이 얼굴을 강타하면서 코와 턱이 으스러지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나 봐요. 누군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자기 피에 질식해 죽은 뒤였죠.
이럴 수가, 사람들이 타이어 레버로 죽였구나, 그는 생각했다.
"그이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어요. 낚시 친구인가 사냥 친구인가 맞죠? 알고 있어요. 알려드리는 게 도리인데, 성함과 주소를 알 수 없어서요. 그이는 친구들 주소를 대부분 따로 적어놓지 않거든요. 끔찍한 일이죠. 겨우 서른아홉이었는데."
북쪽 평원 같은 거대한 슬픔이 다가와 그를 짓눌렀다. 그를 죽인 것은 타이어 레버였는지 진짜 사고였는지 모르지만, 잭의 목으로 피가 흘러 들어가는데도 그를 돌려놓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은 분명했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 아래로, 강철이 뼈를 으스러뜨리는 소리, 바닥에 떨어지는 림의 공허한 울림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거기 묻혔습니까?" 그는 잭을 비천한 길에서 죽개 버려둔 루린에게 욕을 퍼붓고 싶었다.
전화선을 타고 텍사스 억양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미끄러지듯 들려왔다. "비석을 세웠어요. 그이는 화장을 해달라고, 재는 브로크백 산에 뿌려달라고 말했어요. 그게 어딘지 저는 몰라서요. 그래서 그이가 바라던 대로 화장을 해서 반은 여기에 묻고 나머지 반은 그이 가족들에게 보냈어요. 브로크백 산이 그이 고향 근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잭을 아니까 하는 말인데, 그 산은 파랑새가 노래하고 위스키가 샘솟는 상상의 장소 같은 것일 수도 있죠."
"여름에 브로크백에서 양을 친 적이 있습니다." 에니스가 말했다. 입을 떼기도 힘들었다.
"뭐, 그이는 거기가 자기 집이라고 했어요. 저는 술집을 말하는 줄 알았죠. 거기 가서 술 마시는 것, 술을 많이 마셨거든요."
"가족들은 아직 라이트닝 플랫에 삽니까?"
"아, 그래요. 죽을 때까지 거기 살겠죠. 전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요.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어요. 그분들한테 연락해보세요. 그이 소원을 들어주면 그분들이 고마워할 것 같네요."
당연히 그녀는 예의바르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눈처럼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