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준비를 위해 김장김치도 쭉쭉 손으로 찢어 깨도 뿌려 담아두고, 콩나물과 호박나물 볶고, 한차 뜨겁게 끓여 담느라 새벽이 분주했다. 밤에 불려둔 콩밥도 맛있게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에어오븐에서 잘 건조된 사과칩과 귤도 챙겼다. 깜깜한 새벽, 다행히 전 날보다 따뜻한 날인지 성에가 끼지 않은 차를 몰고 모임 장소로 갔는데 버스가 와있지 않아 잠시 서성이며 회원님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평소 전병화 기사님 대신 하나관광의 다른 기사님이 오셨고, 백양사 휴게소에서 첫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노랑과 연분홍 엔젤 트럼펫이 화장실을 빛내고 있었고 68세이신 강혁화님과 화장실 다녀오며 쌓은 친분으로 도착한 후 첫 마음나누기 프로그램 진행 시 짝이 되어 편안하게 시간을 엮을 수 있어 좋았다. 눈꽃처럼 쏟아져내리는 다양한 낙엽을 주워모아 만다라 만들기도 하고 웃음나는 게임도 이어 했는데 한 분이 넘어지셔서 깜짝놀랐다. 점심을 앞두고 가벼운 놀이를 한 것인데 넘어지며 안경이 상하거나 몸을 다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지하게 되었다. 영양사를 아내로 두신 회원님께서는 달걀,오리알을 섞은 계란말이, 도토리묵무침, 나물, 제육볶음 등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오셨고, 내려오는 길에는 해남의 명물인 고구마와인막걸리와 파전까지 넉넉히 베풀어주시며 회원님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셨다. 항상 숲 해설을 해주시는 임효신샘은 계절를 잊고 피어난 동백과 비자나무, 노랗게 물들어가는 생강나무, 방사상으로 열매를 맺은 팔손이, 빨강 열매를 맺은 녹나무과의 생달나무, 개서어나무, 곤달비와 곰취보다 훨씬 작은 잎을 가진 긴병꽃풀, 잔열매를 송이로 맺은 계요등, 파골라를 덩굴로 오른 멀꿀나무(으름과 유사한 잎), 황금구골나무과 호랑가시, 금식나무, 500년 생 느티나무의 연리근, 대흥사 법당 내의 종려나무 등에 관심을 가지도록 안내를 해주셨다. 선운사 동백꽃 노래도 부르며 떨어진 꽃을 주웠는데 밤꽃향을 가진 꽃물이 흘렀고, 개비자보다 짧고 강한 잎을 가진 비자의 구충제 역할을 하는 열매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학교의 개서어나무에 서어나무란 패찰이 붙어있다고 말하니 열매를 살펴보면 반쪽짜리와 온전한 쌍열매가 있는데 쌍으로 있으면 서어나무라는 기준도 알려주셨다. 곳곳의 좋은 글귀들도 함께 읽으며 저절로 나오는 노래도 함께 부를 수 있었던 시간이 참 좋았다. 특히 난 '모든 노래의 트롯화' 끼가 있다고 알려주니, 언니의 '모든 노래 성가곡화'라는 답을 해줘서 죽이 잘 맞는 친구같은 느낌도 들었다. 9곡9교의 마지막 심진교를 지나 법당으로 들어서며 와불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배치, 사천왕상의 필요없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밝게 입구를 채워주고 있으며 최고의 부도탑이 있는 곳이라는 전태복 해설사님의 설명도 접하게 되어 흐뭇했다. 대흥사에서 우리 마을의 부부를 만나게 되는 인연도 놀라웠고, 미션 수행에서 연리근과 종려나무 앞 사진도 멋지게 찍어주신 임효신샘 덕분에 상품도 받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safe heaven]이란 영화를 틀어주신 기사님 덕분에 아름다운 영상 속 해피엔딩의 러브스토리를 가슴에 새길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올해 마지막 기행을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내년엔 보다 낯익고 편안한 회원님들과 더 좋은 숲 기행을 할 수 있길 소망한다.
오늘은 서울에서 여고 동창들의 모임이 있는 날인데 동창 밴드에서 모인 행복한 사진을 보니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안타깝지만, 대흥사 기행 후기를 쓰다보니 흐뭇한 시간이 겹쳐져 큰 위로가 된다. 내년에 더 반갑고 기쁜 만남을 기대할 수 있고, 오늘은 대흥사 대웅보전 앞에서 기도할 수 있었던 순간을 소중하게 새겨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