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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소평-책ㅁ

[채식주의자]와 번역

작성자여국현|작성시간16.06.20|조회수359 목록 댓글 0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발표를 듣고 서점에서 한글본을 사 읽은 뒤, 리테에 원서 읽기를 잠시 중단하고 이 작품을 읽기를 권해 같이 읽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강의 원 작품과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을 같이 보게 된다.

한글의 번역본을 원어와 대조하며 읽어가는 일은 대학원 이론 세미나 이후 오래간만에 해본다. 일단 아주 어렵지 않으면서 적당한 가필과 생략, 문장의 재구성 등을 통해 대상어인 한국어보다는 목표어인 영어의 가독성을 중시한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보다 잘 읽힌다.

번역이 워낙 잘 되었다는 상찬을 받는데다 상까지 받은 후광, 게다가 우리 문학에 대한 역자의 애정을 여기저기서 확인한 터라 번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이 훌륭한 것은 훌륭하다 하더라도 사소한 실수 혹은 오류들이 보이고, 더러는 역자 자신이 한국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The Vegetarian"에서 "처형"이라는 표현을 "처남"과 구분하지 않고 Young-ho라 일관되게 번역한 부분이나(43-46), 병실을 찾은 어머니가 인혜에게 "이것아..."라 부른 장면을 "This...."라 옮겨놓은 부분이 우선 눈에 띈다. 이때 "이것아.."를 역자는 호격으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것처럼 옮겨 마치 뒤에 나오는 "Take this"와 이어지는 지시대명사처럼 이해한 것 같은 부분. "Dear...." 나 "darling..." 이라고 옮겨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 아버지가 개를 오토바이에 끌고 다니던 부분에서도 원작에서는 "나무에 매달아 불에 그슬리면서 두들겨패지 않을거라고 했다. 달리다 죽은 개가 더 부드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대."라 되었는데 번역에서는 "While father ties the dog to the tree and scorches it with a lamp, he says it isn't to be flogged. He says he heard somewhere that driving a dog to keep running until the point of death is considered a milder punishment."라 옮기고 있는데, 이는 원작의 내용을 오독한 번역이다. 마치 불로 그을려 죽이는 것보다 죽을 때까지 달리게 하는 것이 개에게 덜 잔인한 처벌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Mongolian Mark"에서는 "춘화"를 글자 그대로 "spring flowers"로 옮기고(58), he라 되어야 할 부분이 she로 되어 있거나(63), "가지를 치지 않은"을 denuded로 옮기고(64), "어려움을 알 애는 아니지만"라는 표현을 "it's not as though she doesn't understand the difficulty."라고 함으로써 의미가 반대가 된 듯한 옮김(64-5), 그리고 원작의 의미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담겼다고 할 수 있는 "물컹물컹한 환멸을 씹으며"라는 표현은 누릭시킨 점(65) 등도 눈에 띈다. 인혜가 화실을 찾아와 몸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처제와 형부라는 관계"라는 작품의 의미상 중요한 부분을 "the kind of relationship she'd had with her now ex-husband"라고 옮겨놓은 점 등은 작품의 원 의미에 오독을 가져올 수도 있는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군데군데 보이는 이런 부분들이 작품 자체의 의미를 완전히 곡해하지는 않겠지만 한강의 원작을 읽지 못하는 영어권 독자들에게 원작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거나 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위험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번역 자체가 전반적으로 문제일 것 까지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앞에서도 말했듯 우리 문학에 대한 역자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우리 작품과 작가들이 영어권 독자들에게 읽길 기회를 제공하는 데보라 스미스의 노력은 충분히 의미있고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몇 예에서 보이듯이 기본적일 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 갸웃하게 번약된 부분은 번역자와 우리나라의 출판 관계자가 조금만 신경썼으면 충분히 교정하고 원작의 의미에 더 부합하는 정확한 뜻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움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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