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9(토) 오전8시 종합경기장 남문에서 출발하여 여산, 여주 휴게소 휴식을 취한 후 신륵사에 도착했다. 고교생 현장체험학습으로 찾은 팀은 대표학생의 대장각기비문 발표를 듣고 있었다. 우리 팀은 삼삼오오 자연스럽게 불상을 감상하고 등을 밝힌 불자들의 소망을 살짝 엿보며 600년 된 은행나무, 법당 앞의 백일홍, 맑은 향이 풍겨나올 듯한 구절초, 물잠자리, 쑥부쟁이를 감상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하여 둘레길 걷기에 참여한 가족이 있어, 귀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도보 이동 계획이었던 영월루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청명한 가을 날, 남한강의 여유로운 흐름과 하얀 솜 같은 구름이 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을 감상하며 영월루 정자에서 먹는 점심은 정말 꿀맛이었다. 보리수로 담은 술 한 잔을 모든 분들에게 돌리며 직접 수확한 꿀대추도 넉넉히 돌리신 회원님은 돌아오는 길 시청 근처 중앙로 장터길의 족발집에서 막걸리도 베풀어주셨다.
세종대왕의 치적을 높이 기린 세종전도 돌아보고 영릉 제실에서 해설사의 영능에 대한 설명도 살짝 엿들었다. 우리 팀은 가족 단위여서 정확한 시간에 해설 요청을 하기 힘들었다는 이사님 말씀을 들은 터라 영상을 통해 마루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는 팀 끝에서 잠간 영능 조각상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석보상절을 지은 세조는 어떤 맘으로 조선을 그려보고 있었을까? 소헌왕후와 합장 안치된 세종은 수양대군의 속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고 있었을까?
넓은 영릉을 돌아보며 수백년 유지되어 온 잔디밭과 소나무의 건강함에 놀랐다. 역시 무덤 근처에 가니 잡초를 제거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노력이 있기에 그토록 광활한 면적의 영릉이 말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리라.
주변의 조각 상에도 역시 지의류가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듯 자리잡고 있었다.
영릉에서 효종왕릉까지 걸어가는 길은 우연히도 홀로 걷는 행복한 시간을 허락했다.
보랏빛 좀작살나무의 앙증맞은 열매가 가장 눈에 띄었으며 주차장 입구의 흰좀작살나무 열매가 색달랐다.
화살나무의 빨강 단풍잎, 산사나무의 붉은 열매, 흰 등골나물, 구절초, 쑥부쟁이와 달리
살포시 내 눈길을 끄는 열매였다.
삼남매를 데리고 둘레길 기행에 나서 소정이 엄마가 출발 때부터 내 주변을 돌아보게 했다. 난 두 딸을 데리고 홀로 어디를 데리고 간 적도 없고, 우리 딸들이 훗날 자녀를 셋이나 데리고 여행을 다닌다면 어떤 모습일까?
정말 대단한 모정이고, 두려움 없는 당당한 도전이라 느껴진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며 지난 시간들의 아쉬움을 반성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생을 엮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음은 전주로 달려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딸 내외가 내려와 안사돈 생신 축하 점심을 먹고 집에 와 있었으며,
이웃 집 초대를 받아 7시에 여섯 쌍 부부가 모여 좋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있었기에 마음이 급했다.
붉은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어느 덧 깜깜해진 길을 달려 전주에 도착, 회원님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경기장에 주차해 둔 차를 타고 바로 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선배님 부부와도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했다.
둘레길 기행을 위해 사전 답사는 물론 늦게 오신 분들 연락해서 동참하게 하시고, 우는 소정이도 달래시랴 새벽부터 절편 찾아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마지막까지 기행 마무리 넉넉하게 해주신 김정숙 이사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