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학 동문 모임 자리에서 반징수 교장선생님도 함께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선배님 몫까지 식사를 함께 준비하길 청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잡곡밥과 간단한 반찬을 준비했다.
마당의 방울토마토와 포도도 후식으로 준비해 10여년 전 자연사연구회에서 찾았던 광릉숲을 다시 본다는 벅찬 마음으로 달려갔다.
출발 시간 6시~! 10분 전에 도착해 이젠 제법 낯이 익은 회원님들과 인사도 나누고,
내일 짐을 꾸려 4개월 동안 필리핀 파견을 떠나시는 분과 행복한 소식도 나눌 수 있었다.
늦잠으로 참석을 못하신 분도 계셨지만,
워낙 인기있는 장소인지라 국장님은 따로 봉고차로 불편하게 이동을 하셔야해서 안타까움이 컸다.
그래도 벌곡, 이천~ 돌아오는 길의 마장휴게소에서 함께 만나 인사나눌 수 있음이 동행의 위로가 되어 다행이었다.
4시간 정도 고속도로 정체 없이 운좋게 달려 도착한 광릉수목원에서 2그룹으로 나눠 해설을 듣게 되었는데
순서대로 따라나선 연호진 해설사님의 스토리텔링 숲해설에 공감이 크게 가서 흐뭇했다.
휴게광장 점심 먹을 장소까지 이동하며 사진과 함께 설명해주신 모든 내용이 뇌리에 강하게 새겨져 참 좋았다.
특히 초등부터 고2까지 부모님과 함께 숲을 찾은 자녀들의 해맑은 모습이 부럽고 한국의 미래가 밝게 그려져 기뻤다.
질문을 하며 자녀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손수 만드신 메타세콰이어 팔찌까지 선물해주신 해설사님의 노력도 좋았다.
골든레인트리라고도 불리우는 모감주의 꽈리같은 열매를 처음 지적하시며 여름날의 노란 꽃비를 그려보게 해주셨다.
평소 모감주 노란 꽃이 그저 녹색 잎과 크게 구분이 가지않게 어울어지고 잎의 가장자리 굴곡과 열매가 아름다워 눈에 익은 나무였는데 노란 꽃이 비처럼 떨어지는 나무란 설명이 색달랐다.
옛날 오리마다 나무를 심어 거리를 쉽게 측정했다는 오리나무는 조선시대 장영실의 발명품, 기리고차(5리마다 북을 쳐서 거리를 기록하게 한 장치)로 쉽게 심을 수 있었단다.
노란 단풍이 들어가는 계수나무 옆을 지나면 달콤한 냄새가 났다. 물이 부족한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당이 잎에 쌓인 결과인데 은행처럼 계수나무도 자웅이주로, 작은 바나나모양의 암꽃이 앙증맞게 피어있는 암그루를 관찰하게 되어 기뻤다.
작은 배가 매달린 문배나무로는 귀한 문배주를 담그고
빨간 열매와 뿌리에 독이 있는 천남성은 원소번호 33번 비소(As)를 가지며
보랏빛 예쁜 투구꽃은 뿌리에 '초'성분의 부자 독이 있어 賜藥('죽을 사'가 아니라 임금이 하사한다는 뜻의 '내릴사')으로 이용되었다.
산형화서로 아름답게 쭉쭉 피어난 노란 마타리도 이름과는 달리 분뇨냄새가 난다니.....분홍빛 노루오줌도 이미 열매를 맺고 있었다.
산사자라 불리우는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산사나무는 어릴 때는 가시가 뚜렷한데 크면 가시가 사라진다고 한다.
메타세콰이어는 아름다운 입술과 미운 입술모양이 섞인 열매가 특색이며 물가에 있던 낙우송과 다른 대생 잎을 가진다.
특히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 가장 키가 큰 나무도 전나무처럼 쉽게 태풍에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단다.
그냥 지나치려던 누리장나무는 '꽃이 아름답다'고 칭송한 꼬마관람객 때문에 설명이 이어졌다.
원래 흰색이던 꽃색이 점차 자주빛으로 변하며 누린내가 나서 누리장이라고~
숲의 힐링 4요소는 깨끗한 공기, 그린샤워(녹색공간의 신비), 음이온(폭포나 계곡을 낀 장소에서 많이 발생), 피톤치드(식물이 미생물을 죽이기 위해 분비)이며 편백, 구상, 삼, 소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곳이 건강 치유 장소로 이용된단다.
토요일 계속 이어지는 해설을 위해 역사와 곁들인 스토리텔링식의 해설을 아쉽게 마무리하고 휴게장소에서 꿀맛같은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마침 그늘이 진 벤취탁자가 비어있어서 선배님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지난 대구 수목원에서 처음 알게 된 여고 후배(?) 안기순 회원님이 찐 땅콩을 한아름 가져다 주며 정겨운 인사를 나눠줘서 정말 기뻤다.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식사 후 캔 맥주의 안주로 선배님과 맛있게 먹었다. 서둘러 단체 사진을 찍고 광릉 동물원을 시작으로 다시 오후 탐사가 이어졌다.
늑대, 멧돼지, 백두산 호랑이를 돌아보며 색다른 광릉의 광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워서 잠만 자는 멧돼지와 달리, 호랑이 띠인 나로서는 크게 관심가는 백두가 보여준 무대 워킹과 연못 샤워(?)가 특별히 가슴에 새겨졌다. 선배님 부부가 사진도 멋지게 찍어주셔서 그나마 광릉에서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지, 이번 탐사도 그저 눈과 마음으로만 표나지 않게 새길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이어진 엄효신 해설사님의 식물 이야기~!
거북꼬리를 맛있게 먹으며 멋진 구멍을 낸 거위벌레도 감상하고 그런 구멍을 이용해 멋진 사진 찍는 법, 비슷한 모양의 깨잎나무는 초본이 아니라 목본이라 1,2년생인 거북꼬리와 다름도 알려주셨다.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태풍 볼라벤으로 쓰러진 나무들 때문인지 간벌을 심하게 한 터에, 작년 대통령 기념식수로 반듯하게 줄지어 어린 묘목을 심어놓은 모습이 낯설고 어색해보였다. 뾰족한 침같은 잎이 삼지창처럼 끝부분마다 세갈래로 갈라진 전나무~!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종자를 증식시켜 1927년 조림한 80년생 200m 길이 전북 내소사와 함께 3대 전나무 숲길이라고 했다.
워터트리라고 불릴 정도로 다래는 줄기를 잘라 갈증을 해소할 수 있고, 물퉁이의 줄기를 꺽어 누르면 물방울이 분수처럼 뻗어나왔다.
5갈래 잎을 가진 음나무는 어린 순을 잘라 두릅처럼 나물로도 먹을 수 있고,
쥐손이풀과의 이질풀은 둥글게 갈라진 잎인데 반해 거치가 조금 길게 갈라지며 연한 분홍빛꽃의 쥐손이풀과의 차이,
붉은 빛을 위에서 오래보면 빠져든다는 기생여뀌, 남원의 요천엔 특히 여뀌가 많이 자라 여뀌 蓼(요)자를 쓴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좀작살나무는 거치가 중간부터 있어 작살나무와 비교가 되는데 이제 막 보랏빛 꽃을 피우려고 봉우리를 맺고 있었다.
잎자루에 두개의 작은 이가 기어다니는 모양으로 선점이 있는 이나무, 동그랗게 흰 꽃을 피운 땅드룹(독활), 보랏빛 꽃이 화사한 벌개미취, 흰 옥잠화, 보랏빛 비비추, 물가의 핫도그 부들 모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봄에는 노란 꽃, 여름에는 흰꽃, 가을에는 붉은 꽃이 많은 이유 또한 환경의 작용(빛이 꽃색에 영향을 줌)이란 사실도 이치에 맞았다.
3시까지 맞춰 오느라 돌아보지 못한 곳이 아쉬웠지만, 입구의 쉼터에 마련된 편안한 방문자 센터에서 선명한 동영상 꽃을 보며 오늘의 체험을 정리할 수 있었고, 각종 자연물을 이용한 창작 전시물 감상도 참 좋았다.
벌초 행렬로 인한 고속도로 정체를 걱정했는데 마장휴게소에서 2-30분의 휴식이 가능할 정도로 귀가길 또한 순조로웠다. 덕분에 휴게소의 안마의자기에 앉아도 보고, 냉고구마라떼도 여유롭게 마셨으며 신한생명 이벤트 행사에 기분좋게 참여해 다트도 던져볼 수 있었다. 버스에 돌아와보니 자리에 시원한 캔 음료가 놓여있었다. 처음 함께 자리한 회원님께서 내 몫까지 챙겨주신 마음을 생각하니 미리 마음 쓰지 못한 불찰이 죄송스러웠다. 여유롭게 선배님 부부와 카페에서 음료를 넉넉하게 마시고 온 터라 감사함을 표한 후, 힘든 운전을 마치신 기사님께 드려도 좋은지 허락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음 탐사 때는 옆에 앉은 분께 대한 배려를 깊이 새겨 조금은 어색하겠지만 깨달은대로 실천해야겠다고 맘먹었다. 하루가 완벽해서 흐뭇한 맘으로 바로 귀가해도 좋은데 굳이 선배님 부부가 오늘 해설을 멋지게 해주신 엄효신 선생님과 함께 시원한 목포홍어탕을 함께 하자고 권하셨다. 따로 찾아가는데 네비에 나오지 않아 조금 헤메긴 했어도 나와서 길안내를 해주신 정성이 더해져 최고의 만찬을 즐길 수 있어 더욱 행복했다. 뽕주 한 잔으로 모두의 행복을 위한 건배도 하고, 신선한 홍어무침과 칼칼한 홍어탕으로 식사를 마치고, 해설사님 집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 기분은 정말 흐뭇하고 좋았다. 이제까지는 다른 단체의 탐사가 우선이었는데, 이제는 서서히 생명의 숲 탐사가 더 마음에 끌리게 되니 참 이상하다. 처음 뵙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고 가족이 함께 하는 체험이라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탓일까?
9월의 탐사 때도 시간이 허락되어 함께 할 수 있길 소망하며 이만 짧은 후기를 마쳐야겠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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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시간 14.09.01 항상 이렇게 후기를 멋지게 남겨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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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연꽃의향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9.01 항상 일기를 쓰는 습관 때문에 하루 일정을 돌아보며 기록하게 된답니다. 카페의 활성화를 위해 작은 면을 채우게 되네요. 다른 분들도 더 많이 전북생명의 숲 사이트에 많은 기록을 남겨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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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작성시간 14.09.01 선생님은 어쩜 이렇게 꼼꼼히 기억을 하시는지 참 놀랍네요^^ 글을 읽으니 다시 광릉수목원 다녀온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