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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정원] 차기 정부의 과제는 남북평화

작성자글길_김지성|작성시간26.06.12|조회수7 목록 댓글 4

강원도 고성. 한때 이곳은 가능성과 희망이 머무는 경계였다. 동해선 철도가 지나던 자리,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목, 바다를 끼고 남북의 미래를 이야기하던 항구. 그러나 그 이름에 담겼던 기대와 설렘은 이제 바람처럼 흩어졌다. 기차는 멈췄고, 관광도 끊겼다. 북으로 향하던 길은 완전히 단절됐다. 푸른 바다와 항구는 여전하지만, 떠나는 발걸음은 많아도 돌아오는 이는 드물다. 폐허가 된 동해선 역, 텅 빈 플랫폼, ‘금강산 방면’이라는 표지판은 더이상 미래를 가리키지 않는다. 이곳은 한반도의 가장자리, 한국의 농어촌이 처한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젊은이들은 떠났고, 남은 것은 빈집과 노인들뿐이다. 전국적으로 퍼져가는 지방소멸의 흐름 속에서 고성도 예외가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걷는다.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사라진 시간의 흔적이 있다. 한때 북적이던 항구 주변엔 빈 건물이 늘어섰다. ‘영동횟집’이라 적힌 간판 아래 낡은 벽, 활기가 넘쳤던 시장 골목, 굳게 닫힌 수산물센터의 셔터. 이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다시 채워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몇몇 관광객이 스쳐 지나지만, 이곳에 정착하려는 이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이곳이 완전히 쇠락한 공간만은 아니다. 아직도 삶을 지켜내는 이들이 있다. 시장 한편에서 통발을 손질하는 어부들, 관광객을 기다리는 식당 주인, 민통선 근방에서 검문을 서는 군인. 이곳에서 여전히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

지방소멸이란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공공서비스가 무너지고 지역경제가 마비되며, 결국 공동체가 해체되는 과정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최근 통일부가 확정한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은 바로 그런 시도 중 하나다. 고성은 인접한 양구, 인제, 철원 등과 함께 동부권 평화경제특구 후보지로 지정돼 관광 중심의 첨단 물류, 서비스 단지 조성이 구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규제 완화와 기업 유치, 국비 지원 없이는 이 또한 말뿐인 ‘특구’로 남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은 동해선 철도를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금강산 관광은 이제 불가능한 것일까? 원산과의 경제 협력? 말들은 쉽게 쏟아지지만, 현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남북관계는 늘 제자리걸음이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다. 원산은 아득히 멀다.

 

그러는 사이, 국경을 맞댄 이 마을은 점점 비어간다. 떠난 젊은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도, 어떤 개발도 결국 이곳까지 닿지 않는다. 그리해 고성의 풍경은 쓸쓸하다. 하지만 그 안에 남아 있는 삶이 있다. 텅 빈 플랫폼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아직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평화경제특구가 이름에 걸맞은 실체를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계획과 지원을 이어가는 게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과제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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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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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무 | 작성시간 26.06.12 그곳의 건봉사....절은
    정말 북한의 느낌이에요..^^
    다시 가 보고 싶군요.
  • 답댓글 작성자글길_김지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나무님이 역시 마당발이네요.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ㅎㅎ
    밤이면 글을 읽고 낮이면 농사짓고
    주경야독일턴데,
    나무님, 날씨 더운데 농사 일 쉬어가면서 하셨으면 합니다.
    전원에는 벌써 하얀 감자꽃이 피어났으리 생각됩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무 | 작성시간 26.06.12 글길_김지성 네^^
    조금 있으면 살구가 익을테고
    자두가 익을 기대에 희망적이에요 ㅎㅎ
    6월에는 들깨를 심을 거구요
    몸으로 글쓰는 일이 참 행복하답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글길_김지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나무 절기의 흐름을 시 외우듯 꿰고 있네요. ㅎㅎ
    나무님도 즐거운 주말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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