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평화의 숲 탐사 때와 달리 2시간 30분 거리의 대구 수목원 탐사는 느긋한 8시 30분 출발하여 평화롭게 점심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 김밥, 총각무김치, 문어조림에 여고 동창 오빠 농장에서 구입한 복숭아, 용진 지암농장에서 직접 수확한 블루베리, 시원한 홍초 음료수까지 준비해서 편안하게 출발 장소로 갔다. 지난 탐사에서 뵌 분들이 환대를 해주셔서 버스에 오를 때 기분도 상쾌했고, 숲해설가 5기 샘 12분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옆에서 느낄 수 있어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 스카우트 활동으로 빠진 선민언니 없이 아빠와 홀로 온 선율이는 힘없어 보였지만 회원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해 곧 활기를 찾아 다행이었다.
따뜻하게 제공된 백설기를 맛있게 먹으며 옆 좌석에 앉은 분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통성명만 하였는데 오후 5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뒤늦은 인연에 서로 좁은 세상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생물교사임을 뒤늦게 밝히게 되었는데 갑자기 전여고 학창시절 신순주 선생님께 생물을 배웠노라는 대답이 이어졌고, 여고 6년 후배이며 대학 선배의 제자라는 사실에 바로 친근감이 느껴졌다. 여고 동문이라는 사실에 현재 달라진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게 되었는데 큰 딸이 2010년 졸업생이란 사실에 결국 폰의 갤러리 속 가족 사진까지 보게 되었고, 5년 전 그 분의 딸 여고 시절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 정말 신기했다. 74,000평 쓰레기 매립지 위에 지하철 공사장의 잔토를 활용해 친환경적 생태공간을 마련한 도시형 대구수목원을 돌아보며 신기한 식물들에 감탄했었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사람의 인연에 대해 더욱 놀라게 되었다. 다중 지능 검사 결과 대인관계지능과 자기성찰 지능이 뛰어난 탓에, 그냥 서먹한 눈인사로 헤어짐이 내키지않아 언젠가 소통이 용이하도록 일터를 건넨 것이 이런 놀라운 인연으로 이어짐이 감사했다.
전북 생명의 숲 탐사 활동에 참여하는 일은 식물 공부에 덤으로 얻어지는 관계맺음까지 큰 의미로 더해지는 것 같다.
새마을운동처럼 5개년 계획으로 2002년 7m 복토 후 놀라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대구수목원! 수목원의 자격은 표본전시실과 종자보관실이 필수라고 한다.
침엽수, 활엽수, 습지, 야생초, 화목, 약초, 분재, 유실수, 염료식물원 등 분류가 잘 되어 조성된 수목원 산림문화전시관에서 안내를 맡고 계시던 최남이 해설사님께서 화~금요일만 제공되는 해설을 특별히 선물해주셔서 특히 감사했다. 전주보다 무더운 대구에서 평소 해설할 때 보여주는 자료들까지 가방 2개에 챙겨 매고 쭉 걸으며 설명을 해주셨다. 양버즘나무를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는 버즘 핀 것처럼 지저분한 표피와 대조적으로 말끔히 벗겨진 속살같은 흰 표피를 보여주며, 친구들의 겉모습보다 아름다운 속마음을 먼저 헤아리라고 하신다니 참으로 감동까지 생각하는 해설사의 소명의식이 놀라웠다.
산림문화전시관 주변의 명물인 구슬꽃나무와 꽃댕강나무 설명을 해주시다가 회원님들이 해설을 청하자 흔쾌히 데크길을 걸으며 친절하게 해설을 해주신 분께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올린다.
수목원에 도착하자마자 내려서 빙 둘러서서 옆 회원들과 손 마주잡고 사랑의 인사를 제안한 후 깜찍하게 해설을 맡아주셨던 임효신 샘께도 감사함이 크다. 짝자래나무, 얇은 고무판같은 잎을 가진 히어리, 1년에 자란 키다리풀인 호장근, 열매가 줄줄이 아래로 늘어지는 중굴굴피나무, 계수나무, 작년 열매를 반으로 쪼개면 튜울립모양인 노각나무, 하얀 꽃을 아름답게 피운 5갈래 잎이 무성한 음나무, 공작처럼 우아한 분홍꽃을 피운 꼬리조팝, 고욤, 회향이라 불리며 황록색 산형화를 피운 아스파라거스, 잎, 꽃, 뿌리가 하얀 삼백초, 섬바디, 보랏빛 길게 꽃피우는 리아트리스, 연못가에 삼백초, 왕원추리와 함께 조화를 이룬 분홍 부처꽃 군락, 왜개연, 처음 피리를 불어봤던 속새, 물가에 기근을 쭉 드러낸 낙우송(대생인 메타세콰이어보다 훨씬 부드러운 호생잎), 하얀 등불처럼 빛나던 모습이 연상되는 꽃이 열매로 줄줄이 매어달린 때죽나무, 곧게 뻗은 미류나무, 반하, 참당귀, 비술나무, 개복숭아, 삼색쥐똥나무, 오리방풀, 감시하는 눈처럼 종이껍질 벗겨진 표피에 멋진 무늬를 가진 자작나무, 쉬나무, 둥글레, 수박풀, 바나나와 같은 열매를 가진 포포나무, 모감주, 찰피나무와 같은 열매를 맺은 보리자, 예덕, 느릅, 노린재, 누리장, 참빗살나무, 도깨비 쇠고비, 도라지, 무궁화나 접시꽃보다 큰 부용, 선비집 마당에만 심은 회화, 녹나무과의 검은 열매로 변신할 감태나무, 4월에 핀 하얀 장미과 꽃무더기가 보일듯한 귀룽나무, 보랏빛과 흰빛이 대조적인 핫도그 형태의 부들레아, 노란좀코스모스, 자주꽃방망이 까지 정말 아름다운 꽃잔치였다.
모자에 잉꼬 2마리를 얹고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가시던 분이 직접 새를 회원님 손에 얹어두고 각도 잡아 사진을 잘 찍어주셔서 특별한 느낌이었다. 산림문화전시관 근처 넓은 평상에 앉아 맛있게 준비해온 점심과 특별한 후식(천도복숭아, 자두,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앵두주, 캔맥주)을 함께 하는 맛도 일품이라고 생각한다. 3시 20분 출발한 버스는 계획된 일정보다 빨리 전주에 도착했는데 아마도 임시번호판도 떼지 않은 새 버스의 성능 때문이었을까? 무더위에 힘든 운행을 하신 후에도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주신 기사님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