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는 길눈이 어두운 사람을 말하는 것?
이것은 눈썰미가 없어서 가본 적이 있는 길도 잘 찾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죠.
'박치'는 음악과 관련하여 박자 감각이 없어서 박자를 못 맞추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고,
'몸치'는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이런 뜻을 가진 단어로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신어(신조어)이기 때문에 아직 정식 단어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이 말들에 공통으로 보이는 ‘치’는 한자 ‘癡/痴(어리석을 치)’일 것이라고 봅니다.
이들과 같은 것으로 보이는 것에 ‘음치, 백치, 천치’ 등이 있는데 이들 단어에 쓰인 ‘치’가 바로 ‘癡/痴’입니다. 아시다시피, ‘음치(音癡)’는 소리에 대한 감각이 무뎌서 음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백치(白痴)’는 지능이 매우 낮고 정신이 박약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천치(天痴/天癡)’와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모두 ‘치’가 들어가 있고, 이들은 ‘길치, 몸치, 박치’ 등에 쓰인 ‘치’의 의미와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 ‘癡/痴’는 원래 불교 용어였습니다.
불교의 육번뇌의 하나로서, 현상이나 사물의 도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판단을 올바로 하지 못하는 그런 번뇌를 가리킵니다. 참고로, 육번뇌는 가장 근본이 되는 여섯 가지 번뇌를 말합니다. 탐(貪), 진(瞋), 치(癡), 만(慢), 의(疑), 악견(惡見)이 그것입니다.
이로 미루어 보면, 음치, 백치, 천치 등에서 ‘치’는 파생접사의 용법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 ‘치’가 그 생산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단어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길치, 박치, 몸치’ 등입니다.
이들도 언중들이 자주 쓰게 되면 곧 정식 단어로 인정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사전에 올라 있는 ‘길치’와 ‘몸치’는 각각 다음과 같은 뜻입니다.
- 길치 :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나는 황소. 보통 살지고 윤택하나 억세지 못하다.
- 몸치 : 몸살의 방언(경상, 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