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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린이책 공부

모험소설과 판타지, 중간의 장르

작성자이야기밥|작성시간04.11.13|조회수431 목록 댓글 0
 

<잔디숲속의 이쁜이>를 오랜만에 다시 읽어봅니다. 아동문학공부를 시작할 때, 나는 이원수 문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원수의 동화는 어찌되었든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뭔가 자꾸만 말하도록 하고, 글로 쓰게끔 하였습니다. 그런 작품들 가운데, 이 <잔디숲속의 이쁜이>도 당시에는 나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예전에 4벌식 타자기로 쓴 <잔디숲속의 이쁜이> 독후감이 있습니다. 그때는 글을 써도 어디 발표할 지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발표할 지면이 있다 그래도 수준이 낮아서 남이 읽기에는 지금 봐도 역시 부끄러운 글입니다. 그런데 그런 수준이 낮은 글을 유독 재미있게 읽고 관심을 기울여준 분이 이오덕 선생님이셨습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역시 격려가 중요하고, 또한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주는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잔디숲속의 이쁜이>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시작됩니다. 이쁜이가 늦잠을 자다가 공동체 조직에서 몰래 빠져나와 도망치는 장면입니다.


 이쁜이는 짧은 바지를 바싹 걷어올리고 도망치듯 수풀 사이로 나왔습니다. 아침잠이 깨소금 같아서, 다들 일어나는 걸 알고도 조금만 자려고 구석에 숨어 있다가 해가 뜨는 것도 모르고 늦잠을 잤습니다. 깨어보니 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일하러 나간 지도 오랜 때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쁜이는 “에라, 오늘은 슬쩍 빠져서 실컷 쉬어버릴까 보다”하면서 바윗돌 위로 올라가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다 반장에게 걸렸습니다. 이래서 이쁜이는 엉덩이를 걷어 차이고는  반장하고 싸움이 붙고 마침내는 공동체를 떠나 혼자 떠돌이 여행객이 됩니다. 이래서 이쁜이의 자유를 찾아가는 모험여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잔디숲속의 이쁜이>는 전형적인 모험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작품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잔디숲속의 이쁜이>는 모험소년소설과, 또한 여행구조로 되어 있는 판타지와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직접 여행을 떠나는 모험소년소설이 있다면, 동물이 사람의 옷을 입고 자유를 찾아 여행을 하는 <잔디숲속의 이쁜이>같은 의인동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이건 사람이건 현실논리를 뛰어넘는 초현실(비현실)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행이야기인 판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잔디숲속의 이쁜이>에서 이쁜이가 살아가는 시공간은 어디까지나 현실공간의 사실성을 뛰어 넘어 초현실공간으로 달려가지 않습니다. 단지 동물이 사람의 옷을 입고 살아갈 뿐이지 모험소설을 닮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사람이 아닌 동물이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모험소년소설하고는 또 다르고, 초현실공간이 등장하는 판타지에서의 모험여행공간하고도 다른 것이지요.

 달리말하면 이 <잔디숲속의 이쁜이>가 살아가는 공간은 모험소년소설로도 열려 있고, 또 마법사나 초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판타지의 모험여행공간으로도 열려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잔디숲속의 이쁜이>는 판타지적인 요소와 모험소설적인 요소, 그리고 우화적인 요소 모두를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특성을 갖고 있는 점에서도 <잔디숲속의 이쁜이>는 깊이있게 연구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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