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작성자바다사랑|작성시간05.11.30|조회수557 목록 댓글 4

 일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동안 여러 그림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해마다 읽는 그림책이지만 해마다 다른 아이들과 읽다보면 그 느낌은 늘 새롭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나면 아이들은 꼭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일 때는 매일매일 읽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책이 있어도 꼭 선생님 책을 읽고 싶어하는 일학년 , 한 권뿐인 그림책이기에 어떤 때는 몇 명이 차례를 정해 읽기도 하는데 요럴 때 아이들 반응이 참 귀엽습니다. 집에 갈때 몰래 구석에 숨겨놓고 다음날 다시 읽는 아이,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책 어디 있냐고 물어도 시치미 떼는 아이, 급기야 집으로 가져가 선생님이 다시 사게 만드는 아이 등... 교육적으로 따지면 다시 고려해볼 문제지만 전 그래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책사랑이 너무 고맙고 대견하기만 하거든요.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실비 드 마튀이시왹스 글, 세바스티앙 디올 로장 그림, 어린이 작가정신)'을 읽었을 때 아이들 반응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림책도 글과 그림이 어울려져 한 편의 탄탄한 이야기가 되어야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이 그림책은 가볍고 유머러스할 뿐, 왜 엄마를 화나게 하고 싶은지에 대한 탐구가 깊이 있게 되어있지 않다 여겨졌거든요. 요즘 그런 그림책 많잖아요. 웃기려고만 하는 이야기, 아이스러움에 대한 가벼운 판단으로 만들어진 그림책들 말입니다.

이 책도 그렇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이 교사인 입장에서 경직되어 있다고 늘 경계하는 입장이기에 아이들과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하고 읽어주었습니다. 

 

실물화상기에 비추어가며 제가 읽어주는데 아이들은 '뭐 저런 애가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점점 그림책 속으로 빠져 들더군요. 

"야! 저렇게 해 놓으면 진짜 재미있겠다.", "우리 집은 클란다. 클라.", "나도 아침에 꾸물대서 혼났어요. 엄청요."  등등.... 그림책을 읽으며 자기 이야기를 곳곳에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 이야기꽃은 활짝 피었지요. 아이들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제가 제안을 했지요.

"그럼,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은 뭘까?"

우와! 그 순간 불같이 일어나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고 손 들고 소리 지르고 급기야는 의자 위에까지 올라가 자기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정리하면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은

1. 급식 우유 교실 바닥에 뿌려 놓기

2. 컴퓨터, 녹음기, 텔레비젼 부시기

3. 선생님 옷  찢어 놓기 

  이 때 제가 깜짝 놀라며 소리질렀지요." 어머! 그러면 너무 창피해." 제가 조금 과장되게 몸을 가리며 말하자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난리가 났답니다.

4. 교실 물건 다 쏟아 어지르기

5. 친구들 때리고 못살게 굴기

6. 동화책 찍기

7. 학교 폭파시키기 등등.....

 

참 재미있어 했습니다. 카타르시스란 말이 저런 때 쓰는 말이구나 싶게 맑아지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의 매력을 알아내었지요. 그만하고 밥먹으러 가자고 해도 또 하자네요.

'아빠를 화나게 만드는 10가지 방법'도 하고 싶다네요.

그 그림책도 나왔다고 들었기에 다음에는 그 책 읽어준다고 하고 아이들 진정시켰습니다. 그 날, 급식실에서 점심 먹을 때, 저희 반 아이들이 제일 떠들었습니다. 재잘재잘 대며 재미있게 웃으며 먹는 밥이니 얼마나 맛있을까 싶어 저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좋은 그림책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기준은 아이들이라고 봅니다. 물론 좋은 그림책을 선별해서 아이들에게 권해야 하는 것이 어른이지만 최종 평가는 아이들이 합니다. 어른들이 아무리 좋은 그림책이라 여겨도 그것은 어른의 눈이지 아이들의 눈은 아니니까요.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을 아이들과 읽으며 또 하나 배웠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다면, 읽고 난후 아이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그림책은 일단 다시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요.

 

지금 우리 교실에서 인기 순위 1위는 당연히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가지 방법' 입니다. 얼마 전까지 '여우누이, 김성민 글,그림, 사계절'이었는데 순위가 바뀌었지요. '여우누이'는 새 책이었는데 새까맣게 손때가 묻어 잠시 쉬고 있습니다.

2006년에 새로운 아이들과 놀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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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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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돈죠니 | 작성시간 05.11.30 아이들, 자기 이야기니까 정말 좋아하지요. 요즘 아이들 카타르시스를 주는 책을 많이 읽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이야기밥 | 작성시간 05.11.30 흐흐, 얘기 참 재미있네요.
  • 작성자그리움 | 작성시간 06.05.21 제목때문에 읽어 봤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아이에게 보여 줄 용기는 없었지요.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한 후에야 시도해 볼까 봐요. 히히
  • 작성자버드 | 작성시간 11.02.15 와~ 아이들 마음을 그대로 다 공감해주는 멋진 선생님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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